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승기 저

꿈속에서 거닙니다
머나먼 고향하늘
옛노을은 어데가 잠을 자고
흰구름만 추억을 바래는데

송아지 울음소리
바람소리로 바뀌어지고
개구쟁이들 웃음소리
세월넘어 떠나갑니다

푸르르던 고향산도
떠나간 주인을 기다리다
지치고 지치어서
파파할멈 되어갑니다

풀벌레의 목쉰 울음소리
돌산을 핥아가는 바람소리
오붓하던 덕대골 고향마을
서서히 사라져갑니다

해와 달이 지며 세월이 흘러
꿈 속에서 만난 고향 모습
흘러가는 구름인양
하얗게 비어만갑니다

당년의 애목도 기둥이 되어
고향을 떠나 가버리고
개구쟁이들도 철이 들어
출세한다고 떠나갔는데

가을이라 내려 앉는 낙엽도
제 뿌리에 내리건만
바늘 따라 실 따라가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이 한 몸을

저 하늘의 흰구름에
하얀 추억이 실렸습니다
더듬어가는 하얀 추억에
머리카락도 하얗게 흽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타향에서
달이 뜨는 추석이면
그리움 잔에 담고 담아
고향에 안부라도 전해가건만

가슴속에 묻어가고
기억속에 묻어만 가야 하는
조상얼이 숨쉬는 저 땅이
장차 누구의 추억이 되려나

 

세월에 맡기거라

 

인생이 얼마라고 그렇게 속 태우느냐
청산이 살았는데 땔나무가 근심이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길 있다는데
후회하고 한탄한들 인생이 변해가랴
흘러가는 세월따라 인생도 흘러간다

인생의 모든 일을 세월한테 맡겨가라
아무리 들볶아도 벼락부자 꿈이노라
뼈를 긁는 속쓰림도 시간이 약이란다
인생이란 살다보면 그렇고 그렇거니
세월따라 정처없이 흐르고 흐른단다

인생끝이 언제인지 기약이 없단다고
세월만 가라하고 쉬였다는 못가노라
류수같이 세월은 쉼도없이 흘러가고
파란많은 인생도 강물처럼 흘러간다
대중없는 인생길 세월한테 맡기거라

 

리승기 : 흑룡강성 계동현 사람. 시 다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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