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일본 김광림

일본 니가타산업대학교 교수.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중국발 신종코로나비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계가 공황상태에 빠져들어가고 있고, 2020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 상태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면 올해 도쿄올림픽이 과연 무사히 치러질까 은근히 근심이 난다. 또 이 사태가 세계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우선 중국에서는 한달이상 지역전체가 봉쇄되는 곳이 속출하면서 영업을 못하여 생계근심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제일 화제가 되는 것이 세계적으로 마스크부족과 사재기현상이다. 이것은 단지 신문지상의 화제가 아니고 우리의 일상에서 전개되고, 목격된다.

2월초 일본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시 약국의 마스크진열대

필자는 꽃가루병으로 매년 봄이면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래서 올해 2월초에 약국에 갔는데 진열대에 마스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마침 연변대학 일본학우회가 2월초부터 중국의 모교에 마스크보내기 캠페인을 시작했기에 모교에 보내려 여러 곳의 약국을 돌면서 60장을 겨우 구입했다. 어찌 모교에 60장만 보내겠느냐 하는 마음에 며칠 후 다시 약국을 돌면서 추가 구입을 했는데 이때부터 마스크사기가 마치 바다 밑에서 보물찾기라도 하듯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필자는 살고 있는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시와 그 주변의 약국을 거의다 돌았다. 그러나 약국의 마스크 진열대마다 마스크가 이미 동이 났다, 언제 다시 들어올지 모른다, 구입은 반드시 한명당 상품 2개로 제한한다는 안내가 붙어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약국 창고에는 아마 마스크를 재고로 남겨두고 진열대에 조금씩 내놓는 곳이 있기에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사람은 그래도 살 수는 있어60장을 추가로 사고, 도쿄의 지인의 도움으로 200장 추가구입해서 모교에 320장의 마스크를 보내주게 됐다.

마스크구입하러 다니면서 찹작한 마음에 사로잡혔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에 의해 매일 100명 정도의 사망자가 생긴다는 뉴스, 모교 후배들이 마스크가 없어서 불안해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될수록 많이 구입하여 한시 바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이렇게 중국으로 마스크만 보내면 일본사람들은 어찌해야 하나? 일본도 마스크가 남아도는 곳이 아닌데. 실은 꽃가루병이 국민병이라도 불리우는 일본에서 봄철은 마스크를 대량 수요할 시즌이다. 그리고 일본도  코로나19를 강건너 불구경할 상황이 아니다. 이미 일본은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감염자수가 많은 나라이다.

마스크구입하면서 중국의 친척들과 통화했는데 양로원에 있는 80대의 큰 누님이 마스크 고작 2장밖에 없어 불안속에 지낸다고 했다. 그리하여 몇십 장이라도 보내주려 하니 중국내에서 물류가 막히면서 국제우편이 언제 도착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번에 일본에 있는 중국 출신자들이 각 단체의 호소에 의하여 마스크나 기타 의용품을 중국에 보내기 갬페인에 동참하면서 중국 국내의 물류지연으로 정작 본인들의 친척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캠페인을 통하여 마스크, 의료용장갑, 방호복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전선의 일군들에 보내져 이 전염병의 조기박멸에 공헌할 수 있으면 대단한 사회공헌이고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안위를 얻을 수 있다.

일본의 중국조선족들은 코로나19 박멸을 위하여 조국과 고향의 지원활동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연변대학일본학우회, 월드옥타치바지회 등 단체에서 마스크와 기타 의료용품 지원활동을 시작하던 참에 연변조선족자치주 주장의 협조를 부탁하는 메세지가 도착하여 작년 9월에 새로 성립한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의 호소 하에10일이내에 마스크12만장 이상, 의료용장갑11만1천개, 방호복 400벌을 모아 북경의 중국아시아경제발전협회의 협조로 전용기로 연길에 보내 연변, 무한, 북경 등 지역을 지원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의 다수 조선족 단체와 개인들이 모금활동에 동참하고, 수많은 약국을 돌면서 마스크구입을 했다. 어떤 분은 자발적으로 여러 위챗그룹을 돌면서 릴레이방식 모금캠페인을 벌여 지원활동에 불을 지폈고, 어린애들이 모금활동에 참가한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일본 조선족들의 사랑의 손길이 조국에 닿았던 것이다. 물론 일본인들도 이 지원활동에 동참했었다. 

2월초 일본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시 두 약국의 마스크진열대

실은 일반마스크가 무작정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오히려 부지런한 손씻기가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 한다. 일반 마스크는 전염병 감염자 입에서 나오는 비말을 줄이고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하여 서로 에티켓을 지키는 정도로 보여진다. 오히려 과학적인 근거보다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안심제로서의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대량발생한 것은 위생의식의 결핍이 큰 원인이라 볼 수 있는데 이 전염병을 박멸하는 과정은 충분히 과학적인 지식, 합리적인 정책판단, 전염병박멸이라는 급선무와 시민의 생계보장이 지혜롭게 조화해야한다.

우리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 출신자들도 무작정 애국과 고향사랑의 표현으로 모국지원활동에 참가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고, 꼭 필요한 일,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균형감을 가지고 참가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2020년2월20일)

 

김광림 약력 : 1963년생. 일본 니가타산업대학교 교수.

중국 연변출신. 중국 동북사범대학 외국어학부 졸업. 일본 도쿄대학교 비교문학비교문화전공에서 석사, 박사학위 취득, 도쿄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외국인연구원,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하고, 2009년 9월부터 2년간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대(UC버클리) 동아시아연구소, 하버드대학교 중국학연구센터(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런던대학교 아시아아프리카스쿨(SOAS)에서 방문학자로 체류.

주요 연구과제: 동아시아 문화사, 동아시아의 성씨・족보에 대한 연구.

*세계속의 코리언의 생존전력과 문화발전에 관심이 크고, 한류, 조선족의 만주로의 이민사, 조선족의 일본, 미국 등 지역에서의 활동에 대한 논문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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