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문학포럼 | 문학작품특집84]정두민의 '장백산 폭포' 외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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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문학포럼 | 문학작품특집84]정두민의 '장백산 폭포' 외9수
  • 동북아신문
  • 승인 2019.08.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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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민 약력 :
1979년6월 교육사업에 종사, 연변작가협회 제7,8기 민족문학강습반 수료, 심양사범학원,대학전과 졸업.
1983년도에 처녀작 발표. 연변작가협회회원, 연변동북아문학예술협회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회원.
중국 동북3성 각종문학잡지와 시문간행물에 시 100여 수 발표. 2017년1월 정년퇴직.
리상화문학상 시대상 수상. 현재 대한민국 모 회사에서 근무.
정두민 시인

 

장백산 폭포

정두민

 

태양이 절구를 빻아
물을 가루내어
예쁜 칠색무지개 빚는다
거부기 갑골에서 뛰쳐나온
하늘천 따지의 천자문이
아리랑가락을 뽑아
하늘에 뿌리고
천지의 비취색 먹물을 머금은
흰비단결에서 튕겨나온 글씨들
수천년 원조의 자취를 쏟아내고
"청명상하도"의 후손들과 손잡은
미래의 하얀얼의 눈부신 모형도가
이땅 토박의 숨결로 진동하는 고주파
오늘도 래일도 종점없는 출발
우주의 목소리로 축소된 민족의
영원한 맥박으로 부르짖는 웨침

 

봄의 몽따쥬

 

뇌출혈에 걸린 하얀 세계 신음소리에게
안락사를 주사하던 고드름 울음 사라지고
달이 보던 적외선 망원경속에
설한살촉에 찔린 나무의 절규가 사라지고
몇송이 구름떼 모여 속닥거리더니
못생긴 외모를 다 갖춘 슈빌로 둔갑하여
빛살을 삼키다 너무뜨거워 뱉어낸다
칠색무지개 예쁜 포물선에
동동 매달린 개굴개굴 개구리노래
알수없는 고대 이집트 문자로
얼기설기 엉켜있는 풀숲을 검색하며
태양의 미소가 즐겁게 산책하고있다
공중에서 정지비행하는 말똥가리
어둠속 암살자의 눈빛으로
바람을 키질하여 바스락소리맘을 골라내고
종달새울음 거미줄에 걸려 넘어가자
요염한 살구꽃들이 깔깔깔 웃어댄다

 

들국화

 

먹장구름의 웨침을 털어버린
골짜기 고요가
물까치무리들 울음에 짤라당 깨지고
산의 무게를 허리에 띠고
비대한 계곡의 둥기적거리며 흐른다
우뢰에 뒤통수 맞아 쓸어졌던
그 바람타고 서핑하며
하늘을 지배하는 수리개 한쌍
수영버들은 세종대왕의 수염으로
하느작 하느작 거리고
그밑에서 가나다라를 배우던
제비새끼들은 하늘길 따라 떠나고
편가른 노란 빨간 단풍색갈들이
피둥피둥한 꿩 울음소리를
차고 빼앗으며 꼴넣기 게임을 하고
허공에 빈소를 차린 들국화 한송이
술 석잔 부어놓고
죽기전 자기에게 추모하며 흐느낀다

 

마가을의 모형도

 

임종에 다달은 계절
마지막 눈물을 휘뿌리는 번개의 울부짖음
찬바람 패거리들은
을씨년스런 허공을 얼구고 있다
갑의 금메달 시상대에 오르려고
샅바를 맨 단풍든 빨간색들이
판가리 씨름을 하고
기러기 편대가 투하 한
석별의 문안이
서리맞아 기침을 짓는다
암컷을 독점하기 위해
피 터지는 격투를 벌리던 장수풍뎅이
빙점에 맞아 딸국질로 굳어지고
거울보던 찔광의 열매들
아직도 빨간 립스틱 모자란다고
태양에게 트집잡으며 발버둥 친다

 

마음의 평면도

 

