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약력 :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대학원 박사연구생, 북한김일성종합대학 조문학부 객좌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고전국어전업 박사, 한국 배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객원교수- 사천대학교 박사후 과정, 연변대학조문학부 교수, 현재 프랑스 모대학교 교환교수- 수필가, 평론가. 저서 다수.

[서울=동북아신문] 하얀 스타킹, 까만 스타킹… 엇갈려 안겨오다가 하나로 융합되어 안겨 오는 스타킹… 하얀 스타킹-조선미스들이 많이 신는 것, 까만 스타킹-한국미스들이 많이 신는 편. 조선미스들, 한국미스들 스타킹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임. 추운 겨울에도 스타킹 하나로 견디는 미스들. 스타킹 하나에 천쪼박 같은 치마 하나면 다다. 치마에 스타킹, 특히 미니치마에 스타킹이 잘 어울린다. 푸른 장딴지에 미니치마만 달랑 입은 또는 스타킹 신고 바지 입은 정상 참 꼴볼견. 촌놈! 그래서 조선미스들, 한국미스들 치마를 좋아하기도 마찬가지임. 단지 무릅을 기준으로 그 길이의 차이가 좀 날뿐. 조선미스들은 무릅을 약간 덮을 정도, 한국미스들은 전형적인 미니치마-무릅 위로 올라가 있을 정도. 조선, 한국여자들은 전통적으로 바지라는 것을 모르고 통치마바람으로 살아 왔음. 치마는 우리 여자들거야! 무슨 스커트 같은 것은 근간의 얘기고… 미니치마를 스커트라고 우기는 사람은 뛸 때 없는 우리 중국에서 골빈 놈을 많이 비꼬아 말하는 崇洋媚外. 조선에서는 전반 사회적 분위기가 여자들의 치마 바람을 제창. 여름에 여자바지 입는 것을 단속하는 규찰대까지 활약. 미스들은 이런 것에 편승하여 아래로 내려 처지는 전통통치마바람을 위로 올리붙는 현대적인 미니 치마 바람으로 승화시켰음. 미스의 젊음을 잘 살렸다. 미스의 미가 톡톡 튄긴다.

 나는 미스 스타킹-치마를 따라 다니기 좋아한다. 평양, 서울 가서 아무 할 일 없이 거저 미스 스타킹-치마뒤만 따라 다닌게 바로 나다. 잘록한 허리에 애처롭게 걸려 하늘거리는 보자기만한 천쪼박 하나, 그리고 이 천쪼박 하나에 팽팽히 묻어나는 율동적인 사과두쪽-향긋하다. 그리고 위로 바싹 올리붙는 미니치마에 돋보여 퉁퉁할 지라도 미끈하고 훤칠해 보이는 다리… 너는 분명 다 내여 주고 드러낸다. 그러나 너는 분명 또 감싼다. 갸날픈 미니치마에 스타킹이나마! 그래서 너는 적나나하고 원색적이 아닌 보일락말락, 알릴락말락한다. 여기에 삼촌(세치)짜리 빼딱 구두 신고 일자걸음으로 딱딱 걸어가면 너는 도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미친다. 도고한 너를 꺾어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환상의 소나타를 펼친다. 미스, 잠간만… 저 치마, 스타킹 속 밑은 무엇? 순간적인 나그네의
엄큼한 생각. 그러다가 터지는 감탄! 자기도 모르게 연발적으로 터지틑 감탄! 아, 너는 미의 화신 비니스! 미스 스타킹-치마, 보기에 시원하다. 무더운 삼복철 여름에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냉수 한 그릇 마신 듯 하다. 미스 스타킹-치마 좋다, 좋아!

