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취재하다 中에 체포된 사진작가 부인 강혜원씨

[조선일보]2003-12-30

올 연초 탈북자들을 취재하다 중국 당국에 체포돼 2심에서 징역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프리랜서 사진작자 석재현씨의 부인 강혜원 씨는 이번 연말을 유난히 춥게 느낀다. 결혼한 지 2년 남짓 됐지만 거의 1년을 남편의 옥바라지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엔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중국을 벌써 10번도 더 다녀온 것 같습니다. 한국 감옥에 있어도 쉽지 않을 텐데, 이국땅에 면회를 가는 것이 여러가지로 어렵더라고요. 남편의 체포와 함께 제 인생도 많이 변했죠.”
남편의 석방을 위해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강씨는 29일 석씨를 면회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날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감기에 걸려 몸에 열이 나면서 중국행을 새해로 미뤘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예방을 위해 체온이 높은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성탄절에 남편이 옌타이(煙臺) 형무소에서 웨이팡( 坊) 형무소로 옮겼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지난번 항소심이 기각되면서 미결수에서 기결수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추운 겨울에 이국땅에서 말도 안 통하는 사람이 얼마나 불안하고 쓸쓸했겠어요.”
강씨는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20일만 있으면 남편이 중국 공안당국에 붙잡힌 지 딱 1년이 됩니다. 남편은 탈북 동포를 도우려다 저렇게 됐잖아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자국민이 체포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풀어내는 것을 보며 참 부럽더라고요.”
“남편이 체포된 지 4~5개월이 됐을 때에는 ‘남편을 그 곳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많이 했죠. 하지만 이제는 오로지 ‘남편을 하루라도 빨리 석방시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대구의 한 대학에서 디자인학부 조교수로 근무하던 중 이 학교 사진영상과 전임강사였던 석씨와 만나 2001년 10월 결혼에 골인한 강씨는 ‘자기 일에 대해선 결코 양보가 없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번 면회 당시 남편에게 추방 형식으로라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버럭 화를 내더군요. 자동차로 중국을 횡단하며 사진을 찍을 계획이었던 남편으로서는 추방 형식으로 중국을 떠나면 앞으로 중국에서 다시는 사진을 찍지 못할까봐 신경을 쓰더라고요.”
강씨는 정부나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주면 겨울이 가기 전에 남편이 석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가 이국땅에 발이 묶인 외동아들 생각에 잠을 못이루십니다. 가슴이 아파 어머니 얼굴을 뵐 수가 없어요. 정말 정부와 국민 여러분들의 성원이 필요합니다.”

( 홍원상기자 wshong@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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