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아래에 중국 연변오덕된장술유한회사 대표 이동춘의 북한 방문기 단상을 싣는다

[서울=동북아신문] 나는 원래 지난 해 1215일에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국 스케줄을 12월말일로 변경하였다. 북한에서 2020년 새 해를 맞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11일 원단(元旦, 남한의 신정)이 최대 설 명절이다. 이날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는 날이다. 내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된장술 프로젝트가 북한의 국주(國酒) 브랜드 술만 생산하는 평양대동강식료공장에서 이미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자연히 새 해의 북한 경제정책 방향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잘 생각한 걸음인 것 같았다. 평양에 들어서자 농후한 명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건물마다 정갈하게 단장되어 있었고 깨끗한 거리마다에는 인공기와 갖가지 채색기가 나부끼고, 노동당중앙위원회 제75차 전원회의 내용을 견결히 집행한다는 구호판과 현수막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었으며, 오가는 인파는 무척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나는 김일성광장에 설치한 새해맞이 공연장에 찾아갔다. 끝없이 밀려드는 인파로 공연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어 비집고 들어갈 수 없도록 한 덩어리가 되어서, 어림잡아 100만 명도 넘게 모인 것 같았다.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새 해를 맞이하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마침 북한 노동당중앙위원회 제75차 전원회의가 방금 폐막된 시점이라 무대 위의 공연배우들과 무대 아래의 관람객들이 하나같이 서로가 호흡을 맞추며 전원회의 원만한 결속을 열광적으로 축하하는 장면들이 이색적이었다. 당이 인도하는 방향을 따라 나라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내용으로 된 공연을 관람하면서 문뜩 된장민족의 문화함량이 이곳에 더욱 짙게 어리어있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동춘 대표, 평양으로 출발하다.

된장을 닮아 대기만성(大器晚成)이런가

한 인간이나 한 민족의 성격형성은 그가 섭취하는 음식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띠고 있다는 것은 현대 과학적으로도 설명되고 있다. 조선민족의 음식구조에서 전통된장은 없어서는 아니 되는 신토불이 식품이다. 된장이 되다의 완벽함을 이르는 자를 지니고 숙성되는 과정에는 메주로 3개월, 장독에 3개월,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하여 된장 속에는 풍부한 영양성분과 그리고 암과 치매와 같은 난치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수백 종의 미생물이 생성된다. 더욱 신기한 것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양분이 되는 단심(丹心), 화심(和心), 선심(善心), 불심(佛心), 항심(恒心)이란 다섯 가지 영성문화(靈性文化)가 배어있다는 것이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 함은 큰 그릇을 구워내려면 기나긴 숙성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전통된장 역시 인간의 몸에 꼭 필요한 영양과 기능과 문화를 겸비한 식품으로 탄생하기까지는 유익한 미생물과 유해한 미생물간에 벌어지는 처절한 대결과 기나긴 완숙의 과정과 시간이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조선민족의 성격특징이 된장의 다섯 가지 영성문화와 아주 흡사하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단심의 문화기능 한 가지만 들여다봐도 답이 나온다. 그 속에는 화이부동 고수본성(和而不同 固守本性)’이란 영성문화기능이 있다. 즉 된장은 어떠한 식재료와 함께 섞어서 끓여도 절대 다른 맛에 의하여 동화(同化)되지 않고 자기의 맛을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인간으로 말하면 지조와 존엄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2000년전, 중국의 성현인 공자선생은 군자는 화이부동이요, 소인은 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 했다. 즉 군자는 두루 어울림 속에서 자기의 원칙을 지켜가되, 소인은 함께 하면서도 화합을 도모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풀이가 된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아주 어려운 생존환경에 처해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금번 개최된 북한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5차 전원회의 핵심내용은 가혹한 국제제재의 환경 속에서도 사회주의 진영을 끝까지 지켜나간다는 것, 그리고 이미 터득한 자체의 힘으로 살아가는 법, 모든 난관을 이기는 법, 자기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는 삶의 법칙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새로운 경제발전의 길을 지향하여 나간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존엄을 끝까지 지키면서 새로운 희망을 모색하여 나가는 북한 인민들의 기상에서 꼭 된장과 같은 대기만성의 기질이 엿보였다.

