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피해 가출한 여성들 마을 형성해 공동생활

중국 광둥성(广东省) 푸산시(佛山市) 순더구(顺德区) 일대에는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집안 어른이 결정하는 혼사에 불만이 있거나 결혼 자체를 거부하는 여성들이 하나 둘 모여 형성된 ‘자소녀(自梳女)’라는 독신녀 마을이 지금까지 존재한다.

‘자소녀’는 ‘스스로 머리를 빗는다’는 뜻으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삶의 희노애락을 스스로 다스리고 해결하며 자신을 지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소녀’는 명나라 말기부터 청나라 초기까지 광둥 순더 일대에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후에는 광둥성 곳곳에서 마을이 형성되면서 이들은 자급자족과 소식, 부처님을 모시며 스스로 생활의 터전을 일구었다.

‘자소녀’ 마을에 들어온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독신 의식’인 스스로 머리를 쪽지어 올리는 의식을 통해 세상의 모든 변화를 뒤로 하고 부처님을 공경하며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을 결심한다.

현재 자오칭시(肇庆市) 일대에 15명이 생존해 있다. 양선당(養善堂)에 거주하는 저우(鄒) 구퍼는 올해 86살로 ‘자소녀’ 중 최연장자이며, 관음당(觀音堂)의 조우(趙) 구퍼는 70살로 최연소다. (‘자소녀’에서는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 존경의 의미를 담아 ‘구퍼(姑婆)’라는 존칭을 붙여 부른다.)

12살 때 ‘자소녀’ 마을에 들어왔다는 저우 구퍼는 “지금 내가 사는 양선당은 처음 봤을 때는 2층 목재 건물이었고 8명의 소녀들이 농사와 갈대를 엮어 만든 삿자리를 만들어 팔며 생활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자소녀’마을의 여인들은 비록 그들만의 생활방식에 따라 철저한 공동생활을 고집했지만 취업, 지역민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세상 사람들과 구별을 두지 않았고, 불가의 비구니와는 달리 직접 농사를 짓고 가게도 운영하며 공동생활로 삶을 개척했다. 

조우칭시 루이저우구 민정국은 자녀가 없고 소득도 없는 ‘자소녀’마을의 여인들을 생활보호대상자에 포함시켜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하는 등의 지원책을 펴고 있다. [온바오 김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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