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 불법체류자, 한국생활 눈물로 마감

[조선일보]2003-12-29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도둑질을 했습니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27일 담배를 훔친 혐의로 조선족 출신 불법체류자 계모(53)씨를 불구속 입건한 뒤 출입국관리소에 신병을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계씨는 지난 25일과 26일 오후 부평구 부평동 한 편의점에서 잇따라 담배 2 보루씩을 훔친 혐의다.
경찰조사결과 계씨는 지난해 12월 아내(48)와 함께 단기비자로 입국했다. 아내는 합법화 신고를 마쳤지만, 다리가 불편해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계씨는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부평구 청천동 일대에서 숨어지내는 생활이 길어지자 고통도 점점 커졌다. 계씨는 경찰에서 “식당에서 일하는 아내는 일하느라 밤늦게 돌아오고 집에서 혼자 대화 상대 없이 지내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하소연을 들은 이웃 김모(71)씨는 “범법자가 되면 돈 없이도 강제 출국할 수 있다”는 묘안을 들려줬다. 결국 계씨는 김씨와 함께 25일 밤 편의점 카운터 위에 놓여있던 담배 두 보루를 훔쳤지만 적발되는 데 실패, 다음날 같은 편의점에서 같은 범행을 저지르고서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계씨는 눈물로 만류하는 아내와 딸을 뿌리치고 “한국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는 말을 남긴 채, 27일 강제추방을 통해 고향인 중국 요령성으로 돌아갔다.

(최규민기자 min4sally@chosun.com )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