전통으로 이어가는 미래 희망

북한에는 새해 첫 날이 되면 조상에게 아침제사를 지내고, 조상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는 전통적인 민속습관이 있다. 그것은 조상들의 공덕을 기리면서, 후대들에게 그 전통을 잊지 말고 길이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에는 매년 11일 양력설(신정)이 되면 태양궁전 참배행사를 한다. 국가 지도자들과 군 장성들, 그리고 여러 인민세포조직의 대표들, 그리고 나라의 특별초청을 받은 해외동포 대표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나는 운이 좋았던지 원래 행사참석자 명단에는 없었지만, 해외동포우호위원회의 특별한 추천에 의하여 태양궁전 참배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어서 평양소년궁전에 가서 학생소년들의 설맞이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소년궁전의 건축물은 어마어마하다. 미래의 희망이 소년들에게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듯 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내 생애에 어린이들의 공연을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는 처음이었다. 어린이들 공연에 대하여서는 그냥 애들의 춤과 노래와 예술의 장기를 발굴하고 키워주는 활동으로만 간주해왔기 때문이다. 공연을 관람하면서 스스로 나의 부족한 상식에 부끄러움을 느끼었다.

사회자가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져가는 예술 공연에 관람객들의 박수소리는 끊임이 없었다. 천진난만한 귀여운 표현력으로 나라의 역사와 오늘의 행복, 그리고 부러움 없는 세상을 지향하며 창조적 역사를 그려가는 뛰어난 예술표현의 감화력은 관람객 모두가 눈시울을 적시도록 하였다. 나라를 사랑하는 예술적 기량은 내가 마치 그곳에 살면서 향수하는 것 같았고 새롭게 감수하는 예술의 향수는 나의 가슴속에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된장술, 세계화를 꿈꾸다

이번 방문길은 이미 된장술을 양조하기 시작한 평양 대동강식료공장의 향후 발전계획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평양 대동강식료공장은 고 김정일위원장의 배려로 2009년에 세워져 나라를 대표하는 국주와 브랜드 술만 생산하는 회사다. 하여 다른 일반 술은 양조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된장술만은 예외로 양조한다고 한다. 하여 지난해 이미 우리가 제공해 주는 양조기술에 따라 된장술을 생산하여 북한의 3대 관광지역으로 한창 개발되고 있는 삼지연시에 풀었다고 한다. 시장의 반응은 예상대로 폭발적인 인기라고 하면서, 새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체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천리 길도 첫 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북한의 국주 브랜드 술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된장술생산을 시작했으니 그 나라의 브랜드 술 대열에는 이미 들어선 셈이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조선민족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브랜드화 하여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그 목적을 위해 나는 북한 측에 된장술 양조기술을 기증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 상업제안을 하였다.

첫째, 북한이 세계적으로 가장 품위가 높은 조선민족전통 된장술 제조국가로 세계시장의 초점을 끌어내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된장술은 그렇게 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주라 불리는 모태주(茅台酒)와 오량액(五粮液) 같은 고급술들은 된장향을 으뜸으로 자랑하며 여러 가지 된장술을 우후죽순으로 출시하고 있다. 예하면 중국 귀주(貴州)에서 생산하는 죽춘된장술(筑春酱酒), 된장풍채(大酱风度), 모태주공장에서 생산하는 한된장술(汉酱酒), 오량액공장에서 생산하는 영복된장술(永福酱酒), 귀주에서 나오는 된장술장군(酱酒大师), 봉단된장술(封坛酱酒) 등등이다. 향과 냄새로만 말하는 이들 제품과 달리 우리 된장술은 실제로 전통된장속의 물질이 융합되어 23가지 아미노산과 풍부한 미네날이 녹아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민족의 정서와 꼭 닮은 오덕영성문화가 배어있으므로, 조선된장술(朝鲜大酱酒)은 타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아주 우수한 조건을 몸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이름도 같은 된장술이지 않은가!

둘째로는 술은 인간과 수명을 함께 누리는 영구한 음료제품이다. 된장술은 건강시대를 대비하는 영양과 기능성이 겸비된 제품으로서 해외수출 시장전망이 밝다. 중국은 전통술소비시장이 엄청난 나라로서 바야흐로 건강음주시대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로 경쟁공간이 아주 크게 주어져 있다. 한반도의 남측 시장과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우리민족 소비시장도 겨냥할 수 있어 명실상부하게 통일술(統一酒)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 크나 큰 시장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제안을 하게 되는 이유는 제품의 세계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경제적 부의 창출은 물론 조선민족의 우수한 식품문화를 더욱 널리 전파하여 세계인들과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어찌하였든 짧은 시간 내에 일이 이정도로 추진되어 술처럼 술술 풀리는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하였다.

전통된장의 영성문화를 되새기다

지난해부터 된장과 된장술을 소재로 하여 영화로 찍자는 제안이 있었고 시나리오도 이미 탈고된 상황이다. 된장을 알고 보면 그만큼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개인의 인생스토리로 작품을 만드는 데는 마냥 탐탁치 못하게 생각했다.

