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문학상 심사평]

본지는 올해의, '2019 백두산문학상'에 고안나 시인의 시 '독도에서' 외 2수를  선정했다.   

고안나의 시는 절제된 시어에 깊은 호흡을 담고 가슴 속에서 이미 무르익어서 잘 정리된 시적 생각과 사유들을 아주 매끈하고 파워풀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의 시는 동적인 이미지를 그리면서 시적 리듬의 고리고리에 사색의 파문을 만들고 파도 속의 깊은 울림과 여운 같은 것들을 던져준다.

고안나 시는 또 사물에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시적 자아와 사물을 정서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즉, 사물의 존재를 개념이 아니라 살아있는 의미로 드러내고 있다. 인간과 사물이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시적 세계는 평화롭고 평등한 개념이고 의미이다. 시적 존재들은 유기적 관계를 맺고 감정을 주고 받으며 서로 교감하며 원초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시적 자아와 사물과의 거리가 없이 동일화되는 이런 세계는 현대 서정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고안나 시인의 시를 올해의 ‘백두산문학상’으로 선정한다.

  <동북아신문 편집부>

고안나 시인

 

독도에서

 

찬란하고 신비롭더라
위풍당당하더라
새들이 먼저 알고 찾아 갔더라

그렇다
동해의 보석
동쪽 맨 끝에 있는 우리 섬

외롭지 않더라
만년,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섰더라
거센 파도가 키 높이 까지 널뛰기 하여도
수평선의 길이를 재고 있더라
바닷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바람은 또 어느 쪽으로 더 기우는지

바다가 낳아서
바다가 키우더라
세상사,
울렁거리지 않는 것 어디 있다던가
호기와 객기를 부려 봐도 부질없다는 것을
독도에서 배윘다

의연한 모습이 애처롭더라
늠름한 모습이 눈물겹더라
청렴한 결기 자신만만하더라

어떤 파도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맑고 깨끗한 우리 민족의 기상이더라

오랜 상처까지 스스로 치유하면서
약한 듯 강인한
작은 듯 아주 큰 섬은 우리의 자랑이더라

 

송현동 고분군* 앞에서

 

무엇을 보는가
무얼 생각하는가
나는 밖에서
그대는 안에서
나는 싱싱한 눈물의 한 때 서럽고
그대는 잊힌 옛사랑 궁금하겠지
나는 그대의 종말
간결한 해답이지
흙벽으로 지은 초가집
모든 미련 접은 채
허물지 못한 마음만 남겼지
어두침침한 방 안
벌써, 그대 생각이 들어와 있지
보고 느낀 모든 것
그대 것이지
초조하던 가슴도 한 때
이렇게 초연해 지는 것을
석양빛 낯설 않는 시간
그대 떠나면
매몰된 웃음들만
허깨비처럼 또 다녀가겠지

*송현동 고분군 : 창녕읍 교리 및 송현리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대형 고분군

 


갈대밭에서

 

해질녘 슬피 우는 것이 너 뿐일까

움켜 쥔 손 푸는
너의 몸짓을 노래라 하자
바람처럼 날고 싶어
날개 펴는 갈대를 본다
맨 몸으로
바람 앞에 쓰러진다
기울어진다
이것이 마지막 너의 몸짓이라면
가을은 나에게
사랑을 배우라 한다

혼돈의 시간
세상이라는 늪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웅크린 날개 앞에서
바람도 한 번씩 제 만큼의 무게에 넘어진다

한 사나흘 흔들리다 보면
제대로 된 삶의 방식 하나 터득할까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내가 나를 잊고 살 듯
너 또한 노래하지 않았으리

빈손들의 함성에 새들은 날아가고
노을빛 하늘이 참 따뜻하다


고안나 약력

1958년 10월 5일
2010년 <부산시인>, <시에>등단
시집 ‘양파의 눈물’
시낭송집 (cd)  ‘추억으로 가는 길’
2017년 ‘중국 도라지 해외문학상’ 수상
2018년 ‘한중 문화예술교류공헌상’ 수상
2018년 ‘한국을 빛낸 한국인 대상수상(방송, 신문기자가 선정한 시낭송가상)
2019년 ‘경기문창문학상’ 수상
2019년 ‘시인마을문학상’ 수상
2019년 ‘한국사회를 빛낸 충효대상 <시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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