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키스
하늘이 낮게 내려와 있다
금세라도 울음을 쏟을 것 같다
화려했던 꽃들이 다 지고
땅을 차지하고 있던 풀들도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나뭇잎들은 바람 없이도
제풀에 떨어지는데
하늘은 무엇이 그리운지
며칠째 다시 오르지 않고 있다
자연은 빗물과
온 몸으로 정사를 나누지만
우린 늘 우산으로 비를 피한다
달과 별, 태양도 아닌
비야말로 하늘이 우리에게
구애를 하며 퍼붓는 키스다.
만추에 부는 바람
가로수 곁에 나란히 섰다
바람에 나뭇가지 눈을 감고
우수수 나뭇잎 떨어졌다
바람에 긴 머리칼 긴장하고
우수수 생각이 떨어진다
미운 사람 이름 떨어지고
그리워도 만날 수 없는 사람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꽃이며 옷이며 집착들이
아쉬운 듯 떨어진다
떨어지고 떨어져
생각이 나목이 될 때까지
나무의 그림자가 될 때까지
바람아 멈추지 말아다오.
창문에 걸린 구름
하늘에 떠있는 구름보다
창문에 걸린 구름이 좋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은
위아래가 텅 비어있어
흩어지고 사라질 것 같아
눈부시지만 불안하다
창문에 걸려있는 구름은
유리 속에 얇게 물들어
지도인양 안정적이다
창문에 비친 구름도
창문의 것이 아님을 안다
알면서도 그 앞에 서면
변덕스럽던 마음에
없던 창틀이 생기면서
순간의 평안이 찾아온다.
그림자의 꿈
햇빛은
그냥 거기에 있을 뿐
그림자를 낚는 것은
바람이다
바람에 깃발처럼 나부끼는
나뭇잎의 완성이다
도둑처럼 찾아온 세월에
몸을 맡긴 채
두 팔 벌려 두둥실
날아오르는 몸짓
마음을 활짝 펼쳐
가볍게 끌어안는 자세
나의 꿈 나의 그림자
나의 완성이다.
긴 꼬리 파랑새
동경은 까마귀가 많다
늘 까마귀만 보며 살다
어쩌다 낯선 새
나뭇가지에 찾아들면
동생이 소리친다
예쁜 새 왔다고
굼뜬 나는 읽던 책 덮고
창가로 달려가면
이름 모를 새는
흥분한 동생의 목소리에
자취를 감춘 뒤이고
동생은 아쉬운 듯
말을 길게 흘린다
머리가 아주 파랗고
꼬리가 긴 새였다고.
출처: 민족문학 2022년 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