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2003-12-11

"국민의 생명을 지켜준다는 119전화에 한 번, 112전화에 열 세 번, 애절하게 호소하는 목소리만 남긴 채 김원섭 동포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재외동포법 개정과 불법체류 사면을 위한 농성에 참여했다가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간다던 그는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지 않는 추울 겨울밤 거리를 홀로 헤매다가 온 몸이 꽁꽁 얼어붙은 시신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지난 9일 새벽길에서 동사한 재중동포 김원섭(46·흑룡강성)씨 추모집회에서 윤찬우 목사(중국동포의집)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성명서를 낭독했다. 윤 목사는 또 "강제추방 중단, 불법체류 사면, 동포법 개정을 더 열심히 외치며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으로 김씨의 명복을 빌었다.

재중동포 및 지원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독교회관 앞에서 11일 낮 12시부터 "재중동포 고 김원섭 추모집회"가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도 이날 오후 7시 기독교회관에서 김원섭씨 추모 및 강제추방 중단을 위한 긴급 목요기도회를 가졌다.

이날 재중동포들은 추모집회에서 "조선족도 동포다. 재외동포법 개정하라", "더 이상 동포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 등의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고국 땅에서 얼어죽은 동료의 죽음을 눈물로 애도했다. 또한 열 네 번의 구조요청을 외면한 119, 112를 성토하며 강제추방 철회를 정부당국에 촉구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민족은 그대에게 이유 불문하고 죄인입니다"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통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헤어 못나고 살려달라 간절히 애원하는데도 민족은 누구도 가냘픈 숨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고국이라고, 내 조상의 나라라고 그리도 기뻐하면서 찾아온 그대에게 민족은 너무도 모질게 냉대했다"고 원망했다.

오충일 목사(고 재중동포 고 김원섭 장례위원장)는 추모사에서 "70, 80년대 인권운동을 할 때는 학생과 노동열사 등의 장례위원장을 맡았는데 뜻밖의 장례위원장을 맞고 보니 동포를 따뜻하게 하지 못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다"면서 "이는 김원섭씨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죽음이며, 슬퍼할 때가 아닌 마음을 가다듬어 동포법 개정과 자유왕래를 쟁취해 김원섭씨의 염원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김원섭 씨의 시신은 답십리에 있는 한마음병원에 안치돼 있으며 분향소는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에 마련돼 있다. 김씨의 장례식은 오는 20일께 유족들이 도착하면 치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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