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웅 연변대학교 교수

지난 1월 26일 정월 초이튿날, 연변대학교 부속병원 호흡과 주임의사 왕아암, 감염질병과 부주임의사 진녕, 중증과 주치의 주성걸이 장춘으로 이동해 길림성 호북지원 의료팀에 합류하여 호북성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중 왕아암 의사는 길림성 호북지원 의료팀 보통구급치료팀의 제3팀 의료팀장을 담당하였다. 동영상에서 캡쳐한 아래 사진들은 연변에서 무한에 간 의료팀 팀원들의 희생정신과 가족 간의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1938년 10월, 대무한 함락 전야
총탄이 빗발치고 포성이 울부짖네
걸음아 날 살려라, 퇴각하는 국민당군대
밀고 닥치며 군용트럭에 앉는데
피끓는 120 명의 조선의 젊은이
결사항전의 기치 높이 들고 조선의용대 출범했어라

일본의 형제들이여, 상관에게 총부리를 돌리라!
페인트도 없어 빗자루에 시커먼 콜타르를 묻혀
길바닥에,담벽에 일본어로 대적(对敌) 구호를 쓰는 조선의용대
그 속에 스물 두 살의 김학철도 있었어라

오늘도 무한이다!
총소리도, 포성도 없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
하지만, 수만의 환자가 병원에 실려가고
수천의 중환자 생명,경각을 다투는데
눈치 빠른 시민들 태반은 피신하고
나라마다 제 국민 빼가기에 바쁘구나
무한삼진에 불길한 소문 무성하고
온 세상이 불안과 공포에 떠는구나. 

그러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연변의 의사들 목숨 걸고 사선으로 달려갔네.
막내동생의 비옷을 빌려 입었나
방호복도 허리가 드러나고 발목이 보이누나
강마른 도시락, 반찬은 닭다리 두 개에 무짠지 뿐이라
토장국 한 그릇, 고추가루 한 숟가락 없는 세상
생마늘 까서 입맛을 살리누나

하지만 핸드폰 화면으로
연변에 두고 온 귀여운 오누이와
엄지와 식지로 손가락하트 만들어 보여주고
엄마 말 잘 듣네! 엄지를 번쩍 쳐드네.

아, 하늘에 혼곤히 잠든 우주비행사인가
방호복 입은 채로 잠간 눈 붙인 너부죽한 얼굴
입술은 터지고 마스크 낀 자리 얼기설기 고랑을 이루었어도
냇물같은 따스한 미소 흐르는구나
저 장군봉 같은 름름한 자태 여전하구나!

아, 82년 전,
이 나라의 대시인 곽말약 선생
조선의용대 용사들을 보고 개탄하지 않았던가
-무한함락 직전에 대적표어를 쓰고 있는 게
조선의 벗들 뿐이라니
아, 조선의 벗들 뿐이라니
우리 나라에도 일본류학을 한 젊은이 수만 명은 될 터인데………

그만 두시라, 하늘에 계신 곽말약 선생
오늘은 연변의 젊은 의사들
형제민족 의사들과 어깨를 겯고
금성철벽 쌓아놓고 무한의 새 전설 엮어가나니
그대의 <홍파곡(洪波曲)>, 붉은 피로 새로 쓴답니다 !

양자강 목메여 울고 황학루도 춤추며 배웅할 때
우리 모두 개선가 부르며 연변에 돌아가리
아, 그때면 사랑하는 부모처자 두 팔로써 안아주리 
귀여운 내 새끼들, 내 품에 뛰여들어
애고사리같은 손으로 내 얼굴 만져주고
포동포동한 얼굴로 “뽀뽀”를 선물하리!
오- 그날 위해 우리 모두 무한에
산악같이 일어서야 하리, 불사조같이 날아야 하리!
                       
        -2020년 2월 1일

김호웅 약력 : 1953년 연길 출생, 연변대학교 조선언어문학학부 졸업, 문학박사. 일본 와세다대학교, 한국 한양대학교, 배재대학교, 한국국제교류재단 객원교수 역임. 현재 연변대학교 교수, 박사생지도교수, 중국작가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중국 4대 국가문학상의 하나인 “준마상”(2012)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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