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녀의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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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녀의 암
  • 서가인
  • 승인 2019.10.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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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 서가인

[서울 =동북아신문]   지우는 멍하니 천정을 보며 누워 있다. 천정에 달려 있는 통풍기는 윙윙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얼마나 오래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거미줄에 먼지가 쌓이고 싸여 금방 떨어질 듯 흔들 거린다. 금방이라도 얼굴에 떨어질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

지우는 모로 누웠다. 옆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얼굴이 시커먼 것이 죽은 얼굴이다. 삶을 포기한 듯 눈을 감고 반듯이 누워 있다. 지우는 흠칫 하였다. 가족이 없는지 아니면 그녀 처럼 집에 알리지 않고 혼자 왔는지 알 수 없다.

지우는 병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 길지 않은 복도는 컴컴하고 조용했다. 간혹 의료용 모자에다 마스크 그리고 수술용 장갑을 낀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알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 눈만 빠끔히 내놓고 지나 간다. 지우는 으슬으슬 몸이 떨려왔다. 왜서 전신 무장하고도 그를 보더니 휙 하고 빨리 지나가는 걸까… 

지우는 의사 사무실을 찾았다. 문이 안으로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렸다. 한참 있더니 문 옆에 있는 작은 창구 하나가 열렸다.
“무슨 일이오?" 여전히 눈만 보이는 사람이 말을 물어 왔다. 목소리는 여자였다.
“오늘 들어왔는데요 병실을 좀 옮겨 주면 안 될까요.”
“안돼요.”여자의 목소리는 칼 같았다.
“어떻게 한 병실을 남녀가 같이 쓸 수 있어요?”
“병실이 얼마나 긴장 한 줄 아오? 하여튼 지금은 없소”
덜커덕하더니 창구가 닫혔다. 지우는 흠칫하고 몇 초 동안 서 있다가 창구에 다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왈가닥 창문이 열렸다. 
눈썹 아래까지 눌러쓴 병원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개구리 눈알같이 생긴  눈이 금방 튀어나올 듯 그녀를 노려 본다.
“또 왜 그러오”
“저는 절대 그 병실을 쓸 수 없어요.” 

지우는 병실에 들어갈 때 침대 사이에 커튼이 드리워 있어서 당연히 여자 환자가 있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할 수 없소. 내일 낮에 와 보시오.”
“그런데 여기는 무슨 곳이기에 모두 마스크에다 장갑까지 끼고 있어요? ”
“여기가 간염 병원인 걸 모르고 들어오진 않았을 거고, 이름이 뭐요?” 의사는 묻는다.
지우가 이름을 대자 개구리눈을 가진 의사는 컴퓨터 건반을 몇 번 두드렸다.
“검사한 것이 아직 다 안 나왔으니 내일 주임 의사님께서 회진할 때 알려 줄 것이오"

지우는 병실에 돌아와 환자복을 벗어놓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왔다.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일은 또 와야 한다. 오늘은 집에 가지 않고 호텔에서 자기로 마음먹었다.
황금빛 저녁 노을이 서서히 진다. 가로등과 병원 건물을 비추는 네온등이 일제히 켜지면서 11층의 병원 건물은 웅장한 모습을 나타낸다.
푸른 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흰 건물은 신비스럽고 침범할 수 없는 고귀한 모습으로 보인다. 그녀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三甲 병원이라는 곳의 병실이 더럽기가 병 고치려 들어갔다가 십상 팔구는 송장이 돼서 나오겠다하고 생각했다.

지우는 한참이나 서서 붉게 물든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몸이 나른하고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 상태가 열흘이 넘게 계속되자 그녀는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신체검사를 앞당겨 하였다. 검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검사 중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谷丙转氨酶 수치가 너무 높으니 빨리 큰 병원에 가보라는 것이다. 수치가 높으면 무슨 병이냐고 물으니 간염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였다. 그길로 차를 돌려 제일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 의사한테 병을 보고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지우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엄마는 지우를 집안의 기둥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아프면 동생들을 누가 돌보겠는가... 지금쯤 누가 간염에 전염되지 않았는지 걱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지우는 엄마에게 전화하여 갑자기 출장을 가서 며칠 걸릴 거라고 하였다. 종종 있는 일이어서 엄마는 그러려니 하였다. 동생들은 다 잘 있냐고 물었다. 엄마도 어디 아프지 않냐고 물었다. 지우의 엄마는 아침에 나가서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있겠냐고 그러면서 도리여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 온다. 지우는 더 말하다가는 탄로가 날 가봐서 지금 바쁘니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였다.