첫째 이유는 전통된장과 그로 인하여 파생되어 나오는 제품들을 전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민족의 문화식품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시종일관한 관점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성스러운 민족문화를 단지 상품화를 위한 작품으로 각색하여 그냥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차에 조선영화 연극대학의 학장과 영화문학 작가, 그리고 연출 및 감독을 만나보았다. 그들 역시 내가 개인의 인생스토리로 영화를 찍자는 줄로 오해하고 있어서 한창 말씨름을 하다가 전통된장에 대한 충분한 설명의 필요성을 느꼈다.

전통된장은 신이 인간의 세상에 내려준 가장 위대한 문화식품이라고 하는 것은 나의 지론이다. 전통된장은 우선 물질적으로 인간의 육신건강에 꼭 필요한 영양성분과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수백 종의 미생물을, 콩의 발효과정에서 생성한다. 특히 전통된장이 암과 치매 등 여러 난치성 질병을 치료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다음은 인간에게 정신적 양분을 제공하는 다섯 가지 영성문화가 배어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 다섯 가지 영성문화기능을 일컬어 장인합일 오덕문화( 醬人合一, 五德文化)’ 라고 했고, 이 문화는 세상 모든 인간이 갖추어야 할 윤리도덕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위에서 이미 언급한 단심문화기능 외에 두 번째 화심에는 구동존이 관대포용(求同存异 宽大包容)’이다. , 다른 식자재와 함께 끓일 때 타의 맛을 인정하면서 함께 어울려 더욱 좋은 맛을 나타내는 기능이다. 우리민족은 대륙에 가나 섬나라에 가나 타 민족의 문화를 빨리 습득하고, 관대하게 받아들이면서 어울려 화목하게 잘 지내는 문화적 생활력이 강한 성격특징이 있다.

세 번째, 선심에는 동화렬성 화합공존(同化烈性 和谐共存)’이라 된장국을 끓일 때 고추가 들어오면 그 고추의 매운맛을 순화시켜 더욱 조화로운 맛을 내는 것이다. 우리민족은 공동체문화가 발달한 민족이다. 개개인이 지나치게 뽐내는 것을 억제시켜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적 정신이 항상 바탕이 되어 있다. 하여 어디 가나 모임이 많고 협회조직이 많은 것이 특징적이다.

네 번째로는 불심은 거성제유 청정렴결(袪腥除油 清正廉洁)’이니, 된장국을 끓일 때 물고기나 기름이 있는 육류가 들어가면 그 비린맛과 기름기를 제거하여 원래의 담백한 맛을 고수하는 것이다. 조선민족은 사회의 부정비리를 보면 참지 못하고 발 벗고 나서서 지적하여 잘못된 것을 꼭 바로 잡으려는 성격특징이 강하므로 깨끗하고 밝은 세상을 지향하는 편향이 크다. 파벌간의 싸움도 치열하나 결과적으로 좋은 의견으로 합의하여 가장 아름다운 인간문화를 만들어 낸다.

다섯 번째는 항심이다. 항구불변 송백절개(恒久不变 松柏气节)’이다. 된장은 변질하지 않는다. 오히려 묵을수록 맛이 더해지고 기능도 더욱 향상된다. 조선민족은 꺽이면 꺽였지 굽힐 줄 모르는 민족으로 강인한 성격특징이 있다. 한번 먹은 마음 변함없는 것이다.

문화음식이 문화인간을 만든다. 북한 측 영화제작 관련자들은, 전통된장에 배어있는 이 다섯 가지 덕행문화 자체가 대작이라고 하면서 영화대본을 각색하는데 자신감을 보였다. 단지 영화에 주인공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하여 전통된장의 오덕문화는 나 자신이 발굴해낸 것이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민간적으로 전해내려 오는 문헌이 있다고 설명을 하였다. 북한의 역사문헌박물관을 찾으면 이에 대한 내용들이 있을 수 있으니 꼭 찾아 수집하는 것이 좋겠다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전통된장문화를 더욱 완벽하게 발굴하기 위하여 중국에 와서 취재하고 수집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리라고 약속도 했다. 

나는 전통된장의 단심, 화심, 선심, 불심, 항심의 다섯 가지 오덕문화 자체가 조선민족의 근성을 세상에 알리는 가장 훌륭하고 완벽한 민족의 뿌리문화라고 생각한다. 하므로 전통된장이 물질적 기능과 영성문화가 겸비한, 명실상부한 문화식품으로 세상에 다시 알려지기를 바란다. 이로써 세계적으로 널려있는 조선족들이 자기의 몸에 배어 있는 우수한 된장의 DNA를 확인하도록 하고, 잃어가던 전통기억을 되살리면서 그네들의 시장을 주름잡는 상업 기술이 된장문화와 융합하여 문화식품으로 아름다운 북한 땅에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부푼 꿈을 안고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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