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003-12-10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사 학계가 엊그제 성명을 발표하고 역사왜곡 중단을 촉구했다. 학계는 이날 고구려사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 역사공동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또 정부 차원의 항의와 시정 요구, 고대 동북아 역사를 체계적으로 다룰 연구센터 설립, 북한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남북한 협력을 주장했다.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현실적이고 합당한 주문들이다. 이같은 학계의 공식 입장 표명과 대응은 시의적절하고 타당하다.

중국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추진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은 고구려를 중국 변방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고구려의 실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55개에 달하는 소수민족 정책, 한반도 통일 이후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한 대처, 그리고 ‘중화’(中華)적 민족주의와 역사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고구려사를 지켜야 하는 우리의 당위성은 명백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감정적으로 성급하게 다룰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등 국민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냉정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고구려사가 한국사라는 우리의 입장과 원칙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학계에서 제안한 ‘한·중 역사공동위원회’도 면밀하게 추진했으면 한다. 학계는 중국측의 주장을 설파할 수 있는 학문적 역량을 모아야 하고, 역사 바로잡기를 위한 시민·민간단체의 활동도 중요하다. 고구려사 지키기는 한민족으로서 남북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임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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