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주최

[서울=동북아신문]동방문학 발행인 이시환 시인이 제39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문학 부문) 을 수상해서 한국문단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시환(1957 ~ ) 시인은 1980년도에 개인 시집 「그 빈자리」를 펴내고 1988년과 1989년에 계간지 「시와 의식」과 「월간문학」을 통해 시와 문학평론으로 각각 데뷔한 이래 지금껏 천여 편의 시를 포함하여 문학평론집・종교적 에세이집・여행기・논픽션・명상법 등 30종 이상의 개인저서를 펴낸 중견 시인이다. 그동안 설송문학상・한국평론가협회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한맥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지만 모두가 문학평론 분야로 받았다. 시인으로서 문학상 수상은 올해가 처음이라는데 그의 저서를 읽고 적지 않은 시인・문학평론가들이 쓴 평문들을 모아 펴낸 책이 2종이나 있다. 특히,  그 가운데 한 권인 『니르바나와 케노시스에 이르는 길』(2016)이란 두툼한 책은 심종숙 문학평론가의 개인 평론집으로 이시환 시인의 시 작품만을 분석 대상으로 연구한 책이다.

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받게 된다는, 이번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의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문학부문 수상에 대해 소감을 미리 들었는데, 이 시인은  "누군가가 나의 문장을 읽으며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따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올 때가 가장 소중한 선물을 받는 기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술평론가들과 예술인들의 단체인 ‘한예평’에서 주는 상이라 각별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수상 시집 『빈 그릇 속의 메아리』에서 어떤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드냐고 묻자 이 시인은 ‘시 작품은 이미 던져진 것이고, 독자들의 안목과 그릇대로 느끼고 그에 따른 평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대개는 다르게 말들 하지만 독자들로부터 제일 많이 언급된 작품이 「정묵치도」와 「모래시계를 들여다보며」그리고 「바람의 언덕을 오르며」순이라고 했다. 이들 세 편 가운데 두 편을 소개한다.

 

靜默治道(정묵치도)
이시환 작

 

쓸쓸하기 그지없는
외진 바닷가 횟집 안에 내걸린
초라한 목판조각에 새겨진
네 글자, 靜默治道(정묵치도)가 어른어른
등 굽은 노인양반처럼 지팡이를 짚고서
내게로 다가오네.

아침나절에 배를 타고 나가
낚시로 잡은 물고기만을 저녁에 판다는
주인 내외가 차려준 한 상을 받고 보니
내게는 분명, 분에 넘치고 넘치나
깊은 바다의 싱싱함이 물씬
입 안 가득 넘실거리네.

그 맛에 홀리고
그 인심에 반하고
그 우스갯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그 ‘한 잔만 더’에 취해서
그 집을 나와 갯바람을 쐬는데
내 둥둥거리는 발걸음마다
얕은 바닷물이 철썩, 철썩거리네.

깊은 바다 속 풍파를 다 짓눌러 놓고
아니, 아니, 세상 시끄러움을 깔고 앉아서
두 눈을 지그시 내리감고 있는,
靜默治道(정묵치도) 난해한 네 글자가 제각각
한 폭의 그림 속 백발의 늙은이 되어
비틀비틀 내게로 다가오네.

 

모래시계를 들여다보며
이시환 작

 

주인 몰래 몸속으로 들어와 내 생명의 빵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생쥐 같은 놈을 드디어 찾았는데 문제는 그 녀석을 붙잡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하도 약삭빠르고 작아놔서 살금살금 다가가 몽둥이로 내려칠라치면 쌓아놓은, 우리들의 양식 쌀가마니 틈새로 잽싸게 들어가 숨어버리기 때문이다.

내 이 놈을 산 채로 잡으려고 그가 다니는 길목마다 이런저런 덫을 놓아도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니 내 몸 안에서 내 생명을 갉아먹는 소리가 들려도 신경을 곤두세울 뿐 뾰족한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도 내 위장의 벽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이놈의 생쥐 같은 시간(時間)과 한바탕 숨바꼭질을 하고나면 그놈의 배설물이 한 움큼씩 내 몸 안에 쌓여간다.


작품 「정묵치도」는
①“이야기가 있고, 시가 있고, 시가 그림을 그리며, 깨달음을 주는 아름다운 시”라는 평과, ②“길을 다스리는 것은 ‘정묵(靜黙)’인데, 그 정묵이 ‘지팡이를 짚은 백발 늙은이’로 길을 걸어오고 있군요. 나로 하여금 저절로 무릎을 치게 만든다.”라는 시인과 문학평론가들의 호평(好評)을 받았으며,  작품 「모래시계를 들여다보며」는 ①시간과 생명과의 관계를 모래시계 속의 모래알과 생쥐로 연계시켜서 형상화한 수작이자 문제작으로 평가 받은 바 있다.

수상 시집인 『빈 그릇 속의 메아리』에 대하여 이신현 교수(성결신학대)는 「아버지와의 이별과 위로 걷기의 미학」이란 평론에서 “직접적인 고백이 비움과 낮아짐으로 나타나고, 시의 내용들도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발견으로 이어지며, 시를 구조(構造)하는 이야기들이 긴장상태에서 해방됨으로써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작아보이는 것들의 소중함, 영안(靈眼)이 열린 듯한 환상들이 시의 감동원을 조성하는, 다양한 소재와 이미지들이 새롭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관식 문학평론가는,  이 시인의 시집이 「참 문인의 존재가치 실현을 위한 몸부림」이란 평론에서 “시가 마음을 담는 그릇으로 소유보다는 존재가치의 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면서 “참 문인의 길을 외롭게 걷는 시인”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시환 시인은, 시집『빈 그릇 속의 메아리』외에 미얀마심층여행기 『꽃잎이 너무 붉어 나는 슬프다』와 자작시 해설집 『격(格)』 등을 연속적으로 펴냄으로써 왕성한 창작력을 과시한 한 해였음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시상식은 12월 4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있다.

 

이시환 약력
시인/문학평론가
시집 문학평론집 여행기 종교적 에세이집 논픽션 명상법 등 30종 이상의 저서
현, 동방문학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통권 제91호 발행
dongbangs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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