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허경수

 

아잇, 바퀴, 바퀴 또 왔네.”

밤중에 아내 이미옥은 소스라쳐 깨여 나서 전등을 찰칵 켰다. 바퀴 한 마리가 침대밑으로 조르르 기어들어가는 것을 이미옥은 비자루로 탁탁 내리쳤다. 그러나 몸뚱아리가 매끄러운 바퀴는 무차별 폭력을 용케도 피하여 어디론가 잠적해 버렸다.

요놈 새끼 나오기만 해봐라.”

아내는 비자루를 단단히 거머쥐고 중얼거리면서 쥐를 노리는 고양이마냥 윽윽 벼르고 있었다. 아내의 고함 소리에 꿀잠에서 깨여난 남편 노수룡은 언짢은 기분으로 퉁명스럽게 한 마디 던졌다.

제까닥 불을 끄오.”

아니, 당신은 무슨 잠이 그리두 둔함까? 이러다가 바퀴가 눈이라고 빼먹겠슴다. 아이 참 그저 태평이네

이미옥은 그늘밑에 개팔자마냥 입을 헤 벌리고 느침을 질질 흘리며 자고 있는 남편에게 눈총을 팽 쏘았다.

, , 무스게 그리두 무셉소? 바퀴도 생명인데으응

노수룡은 묵은 김치마냥 시큰둥한 소리를 흘리며 잠에 골아떨어졌다.

입에 똥이 들어가도 모르겠네, 자다가 죽은 귀신이 매달렸는매다.”

이미옥은 푸념을 하며 남편을 흘겨 보았다. 이윽고 침대밑에 은밀히 매복하여 있던 바퀴가 살며시 머리를 내밀더니 기어 나왔다.

아잇, 깜짝이야?!...요놈새끼.”

이미옥은 엉겁결에 펄쩍 뛰다가 비자루로 바퀴를 탁 내리쳤다. 약삭빠른 바퀴는 주방으로 조르르 들어가버렸다.

어허, 약삭 빠르네

이미옥은 이번엔 전자 파리채를 바꾸어 쥐고 팬티바람으로 메주덩이 같은 유방을 덜렁거리며 도적을 잡는 용감한 경찰마냥 주방에 추격해 들어갔다. 그런데 그 바퀴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임신한 암바퀴가 싱클대에서 똥기작똥기작 기여 다니고 있었다. 이미옥은 전자 파리채로 임신부 바퀴를 탁 내리치며 전자 스위치를 꼭 눌렀다. 빨간 불이 반짝하더니 이윽고 매캐하고 역겨운 냄새가 물씬 풍겼다. 신식 무기앞에서 임신부 바퀴가 장렬히 희생되었다.

, 하 그러면 그렇겠지

이미옥은 개선 장군마냥 쾌자를 불렀다. 그는 안도의 미소를 머금고 전등를 똑 꺼버리고 암코양이마냥 남편의 펑펀짐한 품에 안겨 들었다.

어이구 더워라

노수룡은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며 이미옥을 무정하게 밀어내고 끙하고 돌아 누웠다.

와누르 도투(돼지) 심술이네.”

이미옥은 중얼거리며 한숨을 뿜었다.

바스락바스락

불현듯 울리는 소리에 이미옥은 인기척을 들은 사슴마냥 머리를 반짝 들며 귀를 기울렸다.

바스락바스락

소리는 텔레비 아래에서 들려왔다. 이미옥은 적정을 발견한 정찰병마냥 살며시 일어나서 전등 스위치를 찰칵 눌렀다. 전등불이 켜지니 바퀴는 조르르 객실에 피신해버렸다. 이미옥은 살얼음을 밟으며 초겨울 강을 지나는 사람마냥 까치걸음으로 객실에 건너갔다. 바퀴는 유격전에 미립이 튼 병사마냥 인차 침실에 도주해 들어갔다. 리미옥은 특무잡이에 나선 기민한 정찰병마냥 침실로 추격해 들어갔다. 그녀가 전자 파리채로 바닥에 엎뜨려 있는 바퀴를 치려는 순간에 고놈은 노수룡의 이마에 사뿐 올라 앉았다.

이크 이게 무스 게야?!....”

말벌에게 쏘인 사람마냥 로수룡은 화들짝 놀라며 두툼한 손바닥으로 바퀴를 탁 치며 일어났다. 그 타격이 얼마나 신속하고 맹렬하였던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던 용사가 시체로 변하여 로수룡의 이마우에서 도르륵 굴러 떨어졌다.

그래두 이 아바이가 쎄구나

노수룡은 개잡은 포수마냥 우줄렁거리며 쾌심의 웃음을 터뜨렸다.

어애(진드기) 단 방기를 꼈네

이미옥은 방금 눈잎에 들닥친 공로를 돼지잠에 빠진 게으름뱅이 남편에게 무참히 빼앗긴 것이 아쉬워서 야유조로 비양거렸다.

그래두 관건적 시각엔 하나 달고 난 눔이 낫겠지? 그렇챔둥? 마누라 동지

노수룡은 승전한 장수마냥 벌거 벗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굵직한 식지로 안해의 장미빛 유두를 살짝 훑었다.

아잇

이미옥은 남편을 향해 눈을 곱게 흘기고 전등을 끈 다음 침대에 털석 누웠다.

이젠 시름이 놓임둥? 와이프 동지

노수룡은 롱조로 말 하며 안해를 살갑게 끌어안았다.

아께는 밀어내던게?...”

이미옥은 앵돌아지며 홱 돌아 누웠다.

어허, 백년 승치(보복)를하네.”

노수룡은 심드렁한 어조로 말하고 잠을 청했다. 한참 구시렁거리던 노수룡은 이윽고 꿈나라에 소르르 미끌어들어갔다.(궁리가 없으니 잠을 잘 자는구나. 입에 구렁이 기여들어가도 모르겠네.) 잠 들수 없는 이미옥의 마음속에서는 가벼운 질투가 늪속의 올챙이마냥 꼬약꼬약 괴어올랐다. 이리뒤척 저리뒤척거리던 이미옥은 요행 잠이 들었다. (뚱기적거리며 기여가던 바퀴가 갑자기 피투성이 되여 쓰러진다, 내 아들을 살려내라 바퀴가 호랑이보다 더 크게 변하더니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시뻘건 아가리를 짝 벌리며 이미옥에게 와락 덮쳐들었다.)

으악?!....”

이미옥은 비명을 지르며 악몽에서 소스라쳐 깨어났다.

 

허경수 약력:

연변대학 조문학부(통신 학부) 졸업. 前화룡시 제약공장 선전과 과장. 현재 정년 퇴직. 1972년 연변일보에 시 '림해의 아침에' 발표 후 시, 소설, 실화를 문학지에 여러 편 발표. '내 이야기' 2편이 한국 KBS방송국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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