  그런데 까딱 잘못하면 속살 드러나 미는 깨여지고 미스는 실격하기 삽함. 미스 스타킹-치마의 옥에 든 티. 그 누가 말했던가? 미는 한순간이고 지키기 어려운 것이라고! 시내 버스나 지하철 걸상 같은 데 앉은 미스 스타킹-치마들, 미를 지켜려는 몸부림 사뭇 치열하다. 평양의 미스들 누가, 특히 엄큼한 나그네들 볼새라 눈을 살풋이 내리 깔고 긴장하게 올라가 붙는 미니치마를 가다듬은 두 다리 위로 팽팽하게 끌어내린다. 서울의 미스는 좀 앙큼하다. 속은 얼어들면서도 겉으론 아무런 척도 하지 않음. 무릅 위 속살을 좀 드러낼지라도 두 다리를 포갠다. 이것이 좀 편한 편이다. 그리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도고한 체 앉아 있는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평양미스, 서울미스 같은 행위자세. 미니치마 깃을 살짝 내리누르며 스프링 튕기듯 순간적으로, 폭발적으로 일어남.

  그리고 추운 겨울 미스 스타킹-치마 춥기는 마찬가지. 평양, 서울 시내 버스역에서 차를 기다리며 낯이 새파래 오돌오돌 떨고 있는 미스 스타킹-치마. 애처로와! 한 떨기 봄날의 꽃이 눈서리 속에서 몸서리치는 것 같은 그 애처로움에 어느 사나이들 무심하랴! 달려가 안아 주고 덮어 주고 싶은 미스 스타킹-치마. 그러나 나는 그 꽃이 스르질라 차마 그러지 못한다. 나는 알고 있다. 너희, 미스 스타킹-치마들은 그 가냘픈 몸이나마 퍼포먼스-행위예술을 출연하고 있음을! 유미주의 경지를 펼쳐 보이고 있다. 미의 신념, 의지의 강자들. 꽁꽁 얼어붙고 닫히고 스러진 삭막한 죽음의 계절에 너희들은 미를 환기시키고 삶의 희열을 안겨 준다. 아, 미의 사절, 미의 여신들!

 

                   조선사람과 푸른색             

                                              

   벌린과 케이라는 학자가 <Basic Color Termes>란 논문에서 세계 여러 민족의 「푸른색」이란 말이 차지하는 색역(色域)의 폭을 면적으로 그려놓은 것을 볼 때 우리 조선민족의 푸른 색역이 유별나게 넓음을 알 수 있다. 푸른색을 중심으로 색상의 추이를 보면 황(黃), 황록(黃綠), 취(翠), 녹(綠), 청(靑), 벽(碧), 회(灰), 흑(黑)의 8단계로 조금씩 옮아간다. 이런 색상의 추이각도에서 중국, 일본, 미국, 조선사람이 푸른 색 하나를 두고 느끼는 색역을 보면 다른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국 사람은 록, 청의 2단계 10단위 면적을 뜻하고, 일본 사람은 록, 청, 벽의 3단계 25단위 면적을 뜻하며, 미국 사람이 황록, 취, 록의 3단계 50단위의 면적을 의미한데 비해 우리 조선 사람은 황록, 취, 록, 벽까지 4단계 1백13단위의 면적으로 가장 광역의 색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로부터 우리 조선사람은 무지개에 관한 현대과학의 칠색 스펙트럼이라는 물리적 지식이 보편화되기 전 전통적으로는 무지개의 일곱 빛깔 가운데 청색좌우에 있는 녹과 남(藍)이 푸른빛에 포함되어 오색 무지개라 불렀던 것이다. 이것은 우리 조선민족이 푸른색으로 여러 색깔을 아울러 지칭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푸른 하늘 은하수‘하듯 우리는 하늘색도, ‘청산에 살으리랏다‘하듯 초록색도, ‘두만강 푸른 물‘하듯 물빛도 푸르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를 보면 중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어구인 ‘靑山綠水‘, ‘藍天碧海‘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중국 사람은 우리 조선사람들처럼 초목의 록은 청에 포함시키지만 물빛은 록이나 벽으로 청과 분명히 구별시키고 있다. 그리고 하늘색도 남으로 청에서 분명히 구별시키고 있다. 이외에 중국어에서 ‘靑牛‘를 ‘黑牛‘, ‘靑眼‘을 ‘黑目‘로 인지하는 것을 보아 푸른색에 검은 색을 포함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靑い空‘, ‘黃綠色の山‘, ‘藍色の海‘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하늘색은 푸른색으로 우리와 공통된 특징을 보이고 초목의 색과 물빛은 각각 초록색과 남색으로 푸른색에서 구별해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푸른색에 해당하는 ‘blue‘로 우리 조선사람들처럼 하늘색과 물빛을 아울러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green‘으로 초록색을 나타내며 푸른색에서 구별해내고 있다.        

