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2003-12-13

중국 정부가 한국 체류 중국동포들의 국적회복운동에 대해 강경 입장을 취해 이 운동에 참여한 중국동포 5500여명이 중국 귀국시 받을 처벌위험에 떨고 있다.

‘소수민족’ 문제를 공개리에 거론할 경우 즉각적으로 강경 탄압하는 중국 정부의 확고한 원칙은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다. 즉 명백히 중국국적인 중국동포들이 ‘한국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걸 중국당국으로선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13일 재외동포연대추진위 등 중국동포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오후 3시쯤 중국 칭다오(靑島)에 도착한 중국동포 9명 가운데 국적회복운동에 참여한 3명을 연행했다. 중국 정부와 사법부는 국적회복운동에 참여한 중국동포들에 대해 10만 위안(한화 약 1500만원)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동포의 집’ 김해성 목사는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중국동포의 한국내 취업을 묵인해왔으나 지난달 국적회복운동 전개이후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안다”며 “최근 중국으로 귀국한 모든 중국동포들을 대상으로 국적회복운동 참여 여부를 강도높게 조사, 참여 사실이 밝혀지면 엄중처벌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적회복운동의 진원지인 서울 구로동 서울조선족교회를 전격 방문, 농성중이던 서경석 목사와 중국동포들을 위로한 게 중국 정부를 결정적으로 자극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목사는 또 “중국은 국적회복운동 실태 조사를 위해 지난달 정보요원을 급파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중국동포 엄동춘(60)씨는 “소송 계류기간중엔 한국에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다고 해서 국적회복운동에 참여하게 됐다”며 “한국 언론에 내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와 더 이상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울먹였다.

중국 옌벤(延邊) 자치구의 200만 재중동포 사회도 이번 일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조선족 출신의 중국공산당 간부와 공안(경찰)간부 등에 대한 정치심사를 강화한다거나 앞으로 중국동포에 강도높은 탄압이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중국동포관련 뉴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사이트 ‘동북아신문’의 한 기사는 중국동포사회의 리더격인 리동춘 북경녹색기술경제대학 설립이사장은 “중국동포 간부들이 이 일로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동포 5503명은 지난달 13일 한국국적 회복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법무부에 냈고, 다음날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또 2400여명의 중국동포들은 서울조선족교회 등에서 합법체류를 요구하며 16일동안 단식 농성을 전개하기도 했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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