직접 간염과에 가서 빨리 입원 수속을 해달라고 막무가내로 밀어 부쳤다. 의사도 빨리 그녀를 방에서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수술용 장갑을 낀 손으로 알아볼 수 없는 아랍어를 몇 줄 써서 그녀에게 주었다. 지우는 낚아채듯 종잇장을 받아들고 잰 걸음으로 밖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닫으며 안쪽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봉안과 마주쳤다. 봉안은 그때까지 젊은 그녀의 뒤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봉안의 눈에는 아까운 눈빛이랄까 알 수 없는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우는 5성급 호텔을 찾아 이튿날 점심까지 실컷 잤다. 이상하게도 꿈도 없었다. 협탁에 놓여 있는 전화벨이 요란스레 울리지 않았으면 아마 그냥 잤을 것이다. 어제 하루를 예약하고 들어왔으니 프런트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조금 있다 내려가서 하루 더 연장하겠다고 하였다.

오후 세시쯤 해서 병원에 갔다. 간염과 주임 의사는 지우를 보더니 핀잔을 준다. 회진 때 침대에 없었으니 화 낼 만도 하였다. 어제 당직을 선 애꿎은 의사만 꾸중을 들었다. 주임의사는 마스크를 내렸다. 지우는 직감으로 내가 여기 있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간에는 문제가 없고 담낭에 문제가 좀 있으니 다른 과로 가보라고 하였다. 지우는 믿지 못하겠다고 담낭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주임 의사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하수도가 막힌 것처럼 담낭이 막혔소”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큰 문제는 없겠네요.”지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소. 다른 과로 넘길 테니 그곳에 가 보시오"
마스크를 내린 주임 의사는 준수하게 생겼다. 지우는 기쁜 나머지 그 얼굴에 뽀뽀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냥 이대로 집으로 돌아갔으면 지우는 평생을 두고 후회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자기주장이 또렷하고 모든 일을 침착하게 해나가는 지우였다. 
그런데 지우는 무엇에 홀렸는지 간염과 주임 의사가 써준 쪽지를 들고 한 병원 다른 건물에 있는 외과 3분과를 찾아갔다. 주임의사는 작달막한 키에 얼굴이 둥근 중년 의사였다. 사무실에는 환자인듯한 사람과 가족인듯한 사람 몇이 3분과 주임 의사와 상담하고 있었다. 그녀는 쪽지를 내밀었다. 의사는 상담하던 사람들 보고 생각해 보고 다시 오라고 하였다. 강주임 의사는 몹시 상냥했다. 그녀를 직접 데리고 의사 사무실로 갔다.

“도의사, 빨리 이분에게 병실 침대를 하나 내주시오”
“네. 알겠습니다.”
도의사는 주임이 데리고 온 환자이어서인지 조심스럽게 그녀를 데리고 한 바퀴 돌면서 수속을 하더니 마지막에는 간호장한테 지우를 맡기고는 돌아갔다. 
지우는 가운데가 푹 파인 둥근 테이블에서 제일 가까운 병실에 안배되었다. 
간호원들은 푹 파인 테이블 안에서 일들을 보고 있었다.

병실은 생각 밖으로 깨끗했다. 지우는 쓸데없이 간염 건물의 병실과 비교하면서 지옥과 천당의 차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녀는 그 후 지옥은 여기가 진짜 지옥이라는 것을 알았다. 
창문 쪽의 침대는 수시로 창문을 열고 공기를 바꿀 수 있어서 좋았다. 환자복을 갈아입고 숨도 돌리기 전에 각종 검사가 시작되었다. 
다음 날, 내일 수술하니 저녁을 먹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우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로펌에서 일하는 유일한 친구인 선희한테 전화를 했다. 
“이런 일은 이제야 말하면 어쩌니? 너 친구 맞니?”
"그렇게 됐어"
“퇴근하고 갈 테니 기다려”
선희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것들을 잔뜩 사들고 왔다. 지우는 곱게 눈을 흘기면서 선희를 핀잔했다.
“내일 수술하고 나와서 먹으면 되잖아”
“그래, 알았어” 지우는 예전처럼 선희와 수다를 떨며 과자 같은 것을 먹고 싶었다
선희는 늦게까지 있다가 당직 간호사가 문 닫을 시간이 됐다고 내쫓는 바람에 마지못해 돌아갔다.

지우가 수술실에 갔다가 병실로 돌아왔을 때는 닷새 후였다. 선희는 휴가를 내고 그녀의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선희의 말로는 수술을 한번 했는데 여섯 시간 후 모세 혈관이 터져 배 안에 피가 가득 고이는 바람에 다시 배를 가르고 처치하느라고 큰 수술을 두 번 한 셈이라고 하였다. 두 번째 수술에 들어갈 때는 강주임 의사의 말은 수술하고 24시간만 버티면 살수 있고 버티지 못하면 할 수 없다고 했다고 선희는 엉엉 울며 며칠 전의 일을 이야기한다. 지우는 선희의 눈물을 닦아주다가 같이 울음을 터드렸다. 간호사가 황망히 뛰어와 그녀의 배를 살짝 누르며 수술 자리가 아직 안 아물었으니 배에 힘주면 안 된다고 달랜다.