펜끝에서 흘러나온 파랑새가
배고파 입 벌린 수첩에서
호수면 물수제비 파문을 일으키고

먹장구름을 쥐여 짠 하늘이
마음의 녹말에 서슬을 뿌려
외로운 고독을 하얀 두부로 빚는다

차한잔 절반에 남겨진 생각이
향기가 증발한대로
맥없이 끄떡끄떡 졸고있다

창가에 뛰여든 해빛이
틈새를 찾아 헤매는
담배연기의 무게를 저울질하고

키워준 은정 잊어버리고
가시돋혀 경계하는 선인장꽃
마주앉은 시간들 깐족대며 골려준다

 

녹색 이미지

 

풀냄새로 염색된 하늘을
가위로 베여만든 리봉을 매고
무지개위로 오르내리는 강물소리
숲속에 세워진 빛기둥들은
딱새가 남의 새끼를 키운다는
나무들의 진술을 완강히 거절한다
붉은 머리 오목눈의 알을 훔쳐 먹어
구치소에 갇힌 누륵뱀은
태야의 특별사면을 받고
퉁방울눈의 뚜꺼비의
장미꽃 향한 짝사랑이 발각되어도
소문 내지 않는 치묵의 바위
전혀 생일날을 기억하지않는
여러혈통 나무 이파리들은
땅에스며든 비물의 소리만을 되새겨 본다

 

닭띠의 밤

 

달빛이 가슴에 퍼지자
그리움의 사념을 앗아가는 고요
멍한 숨결만 어둠에 부딛힌다
벌레먹은 나무잎 앓음소리 들리고
피곤한 삶의 희망을 버리고
별하나 분신자살하며 서산에 추락한다
정적의 터널 뚫는 반디불빛이
검둥개 짖는 소리에 파묻히고
겨울에 예약했던 초록색 웃음들이
지저분한 상처로 다가선다
차츰 별들을 삼키는 구름들이
늙을 줄 모르는 침묵을 깎아
차고더움을 모르는 마네킹으로 조각한다
음산한 바람 분다 눈이 오려나 보다
소리없이 타향에 떠나버린 그녀인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아 중년의 쓸쓸한 산책

 

4월의 밤눈

 

죽어간 겨울
하늘의 귀신이 되어
밤새 봄을 좇는다
뒤산기슭 소나무
꿈툴거리던 꿈이 휘여진다
시계소리 달을 위로하는 동안
검은 빙점은
지상의 소망을 축축히 퍼지우며
하얀 유령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차디찬 수모를 당했던 바람
나무가지에서 그네뛰고
아침노을은 휘여진 욕망들을 튕겨 오린다
검은색은 아름답다
밤은 어느 곳에 스며있다

 

영상 레이다

 

분신자살한 별찌 골회를
휘뿌리던 어둠의 하늘은
려명의 피빛에 삭제되고
태양의 속살을 뒤집어 쓴대로
배꽃향기를 희롱하는 꽃샘추위에게
엄벌하는 제비울음들의 메아리
하천에 줄을 쭉 선 물소리들은
패션모델로 완관을 딴 호랑나비에게
거수경례하며 축하를 하고
순회공연하는 꾀꼴새에게
풀냄새로 엮어낸
파란 꽃다발 안기는 바람
빛의 숲을 이룬 돌밭에는
모래홈 덫을 파놓고
벌레들 암살을 꾀하는 개미귀신들

 

퇴직하는 날

 

교정에 쌓인 종소리들이
내 이름 석자를 잘근잘근 씹으며
긴 한숨의 즙을 빨고 있다

검은 머리색을 훔쳐 먹은
증발된 피와 땀들이
울컥하는 가슴을 주물고

거대한 룡권풍이
지나온 발자취를 휘감아
흐르는 강에 냅다 뿌리고

판도라 상자속에서 뛰쳐나온
지난 시간의 유령 좀비들이
살점을 뜯어 술 안주를 하고

누가 내 직업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묻기 전에는 알았는데
지금은 잊어 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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