    색채학에서 보면 색채에 대한 매개 민족의 부동한 이미지 및 느낌은 그 민족이 살고 있는 기후, 풍토와 밀접히 관계되고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매개 민족의 생존환경에 있어서의 색채의 분포는 그 민족의 색채 이미지 및 느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위도가 높은 중부 구라파, 북부 구라파는 대체로 기후가 춥고 음산한데다가 태양열이 약해 나무나 숲 등 초목이 흑청(黑靑)색으로 음산하다. 그래서 그런지 구라파사람들에게 있어서 ‘blue‘란 말의 이미지는 음산 일변도다. 악마를 나타낼 때 ‘blue devil‘라 하고 여자들의 우울한 생리일을 ‘blue day‘라 하며 휴일 다음 우울한 출근일에 해당하는 월요일을 ‘blue Monday‘라고 한다. 그리고 어떤 색깔에 대한 민감도 및 선호도 등도 주변 생존환경의 색채상황에 의해 절대적으로 좌지우지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푸른 색-녹색이 전혀 없는 중앙 아시아나 아랍 지역에서 그들의 회교사원을 청록색으로 한 것은 바로 녹색에 대한 갈망의 표시인 것이다. 약 1백50여 개의 유엔 가입국가들 중에서 자기네 국기에다 녹색을 쓴 나라는 40여 개 국으로, 국기에 쓰는 빛깔가운데 녹색은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붉은 빛이 20개인데 비해 배나 많은 셈이다. 그 녹색 국기사용 국가의 분포를 보면 인도, 아랍 국가들 그리고 아프리카 제국 및 중남미, 소수의 지중해연안 국가에 집중된 것으로 녹색과 인연이 먼, 그래서 녹색갈망의 건조기후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또한 색맹과도 관련되고 있음이 확정되고 있다. 이를테면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의 녹색 결핍은 녹색맹 비율 9프로로 이어진데 반해 상대적으로 녹색이 풍부한 조선, 일본의 경우는 4프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푸른 색-녹색은 분명 생명의 색이다. 우울하고 신경불안을 촉발하는 ‘blue‘의 세계에서 녹색은 그 반대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한다. 이를테면 자살 명소인 런던 템즈강 다리에 녹색 칠을 했더니 자살자가 감소했다는 사실이나, 운송 회사에서 종전의 암회색(暗灰色) 컨테이너를 녹색으로 바꿔 칠했더니 사고가 줄었다는 등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당구대나 서양 장기의 바닥이 녹색이며 야구장이나 축구장을 녹색으로 한 것도 녹색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녹색결핍풍토의 고육책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반도의 색채분포를 보건 데 푸른 색-녹색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느 다른 색깔보다 크다. 산이며 들판이며 온통 녹색으로 뒤덮인 자연 속에서 가장 자주 접하고 살고 있는 것이 녹색이다. 그 만큼 천혜의 은총을 받고 있다고 해야 하겠다. 바로 이 풍부한 녹색 때문에 조선사람은 정신질환이나 알코올중독자의 비율이 구라파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것도 이 녹색이 톡톡히 한몫 하는 줄로 알고 있다.

  조선사람이 녹색을 갈무리한 가장 광역의 푸른색을 누린 것은 알게 모르게 푸른색의 효용을 그 만큼 잘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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