김석의 인터넷소설

- 아차, 이를 어쩌나. 어머니와 약속해버렸잖아.

수화기를 놓자마자 까마귀는 후회막급입니다. 그러잖아도 장가가라고 못살게 구는데, 약속까지 해버렸으니 가만이 있을 어머니가 아닙니다.

첫째에게 실망하고 둘째에게로 눈길를 돌리면서, 어머니의 집착은 한결 심해졌습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까마귀가 밤 늦게 글을 쓰고 아침에 단잠에 빠질까 하면 전화를 걸어옵니다.

"둘째야, 아직 안 일어났니? 너 장가 갈 거냐 말 거냐?"

"둘째야, 북경에 한국 회사를 다니는 내 친구 딸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지 않겠니? 사진 보니 참 예쁘더구나."

"둘째야, 여자 친구 소개할까? 연변병원의 간호사인데, 사진을 보니 백의천사가 따로 없구나. 내 마음에 딱 들더라."

까마귀는 입을 하늘만큼 벌리고 하품을 합니다. 잠이 와 죽겠는데 연변병원의 '천사'가 다 뭡니까?

"헤헤? 엄마, 자장가 불러 줘."

하긴 미워도 고와도 내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그 누구보다도 원칙성이 강합니다. 자랑같지만 까마귀 어머니는 공산당원에 '인민대표'입니다.

- 한국어로 번역하면, '빨갱이'에 '국회의원'인가!

국회의원은 돈으로 얼마든지 매수할 수 있지만, 우리 어머니와 같은 '빨갱이' 출신이 30년이 넘은 '인민대표'는 힘들지요..^^

시시한 얘기는 이만하고, 뭔가 대책을 대야 할 거 아닙니까?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은 말아야 합니다. 달력을 번져보니 음력 설까지 한달 밖에 안 남았습니다.

- 한달 동안 무슨 수로 어머니의 며느릿감을 만든단 말인가.

또 한번 장난 쳐볼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번만은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옛날과 달리 어머니의 심장이 견뎌내지 못할 거 뻔합니다.

- 뭔가 방법이 없을까?

침대 위에 누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고민하던 끝에 까마귀는 큰 결심을 내렸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내친김에 한달 내로 어머니의 며느릿감을 하나 구하기로 마음 먹은 겁니다.

- 내 나이 얼마지? 새해에 33살, 만으로 32살, 결국은 나도 노총각임이 틀림없구나. 우리 엄마 속이 타는 거 이해가 간다. 큰 놈도, 작은 놈도 모두 장가를 안 갔으니? 나라도 먼저 시작을 떼볼까. 그럼 큰 놈도 압력을 받을 거 아닌가. 하여튼 태평이라니깐.

앞으로 밀고 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종신대사도 해결하고, 잃어버린 신용도 되찾는다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밑져야 본전이지요..^^

이젠 혼자 사는 것도 지긋지긋한 게 재미가 적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어떻게 참고 견뎠는지 모르겠습니다. 노총각의 고초는 노처녀가 제일 잘 압지요..^^

- 33살이라, 한창 힘을 쓸 나이에 이게 무슨 미친 짓이지! 인생은 이렇게 사는 거 아니야. 모두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닌가!

솔직히 까마귀가 어디 못나서 여자 없이 혼자 살아야 합니까?

공부도 할 만큼 했겠다, 세상 구경도 할 만큼 했습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장가 안 간다고) 욕도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소설이고 뭐고 닥치고, 까마귀는 장가를 가야겠습니다. 둥지를 만들어 마누라를 맞아들여야겠습니다. 알도 까고 새끼도 낳고, 이 세상 잡새들이 하는 짓을 나도 한번 해볼 겁니다.

결심이 서니 두 다리 사이로 용기(雄起)가 솟아오르네요. 고구려의 세발 가진 까마귀를 본 사람 있습니까?

- 으하하하? 나야말로 진짜 삼족오로다...^^

까마귀는 거울 앞에 차례하고 서서, 주먹을 하늘 높이 쳐들고 맹세를 합니다. 

"충~성! 까마귀는 맹세한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하여, 어머니와의 약속을 위하여 한달 동안 열심히 여자를 꼬실 것이다. 까마귀 화이팅!"

그래서 오늘 저녁만은 그렇게 마시고 싶은 술 생각도 다 잊고 달력을 번지며 열심히 작전을 짭니다.

작전 이름은<어머니의 며느릿감 사냥작전>입니다.

- 까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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