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신문=중국신문주간 처우광위(仇广宇)]"내가 보기에 협상은 이미 죽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 7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평화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프간 탈레반 협상 대표와의 비밀 회동도 취소되었다.

트럼프는 협상 취소 결정은 최근 카불에서 발생한 공격과 직결된다고 밝혔다. 9 5일 카불의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탈레반이 공격을 가해 미군 1명을 포함해 12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은 살인을 해야만 더 나은 협상 위치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들과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9 8일 협상이 취소된 뒤 앞으로 미국 국민들의 피해와 재산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부터 미국 정부는 도하에서 탈레반과 9차 평화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 아프가니스탄화해사무 특별대표인 할릴자드는 9차 협상이 끝난 뒤 양측은 협상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며 미국은 20주 내에 5,000여명의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협상 중단이 발표되면서 1년 동안 협상을 두고 노력했던 부분은 거의 허사가 되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은 18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출병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그 여파는 오히려 커졌다. BBC에 따르면 2018년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영토 면적은 2014년 이래 최대치에 달했다. 2001년 이후 2,300여명의 미군 병사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잃었다. 2018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직접 쓴 돈은 9,000억 달러가 넘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이후 이 적자투성이인 ‘끝없는 전쟁’에서의 철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2020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가 그 해에 약속했던 것을 급급히 성공시키려고 몰아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진척이 순조롭지 않았다.

우선 미국 정부 내에서 협상 내용이 엇갈리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평화협정 체결로 미국이 철군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9 10일 해임된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둔군을 감축해야 하며 전면 철군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하지만 뒤늦게 정부 내 엇박자를 보도한 뉴스들은 트럼프로부터 ‘가짜 뉴스’라는 비판을 받았다.

두 번째로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 대표를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다는 계획은 미국 내에서도 통렬한 비판을 받았는데 심지어 공화당 내에서도 캠프 데이비드는 알카에다와 탈레반에 대한 미국의 반격이 결정된 곳이라며 ‘9.11’ 이전에 캠프 데이비드를 회담장소로 거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AP통신사는 아프간 한 고위관리의 인터뷰를 통해 아프간 측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분석하였다. 아프간 고위관리는 트럼프가 협상을 취소한 것은 미국과 탈레반이 현 버전의 합의 중 일부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 미국이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설득하여 9 28일로 예정된 선거를 연기하도록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화협정에 대한 의견이 극도로 엇갈리는 점을 감안할 때 극적인 ‘전략’으로 최대 이익을 챙기는 트럼프가 협상 중단을 외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탈레반의 무력 보복 위험성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아프간의 안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9 8일에 말했듯이, 미국 측은 여전히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평화적인 합의에 관심이 있지만 상대방의 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죽은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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