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승헌

한승헌 :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조중 졸업, 중국 북경대학 일본어학과 3학년.현재 일본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3학년 교환학생.

[서울=동북아신문]며칠 전부터 도꾜는 태풍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소비세 10% 인상 뉴스에 들끓던 도꾜는 곧 다가올 태풍에 눈길을 돌렸다.

가을에는 며칠에 한 번쯤은 꼭 있을 법한 태풍 소식이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듯싶었다. 1010일부터 일본 기상청은 19호 태풍에 큰 관심을 돌렸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처음 화제가 된 것은 태풍 크기의 비교 사진이었다. 한 달 전에 치바현(千葉県)에 상륙해 큰 피해를 입힌 15호 태풍과 19호 태풍의 인공위성 사진이 비교되면서 19호 태풍이 일본을 삼킬만한 크기를 과시해오고 있다는 뉴스였다. 사실상 15호 태풍의 사진은 상륙 시의 사진이었고 19호 태풍의 사진은 해상에서 크기가 제일 클 때의 사진이었기에 19호 태풍의 압도적인 크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 뉴스는 이번 태풍이 8000명의 사상자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한 신문사의 예측 보도였다. 이는 60여 년 전의 슈퍼태풍과 이번의 19호 태풍을 비교하면서 사상 최대의 피해를 예언했다. 이는 기상청의 60년 만의 태풍이라는 기사를 과도 해석한 뉴스에 불과했다.

이런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도꾜의 곳곳의 마트에서 물과 빵이 과소비되고 있었다. 상가 측에서 미처 준비하지 않았기에 매대는 상품이 비어있는 상태가 지속되기도 했다. 그러자 이를 반영한 사진들이 신문사와 네티즌들에 의해 전파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마트를 휩쓸었다.

태풍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은 커져갔고 설상가상 화산 분화의 뉴스, 지진의 뉴스가 떴다. 도꾜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일어난 화산 분화, 바다 깊은 곳에서 일어난 지진이었지만 중국, 한국광 네티즌들에게는 좋은 씹을 거리였다. "다재 다난의 일본", "화산 지진 태풍 한꺼번에"라는 타이틀을 단 뉴스들이 중국과 한국 인터넷에서 춤을 추었다. 거기에 후쿠시마(福島) 핵발전소에 관한 페이크 뉴스까지 춤판에 끼어들어 북 치고 장구 치고 야단법석을 피웠다. 젊은이들도 너도나도 질세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같이 볶아댔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도꾜 시내는 강풍 폭우의 절정의 다섯 시간을 무사히 지나 보냈다. 피해는 하천 범람에 의한 침수 도꾜 주변의 일시 정전, 몇 십 명의 사망자였다. 잔뜩 긴장해서 준비했던 사람들은 태풍을 보내고 나서 허무하다고 탄식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진정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태풍을 재미 삼아 보도하는 자도 아니었고 만반의 준비를 해서 도꾜 시내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는 자들도 아니었다.

이번 태풍으로 피해가 심각한 지역은 역시 막대한 대가를 치렀다. 더구나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는 가슴 깊이 상처를 가져다주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경계태세를 취한 기상청과 정부, 운행을 멈춘 전철, 문을 닫은 상가들이 있었기에 준비된 상태로 태풍을 맞이하여 보다 적은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피해에 관한 보도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지만 페이크 뉴스도 소셜네트워크도 점점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태풍이 지나간 도꾜는 또 다른 '바람'을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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