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03-12-30

“지적인 근거가 부족한 한류(韓流) 현상을 질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작은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충양(李充陽·57) 고려대 중문과 교수는 22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한국과 중국간 문화 학술 교류에 힘쓴 공로로 중국 정부로부터 국가급 훈장인 ‘언어문화우의(友誼)장’을 받고 29일 돌아왔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훈장 제도는 2000년 도입됐으며 3년마다 한 번씩 대상자를 선정한다. 2000년에는 김준엽(金俊燁) 전 고려대총장이 선정됐고, 제2회인 이번에는 이 교수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필리핀 대표와 함께 훈장을 받았다.

중국 정부가 공식 인정한 이 교수의 공로는 △한국 최초로 중국어 병음을 위주로 한 중국어 대학교재 ‘현대중국어’를 출판했고 △1990년대 초부터 중국한어수평고시(HSK)를 보급했으며 △매년 1회 개최되는 학술 세미나인 ‘한중포럼’의 한국측 대표로 양국의 주요 학자와 각계 인사간의 교류를 추진하고 △1993년 12월부터 중국 사회과학원과 공동으로 중국어 계간지 ‘당대한국(當代韓國)’을 발행해 중국에 한국을 홍보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1992년 8월 한중수교가 이뤄지기 전까지, 중국은 ‘중공’이라 불리는 적성국이었습니다. 학계에서는 대만 중국어를 쓰고 있었고 대륙의 현대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지요.”

이 교수는 1981년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논문 ‘마오쩌둥(毛澤東)의 문예사상과 그의 작품’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고려대 교수로 부임했다. 1986년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발행하는 논문집 ‘국외사회과학’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논문 ‘중국 신문학(新文學·사회주의 문학)의 전통과 특징’이 게재된 것을 계기로 수교 이전부터 한중간 가교(架橋) 역할을 했다.

1965년 ‘희귀어’를 배워 먹고살자는 생각으로 서울대 중문과에 입학해 수교 이전까지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중국 현대 문학을 연구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분위기는 그때와는 다르다. ‘한류(漢流)’ 열풍으로 올해 HSK 응시자가 2만명을 넘었을 정도다.

이 교수는 중국 현대 문학의 매력으로 ‘개혁과 혁명을 주제로 한 열정과 박력’을 꼽으며 “무서운 건 결국 그 열정이 실현돼 중국이 세계 강국으로 부상 중인 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중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고구려사 논쟁에 대해 이 교수는 “중국 정부는 동북지역의 조선족뿐만 아니라 만주족과 몽골족, 특히 1930년대 만주국을 세운 일본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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