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신혜란교수, 부경대 예동근교수, 텐진사범대 전월매 교수, 일본 엄정자 평론가 발제

사진=윤효덕기자(이하 사진)

[서울=동북아신문]“재한조선족문학이 한국문학이나 중국문학과 다른 자기다운 문학으로 자리매김하자면 문학의 좌표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탐구를 하기 위한 ‘'韓日 지성인의 시각: 인식의 전환과 문학 좌표 설정'이란 제하의 문학세미나가 지난 9월 8일(일) 오전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동렬 재한조선족문학창작위원회 주임이 인사말을 하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해온 재한조선족문학창작위원회 이동렬 주임은 인사말에서 “최근 재한조선족문인들이 중국조선족 문단과 한국문단에서 차츰 중시를 받게 된 원인은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들이 노동과 생활의 일선에서 몸소 겪고 느꼈던 바를 문학작품을 통해 아주 리얼하고 진지하게, 아주 사색적이고도 문학적으로 잘 묘사해온 덕이다”라며 “그러나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이제는 많이 배웠고, 또 문학적인 재능이 탁월한 재한동포교수나 박사생들이 앞장서서 재한조선족문학의 새 시대를 열어갈 때가 됐다. 두 단체가 수시로 이런 만남의 장을 통해 상호 보완하고 상호 협력한다면 재한동포문학은 또 다른 새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다”고 역설했다.

조남철 한국방송통신대 전 총장이며 아시아발전재단 상임이사가 축사를 하다

한국방송통신대 전 총장이며 아시아발전재단 조남철 상임이사는 축사에서 “1990년대 초부터 30년 가까이 연변을 찾으면서 한글로 새겨진 간판과 연변대학 원로 교수들로부터 받은 감격을 잊을 수 없다”면서 그 소중한 인연 때문에 오늘의 문학 행사까지 참석하게 된 마음을 밝혔다. 그리고 “조선족문학에 있어서 작가나 독자층이 줄어들고 있지만 모두가 문학을 널리 내다보는 혜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따라서 “조선족 한글문학의 살길이 무엇인가?”라고 자문하며, “한국문단과 좋은 관계를 맺고, 한국의 독자도 여러분의 독자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그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 이어 그는 “해외동포 문학 중에서 조선족의 한글문학은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질적으로 우수하고 양적으로 풍부하다”며 “중국 조선족의 한글문학은 역사가 깊고 한국문학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혜란 서울대 교수가 특강을 하다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 서울대 신혜란 교수는 영국에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아이를 키우기 위해 조선족 보모를 만나게 되면서 조선족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특별한 이야기부터 펼쳐나갔다.

신교수는 “조선족들이 나에게 신세계를 열어줬다”며 “그 아주머니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다. 비록 나는 교수지만 영국에서 아시안으로서, 여자로서, 젊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언어 때문에 속상함이 있고 본연적 외로움을 느끼는 점에서 조선족 아주머니와 공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근대 인간사회에서 이동이 가속화 되고 있는데 조선족은 다른 사람들 보다 이동을 먼저 시작한 사람으로서 우리 모두의 미래라는 취지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모두가 자기 스스로를 이해해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한편, 자기의 위치를 바라보면서 매 하루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표했다.

예동근 부경대 교수가 특강을 하다

이어진 문학 세미나에서 부경대학교 예동근 교수는 “한국에서 ‘나’답게 산다는 것?”이란 제하의 발표에서 “어쨌든 나답게 산다는 것에 ‘주체성’, ‘개인의 독립’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조선족학자들이 지속적으로 밝히고 동조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담론이자, 실천이라고 판단한다”며, “나다운 감수성 갖기, 나답게 사는 생각, 나다운 성찰” 등에 대해 세세히 분석을 해나갔다. 그는 “우리 재한조선족은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겪는 소수자이지만 '조선족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은 그들의 생활사와 그들이 살고 있는 공간을 배재하고 단순히 국가-민족의 거대한 정치맥락 속에서 중국과 한국의 논쟁거리가 되었다. 또한 많은 문학작품들은 이런 담론구조에서 재생산되는 언어, 감정들을 소재로 글을 만들고 있다. 차별, 민족, 국가 등 정체성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내며, "일단은 '나'답게 살며 '나'답게 창작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하였다. 그리고 ‘재한조선족문학창작의 사회창작기반과 발전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전월매 텐진대학교 교수가 특강을 하다

전월매 텐진사범대학교 교수는 ‘한국소설에 나타난 디아스포라 조선족 공동체 서사와 담론’이란 제하의 발표에서 “중국동포들을 주인공으로 묘사했거나 또는 개별 인물로 다룬 소설들에서,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으로 이동한 조선족 주인공들은 주로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인데 이들은 대부분 비극적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라며, “소설에는 기존의 동북 3성 조선족공동체의 해체위기 서사와 새로운 집거지에서의 조선족공동체 건설서사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서사들은 많이는 비극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다. 잃은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은 코리안드림의 서사,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서사는 조선족작가들에 의해 완성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일본에서 온 엄정자 문학평론가가 특강을 하다

이어 재일조선족 엄정자 문학평론가는 “‘상관있다’로 맞춰지는 각성의 퍼즐-‘지니의 퍼즐’분석”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다카키 노부코의 말을 빌어 최실의 『지니의 퍼즐』은 “사회 국가 학교나 사람들의 선입관이라는, 이 개인의 힘으로는 때려 부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고 망막한 존재에 사투를 걸고 깨부수려고 한, 한 소녀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며 “최실의 『지니의 퍼즐』이 일본 문학계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소수자 문학으로서 사회적인 선입관 편견에 대한 반항의 외침이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작품 면면을 상세히 분석했다. 그는 “작가 최실은 ‘세계에 묻혀있는 소수파의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상관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했다”며, “‘상관있다’라고 느끼는 것이 왜 중요한가? 어린 최실은 언제나 나에게 말한다. ‘약자에게 다가가는 것으로 많은 일을 해결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일, 이제부터 살아갈 아이들의 일도 생각하는 세상으로 된다면 자연히 세계평화도 찾아오게 될 것이다’라고 진맥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 작품은 "소수자가 어떻게 다수자의 세상에서 문학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생각하게끔 그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역설했다.

이날 신문봉 서울대학교 박사과정이 사회를 본 가운데, 전은주 연세대학교 박사, 김승화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김은하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최해선 칸세이가쿠인대학교 박사수료생 등이 토론을 맡았다.

본 행사는 아시아발전재단과 서울글로벌센터, 재한동포문인협회, 동북아신문이 후원하였는데, 서울글로벌센터 김정화 센터장과 김설화 중국 담당자 등 내빈을 포함하여 재한조선족유학생 및 중국동포문인 약 70명이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오후 2시부터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진행한 ‘제5회 한중국제문화교류대전’ 컷팅식에 참석해 ‘아름다운 예술’의 시간을 함께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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