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칼럼니스트

우상렬 약력 : 연변대학조한문학원 비교문학연구소 소장‧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박사생 도사(导师), 연변작가협회 이사. [연구방향] : 중조일문학연구. [주요 강연 과정]: 글쓰기 기초, 문학 개론, 미학 개론, 문학 비평 방법론 등. [저서] : 2009년 조류와 한류의 비교문학 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2009년 7월~2009년 12월) , 2015년 국가사회과학원기금 중점입찰사업 20세기 동아시아 항일서사정리 연구 자과제(子课题) 담당자 등 10부.

[서울=동북아신문] 우리는 불신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서로 믿지를 못하는 듯하다. 서로 똘똘 자기 울타리를 쌓는 개인지간에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공적인 기관들에서도 그런 것 같다.

신성해야 할 우리 대학가를 보자. 기말시험이라도 친다고 하자. 그러면 비상사태가 걸린다. 시험 감독에 나선 교수님들은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잡아내기에 두 눈이 화등잔만 해서 앞뒤로 뛰어다닌다. 학생들 자율에 맡겨 시험을 보게 하기에는 도저히 못 믿겠다는 태도다. 학생들 또한 그렇다. 조금이라도 감독을 소홀히 하면 부정 시험을 치르는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학생들이 교수님들의 신뢰에 부응할 만큼 믿음성이 결여되어 있다.

기차여행을 떠난다고 하자. 그런데 점점 기분이 찜찜해 진다. 대합실에 들어갈 때 표를 체크하지→플레트홈에 나갈 때 체크하지→기차를 탈 때 체크하지→키차에 타서 체크하지→기차를 내려서 역전을 벗어날 때 체크하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자화상이 아니던가. 온통 체크, 체크에 기분은 점점 잡쳐진다. 범죄자취급을 당하는 느낌이니 말이다.

오성급 호텔에 들었다고 하자. 환경도 아늑하고 서비스도 좋아 그럴듯했다. 그런데 아침에 체크 아웃할 때 딱 기분을 잡친다. 카운트 보이가 방청소원한테 무선대화기로 “차아팡(査房)”라고 말한다. 몇 호실 손님방을 검사하라는 것이다. 방안에 무슨 잃어버린 물건이라도 없는가고 말이다. 마치 손님이 도적이라도 한 듯이. 이때면 정말 열 받는다. 여기에 기차시간이나 비행기시간이라도 빡빡해 날 때는 정말 환장할 지경이다.

나는 현재 우리는 전반적인 불신시대에 산다고 생각한다. 참,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아마 우리 사회주의 핵심가치 체계에 '성신(誠信)'-성실함과 믿음성을 넣은 줄로 안다.

현재 실로 시급히 필요한 것이 '성신(誠信)'의 가치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일단 사람은 못 믿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사람은 믿을만하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전통적으로 보면 우리에게는 동물은 구해주고 키워주면 보은을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다. 이런 내용의 옛 이야기도 많다. 사실 인간은 조금이라도 누가 믿어주면 기적을 창조할 수도 있다. 이른바 칭찬이 그렇다. 우리말에 짧은 바지 춰준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사실 좀 부족하더라도 긍정적인 면을 춰준다면 더 잘 하는 법이다. 우리에게는 또 강물에 뜨 가는 구렝이를 보고 용, 용 하니 진짜 용이 되어 하늘로 솟아 오르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 칭찬에 인색할소냐? 칭찬의 이런 효력 때문에 칭찬 위주의 교육은 바람직하다. 특히 나이 어리면 어릴수록 말이다. 그래서 교육계에는 이런 말이 나돌기도 한다. 니가 된다 하면 되고 안 된다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어에는 “사위지기자이사(士爲知己者而死)”라는 말이 있다. 즉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사명배군자(舍命陪君子)-목숨을 버려서라도 군자와 같이 한다는 말이 된다. 될성부른 나무, 즉 “감인지식(感人之識)”-첫 눈에 사람을 알아보고 믿어주고 밀어줄 때 실로 죽음까지 불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4일 연변대학에서 주최한 재한조선족문학포럼에서 우상렬 교수가 발제를 하다.(오른쪽 두 번째)

물론 '성신(誠信)'시대를 구축하는 데는 강제적인 수단도 필요하다.

유럽 선진국들에서 이런 수단을 많이 취한다. 사람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곳곳에 개인 신상정보 등록이다. 여기에 CCTV몰카다. 일단 찍히면 최소한 벌금이다. 곳곳에 감시의 눈이 도사리고 있다. 꼼짝달싹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사람이 숨이 막히고 불안해서 못 산다. 그리고 사람을 충분히 믿고 자유를 주는 듯하다. 예컨대 프랑스의 경우 표 없이 버스나 지하철을 마음대로 탈 수 있다. 그러다 일단 어느 날 돌연히 닥친 단속반에 잡히면 적어도 30배의 벌금을 안긴다. 또 그리고 보다 유한 방법으로 전반 사회에 신용을 으뜸 가치로 내세우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신용을 잃고는 하루라도 살아가기에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신용을 지킬 때 은행에서 마이너스대출까지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게 한다. 이 신용이란 바로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하지 않던가.

'재한조선족문학창작위원회 성립 및 문학연구세미나'가 지난 5월 24일 오전, 연변작가협회(주석 정봉숙)와 연변대학교 '조한문학원비교문학연구소'(소장 우상렬)의 주최 하에 중국조선족 학계, 문학계, 언론매체 인사 약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변대학교 과학기술청사 8층 제4세미나실에서 성료됐다.

사실 불신시대를 불식하고 ‘성신(誠信)’시대를 구축하는 데는 우리의 전통적인 칭찬이나 “감인지식(感人之識)”의 당근적인 논리와 감시, 벌금, 신용(물론 신용에는 당근의 논리도 있지만)적인 채찍의 논리를 유기적으로 구사해야 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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