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여인

 

              전하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산기슭 후미진 곳 들국화

비바람에 흔들리어도

햇살 바라 웃는 가을의 천사

누구와 보리 고개 넘어 왔던가

그날의 아픔 하얀 눈 서리

노오랗게 갈무리 하는

들국화 여인

        꽃은 안다


        한 알의 씨앗을 익히기 위하여

        찬 이슬 이마에 떠올렸다

        번개와 천둥을 이겼다

        아픔으로 퇴색하고

        한잎 두잎 꽃잎을 날리며

        어여쁘게 죽어가야 했다

        그리고 이제 또

        한 알의 씨앗을

        잉태하기 위하여

        한 겨울 언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함을

        꽃은 알고 있다


        겨울의 기도


        생을 마무리하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한 여름과 인연은 끊어지고

        즐거웠던 옛일 뒤돌아보며

        사색으로 침묵한다


         그리고 점지한다

         저 멀리 봄의 숨결 들으며

        ▲ 벚꽃은 하늘 가에 가득 피었다
         꽃나무 뿌리내릴 곳을


        인동초 하나 추켜들고

        찬바람을 꾸중하며

        살며시 두 손 모은다



        가을의 편지


        하나 둘 셋

        단풍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푸른 하늘 향해

        맑은 영혼의 잉크로

        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

        오늘 단풍잎으로 불타버립니다


        사랑하기에 오히려

        떠나지 않으면 안 될 어제

        ▲ 너무도 푸른 나무와 눈신 햇살과 뜨거운 청춘의 사색...
        다시 함께 있자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용기 못내는

        오늘


        말로는 다 못할 사랑이나

        화려한 슬픔의 꽃술안고

        혼자서 

        당신 위해

        말없이 조용히 묵묵히

        피였다 지고만 싶습니다

        낙엽 타는 향기로운 가을에


        주홍빛 기도

        한장한장 일력장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가을비


        저물어가는 

        떨리는 가을비 속에

        국화꽃은 하나도 외롭지 않았다


        나로 인해

                                                                           그대 더 풍성할 수 있다면

        ▲ 벚꽃은 하늘 가에 가득 피었다
        사랑과 행복

        나눠가질 수 있다면


        국화꽃은 

        싸늘한 가을 추위가

        자신을 괴롭혀도

        하나도 괴롭지 않았다

         

         


        전하연:   흑룡강 가목사 거주.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문학 박사과정.

        메일:tian8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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