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애 약력 : 재한동포문인협회 공동회장. 한국문예·시사랑문인협회 부회장, 한국국보문인협회 사무국장. 중국 애심여성민족공익발전기금회 이사. 중국 제4회 애심여성컵 은상 수상. 시, 수필, 수기 다수 발표.

‘코로나19 관련 혐오 및 차별에 대한 대응’이라는 좌담회가 일전에 구로구에 위치한 구로중학교에서 열렸다. 재한중국동포 단체장 및 언론사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위원장이 직접 참가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코로나19 관련하여 구로구 소재 일부 학교 학부모들이 개학을 앞두고 “중국동포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면 안된다. 우리아이가 중국동포 아이들이랑 밥 먹는것이 불안하다” 등 집단 차별 및 혐오 발언으로 중국동포사회가 심각하다. 게다가 일부 소수 언론사의 추측성 기사와 무책임한 허위보도들이 지역사회의 도를 넘는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그 피해의 중심지인 구로구에서 국가 인권위원회 최영애위원장이 직접 좌담회에 참석해 재한동포들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특정집단을 병적이고 열등한 존재라고 낙인찍는 부정적 관념과 편견에서 비롯된 혐오와 차별의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대한민국에서 중국인과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필자는 오랜 세월 곪아오던 상처가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때문에 완전 곪아 터졌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상처를 처치하고 보양할 시기가 도래한것이다.

어렸을 때 필자는 철봉 위에서 떨어지면서 입술을 깨물어 입이 두개가 되고 피범벅이 된 적이 있었다. 놀란 아버지께서 달구지에 나를 태우고 십리를 달려 응급처치를 받게 했다. 다행이 입술이 아물기는 했지만 아랫입술이 보기 흉측할 정도로 두꺼워졌다. 그후 나는 아이들의 놀림을 받게 되었고 마음에 상처를 받아 잘 웃지도 않았다.

중학교 2학년때 쯤 아버지는 더는 지체할수 없다면서 나를 데리고 유명한 성형병원을 찾아갔다. 그때 원장은 내 입술에서 길다란 고기 한 점을 떼어내고 다시 봉합했다.마취가 잘 안되는 체질인 나는 지금도 아팠던 기억이 생생하다.내 몸에서 도려낸 살점, 많이 아팠지만 그 아픔을 참고 도려내 버린 살점이 나를 다시 태어나게 했고 자신감이 넘치는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해주었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존심을 건드리는 모든것들에 대해서 민감하다. 하지만 아플까봐 주저하고 누가 뭐라할까봐 주저한다면 그냥 그대로 살 수 밖에없다. 아파도 과감히 도려내고 그 상처를 치료 해야 한다. 모든 차별적인 발언과 혐오 유발 뉴스나 동영상들을 전부 테블위에 올려놓고 분석을 하고 또 그 출처를 찾아내서 차별의 근원을 도려내야만 한다.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전세계가 심각하다. 관심받을 기회를 노린 일부 기자들이 찍어 올리는 동영상이나 사진들, 특정지역(대림동)에 대한 왜곡된 언론보도에 더욱 민감해진 민심, 아무말 잔치를 벌이는 막말녀 유튜브 영상, 한마디로 혐오와 차별에 감염된 한국사회라고 할수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시점에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차별과 혐오는 그 어떤 전염병보다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이는 한국 국민과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80 만 중국동포가 함께 손잡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많은 이주 성인들은 어떠한 혐오 발언이나 차별 등을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면역력이 생겼지만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교육 받다가 막 전학해 온 아무런 준비도 없는 어린 심령에 차별과 혐오는 악성 바이러스처럼 침투되어 차츰 숨쉬기 힘들어 지고 심지어 살아가기조차 힘들게 할 것이다.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가 자신의 아이와 그 주위의 다문화가정 어린 친구들에게 돌팔매가 될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신중히 말해야 할 것이다. 말 한마디 천냥 빛 값는다는 말이 있듯이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아야 하며 또한 말은 마음을 대표 하는 만큼 항상 말을 담는 그릇을 깨끗이 하는 준비부터 해야 한다.

누군가 그랬다. 자기만 면역력이 강하면 어떤 바이러스가 침범해도 끄떡없을 거라고. 지극히 맞는 말이다. 자가 면역력 자체를 높이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바이러스와 싸워 이길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차별과 혐오라는 악성 바이러스가 다문화가정에 깊숙히 침투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는 우선 인권위원회든 방송통신위원회든 아니면 교육감독원이든 모두 나서서 면역력이 낮은 우리 아이들에게 마스크가 되어주고 방호복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도 중요하지만 한국 국민들 머리속에 들어있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과 차별 그리고 혐오를 먼저 퇴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일찍이 무학대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 모든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동포든 다문화가족이든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재난앞에서 다같이 현명하게 대처하며 편견에서 나오는 부정적 관념의 씨앗들을 우리의 2세 3세들의 머리속에 심어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