중증 환자실에서 닷새나 있다 온 그녀는 살아 있다는 게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때 그는 꿈인지 생시인지를 분간 못하였다. 이렇게 죽으면 끝인가 죽는 것이 이런 것인가… 그러나 느낌은 기억할 수가 있었다. 팔과 다리가 참대에 묶여 있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아무리 말해도 간호사들은 듣지 못했는지 눈길도 안 준다. 참으려고 해도 항문이 열려서 닫히지 않는다. 의식이 점점 흐려진다. 끈적한 것이 다리 사이로 흘러 내린다. 

넓고 긴 사무실이다. 양옆에 긴 소파들이 놓여 있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오간다. 한 소파에는 연두색 저고리에 깜장 치마가 펼쳐져 놓여 있다. 의식이 몽롱해진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교수 부부와 같이 산을 오른다. 그런데 아직 산꼭대기까지 가려면 한참 가야 하는데 높은 장벽이 앞을 가로막아 올라갈 수가 없다. 같이 산을 내려왔다.
의식이 점점 돌아왔다. 몸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으나 말을 하면 간호사들이 다가온다.
강주임 의사가 회진을 왔다.
“정신이 좀 드오”
“네”
“그럼 됐소. 이제는 천천히 회복하면 되오”
“내일 일반 병실로 옮기시오. 그리고 중점적으로 보살피시오”
강 주임의사는 도의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일반 병실에 와서야 그녀는 자신이 걸린 병이 악성 종양이고 십이지장구(十二指肠球)에 있는 종양을 떼여 냈다는 것을 알았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담낭이 막혀서 소통을 시키는 작은 수술이라고 하여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십이지장과 붙어 있는 위를 절반 잘라냈고 담낭도 제거했다. 십이지장도 절반이나 없어졌다. 이것은 일 년 후 재 검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악성 종양은 수술 후 한 달에 한 번씩 이틀 동안 화학 약물 치료를 받는데 지옥 문까지 같다오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업계에서는 여섯 번 하는 것이 관례다. 지우는 세 번 만에 하지 않겠다고 강 주임의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뜻밖에 강 주임의사는 순순히 응낙하였다. 

도의사는 매일 회진이 끝나면 와서 배를 살펴본다. 붕대를 새것으로 바꾸고 약을 발라준다. 한 달을 꼼짝 않고 반듯이 누워 있다 보니 지우의 근육은 다 빠져 버렸다. 한 달이 되는 어느 날 강 주임 의사가 회진하다 그녀를 보더니 이제는 일어나서 걷는 연습을 하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생명력이 정말 강하오.”라고 말한다. 지우는 강주임 의사의 말을 격려로 받아들였다.

병원에 누워 있다 보니 눈치만 늘었다. 어제 들어온 환자가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하여 설복 중이다. 수술을 하면 50에서 70만 원이 들어온다는 말을,  강 주임의사와 부 주임 의사가 하는 말을 어떻게 엿듣게 되였다.
병원에 입원하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침대가 없다고 하여 한 달하고 열흘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배 안에 고름이 생겨 배에 구멍을 뚫고 한쪽은 고무관 한쪽은 비닐 주머니를 차고 몇 달를 지냈다. 사흘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소독하고 비닐 주머니를 바꾸었다. 왠지 간호사가 할 일을 항상 도의사가 맡아서 소독해주고 붕대를 바꾸어 주었다. 젊고 잘생긴 남자 의사가 해주니 지우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선희는 지우 보고 혹시 좋아해서 그런가고 엉뚱한 말을 했다. 그럭저럭 배에 꽂혀 있던 고무관도 석 달 만에 뽑으니 지우는 살 것 같았다. 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가다가 열 달 만에는 약도 먹지 않게 되였다.

10년 전에 보험을 든 것이 한목을 하였다. 그러나 턱없이 모자라 통장에서 20여만 원이 빠져나갔다.
일 년 후의 어느 날, 지우는 수박을 먹은 후 갑자기 배가 비틀리면서 아파 땅바닥을 헤매었다. 막내 남동생이 구급차를 불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응급실에 당직 서는 의사가 셋인데 그중 한 명이 도 의사였다. 
그녀를 보더니 몹시 놀란듯하더니 내과 의사 옆에서 거들었다. 주사를 맞고 응급실 간이침대에 누워 반 시간 관찰 후 떠나라고 하여 누워 있는데, 도의사가 지우에게 다가왔다.
“저 일주일 후에 미국에 갑니다”
“출장이군요”
  "아니요. 저 이제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시간 있으면 다른 병원에 가셔서 정밀 검사 한번 받아 보십시오.”
반 시간이 지난 후 지우는 떠나려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도의사는 문밖까지 따라나왔다.
“정말 미안합니다”도 의사는 이상한 말을 했다.
그러면서 돌아서 가는 그녀의 등 뒤에 허리 굽혀 절을 한다.
한 달 후 그녀는 다른 전문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십이지 장구(十二指肠球)에는 종양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서가인 / 재한동포문인협회회원
서가인 /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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