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배 칼럼>

 아래 칼럼은 주정배씨가 동북아신문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 칼럼으로 손색이 없고, 능란한 유머와 글 솜씨로 썼기에 재미있게 읽는 가운데 깨우침을 주고 있다. 주정배란, 일명 주정뱅이- 연변 토속어이다. 필명을 달리했으면 바람이다. 계속 좋은 글 부탁 드린다.                                                                                         ---편집자

집체호란 중국에서 대혁명 때 산생한 명사이다.

50년대에 중국에 한 학자가 중국의 인구증가와 경제발전이 발란스가 맞지 않는다고, 인구를 공제하라고 모택동에게 귀띔 하였으나, 이를 귀담아 듣지 않은 모택동은 한사람은 한 푼의 힘이라며, 인구증장을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모택동의 말씀이 정확하였다는 것은 요즘 현실이 증명한다.)

한국에서는 그때에 벌써 아이를 적게 낳으라고, 계획생육을 중국보다 앞서 실행했던 것 같다.

60년대 말기에 인구증가의 약점은 현실로 들어나기 시작 하였다. 수많은 대학생, 고등학생들은 도시에서 일자리가 없어서, 수많은 실업자들이 나타났다. 이때 모택동은 영명한 최고의 지시를 내린다.

그것이 바로 “농촌은 광활한 천지로서 할일이 많다.”이다. 이 지시에 중국 대륙에는 우후죽순 마냥 ‘집체호’라는 신생사물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동기 동창생 또는, 서로 모르는 사이의 청춘남녀가 서로 함께 모여서 가정을 만들어서 농촌에 내려가 빈하중농의 재교육을 받는다고 한 가정을 이루고 거기서 한집식구처럼 함께 한집에서 자고 먹고 했는데, 이 젊은 청춘남녀들은 모두들 그 성씨가 다르니…이런 집체적인 가정을 이름 지어 집체호라 불렀다.

나도 모택동의 지시를 높이 받들고 농촌이란 광활한 천지에서 빈하중농의 재교육을 받으러 시골에 내려갔었는데 거기는 자그마한 부락이라 집체호가 하나밖에 없었다.

어느 해, 인구 조사를 하는데…

대대주임이 호구 부 하나를 보면서 “이건 두 번째 집체호이구먼”하고 허허허 웃기에 무슨 말인가 했더니 글쎄 마을에 있는 박 영감 네 호구 부를 보면서 말한 것이다.

박 영감의 마누라는 남편을 둘씩이나 이혼하고, 거기에 첫째 남편 자식, 후남편자식, 또 지금 박 영감의 본처 자식, 그리고 둘이 합해서 낳은 자식 해서 식구가 일곱 명인데 성씨는 다섯 가지였으니…확실히 두 번째 집체호가 맞았다. 그리나 당시 이런 집체호는 극히, 아주 극히 희소하였다.

그런데 내가 개혁개방의 동풍을 타고 외국에 가보니 뜻밖에도 그 나라에는 이런 박 영감님 네 비슷한 집체호가 부지기수이더라. 하기야 거기는 성 개방을 부르짖는 나라인데다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유일한 오락은 그것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뭐, 전기가 제대로 공급 되어야 무얼 해도 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집에서 그 인간 최고의 오락만 즐기다 나니, 그리고 또 싫증이 나면 갈라지고 또 갈라지고… 

그러니 그들의 집에 놀러 가면 모두 배다른 형제가 아니면 성씨 다른 형제이니, 그것이 우리 대혁명 때 탄생한 집체호와 무엇이 다를까 싶더라!


아! 아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다른 것이 있다. 그러고 보니 달라도 크게 다른 것이 있다. 그 나라는 다인종국가라 우리처럼 검은 머리, 검은 눈만 가진 것이 아니고 각기 칼라가 틀리다. 머리 칼라도, 눈알 칼라도, 피부칼라도 틀리니. 한집식구가 오색찬란하다.

