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천숙

천숙 약력: 중국 벌리현 교사 출신. 집안 심양 등지에서 사업체 운영, 재한동포문인협회 수필분과장. 수필, 시 수십 편 발표. 동포문학 수필부문 최우수상 등 수상.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 된다. 결혼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재산, 지위, 성격, 가치관, 신분, 계급 등이 부여하는 오만이 또 다른 편견으로 이어지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낸다. 이 소설은 19세기 초 잉글랜드 전원 지방을 배경으로 당시 사회상을 묘사하고 있지만,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작가의 세밀하고 재치 넘치는 표현력도 놀랍지만, 그 보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게 진짜 보고 있는 것이 맞나요 라고.

예부터 편견은 예술가의 중요한 화두였다. 그들은 예리한 통찰력으로 편견에 사로잡힌 세상을 날카롭고 위트 있게 꼬집었다.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예리한 통찰력을 가진 화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인간의 화석화된 사고에 충격을 주고 , 편견으로부터 오염되지 않은 날 것의 사고를 자극해 우리 안에 깊이 자리 잡은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그의 그림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갖게 한다. 이 것이 예술의 막대한 힘인 것 같다.

그가 그린 그림들 중에 숲을 배경으로 말을 타는 여인을 그린 <백지위임장>이라는 작품이 있다. 편견이라는 주제를 세심하게 파고 들어간 우수작으로, 그의 모든 그림이 특별하지만 특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한 여인이 말을 타고 숲을 거닐고 있다. 초록이 우거진 숲에서 기분 좋은 청량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 여인과 말, 나무와 숲 모두 어딘가 이상하다. 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아야 할 배경이 투명하게 보이고,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아야 할 여인이 뚜렷하게 보인다. 사물과 배경 모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광경이다. 사물과 배경 모두 어떤 형태의 변형 없이 있는 그대로 그려지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모습이다. 분할된 부분들이 명확하지만 사물과 배경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화면의 깊이가 시각의 혼란을 일으킨다. 착시현상처럼 보면 볼수록 헷갈리고 또 보면 볼수록 빠져 든다.

르네 마그리트 , '백지 위임장' 1965, 캔버스에 유채, 81* 65cm.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마그리트의 그림은 우리가 본 적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세계를 재현한다.
모든 사물이 하나의 세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깨우침을 준다.

현실과 환상의 대립이라는 불가능한 결합을 통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가사의한 미지의 세계로 초대한다. 마침내 모순적인 시공간으로 끌어 들여 내면 깊이 잠재되어 있던 어떤 질문을 꼬집어 낸다.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원인과 결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원인과 결과사이에 있던 수많은 과정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인간의 편견과 선입견을 비틂으로써 순수한 사고를 이끌어 내는 마그리트의 그림은 세상에 대한 시각을 폭 넓게 확장한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우리는 항상 숨겨져 있는 그 무언가를 찾을 줄 알아야 한다. 마그리트는 깊은 통찰력과 날카로운 지력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단일 민족’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2 천 년대 이후 외국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은 여전히 ‘우리’가 아닌 ‘그들’이다. ‘다문화’라는 용어는 또 다른 ‘낙인’이자 ‘차별’로 인식되고 있다. 서양인과의 결혼은 ‘글로벌 가정’으로, 아시아인과의 결혼은 ‘다문화 가정’으로 부르기도 한다. 다문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들은 “제도적인 차별보다 더 무서운 게 인식의 차별”이라고 말한다. 무심결에 던진 편견과 차별은 송곳이 되어 이주민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조선족들에 대한 편견 역시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조선족은 조선말만 할 줄 아는 중국인이다"’며 한민족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조선족사회는 "조국인 중국에 충성하면서도 동시에 조상의 뼈가 묻혀 있는 고국을 사랑해야 하는 딜레마를 갖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대부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현장일과 식당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도 공무원으로 있었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한건의 사건이 터지면 모든 조선족들이 저지른 일 인양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조선족 중에도 유명한 정치인, 기업인, 사업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많이 보되 현혹되지 않고, 오래 보되 보고 싶은 것만 보지 않으며, 자신이 본 것만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볼 수 있다. 선입견에 설득당하지 않고 편집한 시선으로 감상적인 왜곡에 빠지지 않고 나의 옳음에 중독되지 않는 것, 그 것이 편견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