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이 전하는 고사성어 31]천고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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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이 전하는 고사성어 31]천고마비
  • 김태권
  • 승인 2019.09.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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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오늘의 고사성어 <천고마비>의 한자표기는 天高馬肥, 중문표기는 天高马肥, 병음표기는 tiān gāo mǎ féi 이다. 글자풀이는 하늘 천 · 높을 고 · 말 마 · 살찔 비. 뜻풀이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다, 맑고 풍요로운 가을의 날씨를 비유하는 말이다.

두심언(杜審言)의 〈증소미도(贈蘇味道)>에는 이런 시가 있다.

『北地寒應苦 南庭戍未歸
邊聲亂羌笛 朔氣卷戎衣
雨雪關山暗 風霜草木稀
胡兵戰欲盡 漢卒尙重圍
雲淨妖星落 秋深塞馬肥
据鞍雄劍動 搖筆羽書飛
輿駕還京邑 朋遊滿帝畿
方期來獻凱 歌舞共春輝』

이 시를 번역하면 이러하다.

<북방의 추위 매서울텐데
흉노 조정에 간 이는 돌아오질 않고 있네

변방의 소리 오랑캐의 피리소리 어지럽고
북방의 찬바람에 군복이 마르네
비와 눈에 관산이 어둡고
풍상에 초목은 드물어졌네
오랑캐 군대는 전의가 다하고
한나라 병졸들 겹겹이 둘러쌌네
구름은 깨끗하고 요사스런 별도 떨어져
가을 하늘은 높고 변방의 말도 살찌네
말안장에서 영웅의 칼을 움직이고
붓을 휘둘러 격문을 날리네
수레와 말들 도읍으로 돌아오고
친구들 경기 땅에 가득하네
돌아와 승리의 소식을 바치고
노래 부르고 춤추며 봄날의 풍광 함께 하리>

이 시구는 두심언이 군에 입대하여 북쪽 변방에 가 있는 친구 소미도(蘇味道)가 하루 속히 장안(長安)으로 회구하기를 바라며 지은 것인데, 이 시의 ‘추심새마비(秋深塞馬肥)’에서 ‘추고마비(秋高馬肥)’가 나왔으며 이 ‘추고마비’가 ‘천고마비’가 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서 최종적으로 ‘천고마비’로 쓰이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다.

‘추고마비’는 오히려 위의 시보다는 다음의 전적에서 유래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신은 가을이 깊어지고 말이 살찌면 오랑캐들이 다시 쳐들어와 이전의 맹약을 책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臣恐秋高馬肥, 虜必再至, 以責前約)」(송(宋) 이강(李綱) 《정강전신록(靖康傳信錄)》)

‘추고마비’나 ‘천고마비’의 전고는 《사기(史記)》와 《한서(漢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월이면 모든 장들이 선우(單于)의 조정에서 작은 모임을 갖고 제사를 지낸다. 5월에는 농성(蘢城)에서 큰 모임을 갖고 선조와 하늘과 귀신에 제사한다. 가을에 말이 살찌면 대림(蹛林)에서 큰 모임을 갖고 가축들의 수를 비교한다.(歲正月, 諸長小會單于庭, 祠. 五月, 大會蘢城, 祭其先天地鬼神. 秋, 馬肥, 大會蹛林, 課校人畜計.)」(《사기(史記) 〈흉노열전(匈奴列傳)〉》)

이 중 ‘대림’에 대해서 《한서음의(漢書音義)》에서는 「흉노가 가을 토지신에게 제사하는 8월에 모두 모여 제사 지내는 곳(匈奴秋社八月中皆會祭處)」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처럼 ‘추고마비’는 북방의 유목 민족 흉노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광활한 초원에서 봄부터 여름까지 풀을 먹은 말은 가을에 토실토실하게 살이 찌는데, 해마다 가을철이면 그 말을 타고 변방에 쳐들어와 곡식과 가축을 노략질해 갔으므로, 변방의 중국인들은 가을이 되면 언제 흉노의 침입이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선우’는 흉노가 그들의 군주나 족장을 높여 부르던 이름이다.
전적에 비춰보면, ‘천고마비’는 원래 흉노의 노략질에 대한 변방 백성들의 삶의 고통과 절박한 심정을 비유한 말이었으나, 후에 뜻이 변하여 맑고 풍요로운 가을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이 고사성의 쓰임새를 예로 들면 이러하다. “요즘 같은 ‘천고마비’의 가을이면 우리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도 넉넉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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