만약에 검은 피부 아버지에 백인어머니라면 아버지 닮은 애는 neglo, (흑색), 어머니 닮은 애는 branco,(백색) 두 쪽을 골고루 닮은 애는 moreno,(갈색)라 부르는데 참, 가관이다. 우리에게는 달통되지 않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뭔 이력서 같은 것을 써도 우리는 민족, 성씨, 애명 뿐인데 거기서는 머리칼라가 뭔가, 피부칼라가 뭔가, 심지어는 눈알 칼라가, 뭔가를 상세히 적어야 된다. 그러니 그 나라의 이런 집체호는 중국의 대혁명 때 집체호보다 더 집체호인 것은 틀림이 없다. 만약 중국에 집체호를 흑백 집체호라고 한다면, 거기 그 나라의 집체호는 채색 집체호이니깐 말이다.

그런데, 또 그런데다… 

나는 항상 이렇게 마지막에 본론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말이다. 남이야 어떻든지, 채색이던지 흑백이 던지는 우리가 관계 할 바는 아닌 것 같고, 내가 말하려는 것은 우리 여기에도 지금 이런 집체호가 산생되고 있다는 그 말이다. 글쎄, 이혼율이 48.9 % 라니? 이들이 또다시 결혼 하지 않는다는 담보도 없고 결혼 하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담보도 없는데, 이런 이혼율이 신형 집체호가 생기지 않을 리 만무하다.

물론 외국의 채색 집체호와는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그 속도와. 그 질량을 봐서는 디지털은 아니지만, 세상에 전례 없는 대혁명 때 중국에서 탄생한 그 흑백 집체호와는 그 서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하긴 정부에서 미리 대책을 마련하여 호주제 폐지를 실시한다만, 집체호 탄생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것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씨 때문에 왕따 되는 것만 막을 수 있을 뿐, 그 나마 잠시, 초등학교서 뿐일 것이다.

요즘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쯧쯧쯧. 듣자니 우리 고향에도 이런 집체호가 잉태되고 있다고 하니 이 주정뱅이는 또 근심이 안 된다 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에 나쁜 것은 고향에 어찌나 빨리 퍼지고 있는지 놀라울 지경이니 말이다. 싸리 긁에 싸리가 난다고, 그러나 제발, 그 진저리나는 집체호 같은 가정은 태여 나지 말았으면!…

그러면 호주제 폐지는 하지 않겠는데, 하면서 이주정배는 매일 소주를 마시면서도 고향 근심이 태산이다.

그런데 우리 고향 분들은 흑백 집체호도 아니고 칼라집체호도 아니고 새로운 디지털 집체호도 아닌 생(生)집체호가 탄생되고 있더라.

글쎄, 전번에 우리누이네 가족이 한국에 모였는데 기막히게 그 조카 둘의 성씨가 다 틀린 여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하긴 모두가 브로커한테 돈 주고 산 여권이니 그럴 수밖에!

모두들 한국 바람에 개명환성(改名換性)하고, 아들이 애비와 성이 틀리고, 동생은 친동생인데 여권에 성씨는 생판 다른 성씨를 갖고 계시는 우리 조선족! 이상하게도 누이 네 식구는 서울에 다 함께 모여 살아도 모두가 개명환성한 새로운 이름으로 또 서로 다른 성으로 모여 살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민족이 제 조국을 방문 하는데 개명환성하고 천만 원 씩이나 내고 고국을 방문하고 있단 말인가?

오 ! 대한민국 바람에 우리 민족은 개명환성할 수밖에 없고, 대한민국바람에 우리민족은 또다시 생집체호를 생산해 내고 있는데, 그래 여기에 대한민국의 동포정책차실은 추호도 없단 말인가?! 누가 감히 이것을 조선족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단 말인가?!

조선족, 당신이 원해서라고1?…


그래 이 세상에 어느 민족이 제 어미 보러 가는데, 제 어미 젖 좀 먹으러 가는데 돈 천만 원씩 내며 개명환성까지 한단 말인가?

개명환성! 일제 때 억지로 개명환성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대한민국 동포정책이 우리를 또다시 개명환성하게 만들고 있다니, 이 어찌 하늘이 통탄하지 않을 것인가! 오 ! 찢어진 민족 ,그리고 찢어질 수밖에 없는 우리 민족이여! 그리고 눈물 코물 짜내며 솜뭉치로 가슴을 치며 연극하는 우리민족이여 !

그리고는 또 남몰래 낡아빠진 누렇게 색 바랜 땅문서를 꺼내 들고 복벽을 꿈꾸며, 그러다가도 잠에서 깬 듯이 통일을 외치는 민족이여! 통일, 통일! 진정, 이런 집체호를 만들어내면 통일이 올수 있단 말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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