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반대.여중생추모. 제야의 종 타종행사

[한겨레] 2003-12-31

지난해 분쟁을 겪은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의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종소리가 계미년 마지막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미군 장갑차에 숨진 여중생들을 추모하는 촛불도 서울 밤거리에서 타올랐다.

이날 밤 11시35분부터 서울 종로2가 보신각 주변에서 열린 ‘2003년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는 외국인 5명도 참가했다. 이들은 지난해 분쟁을 겪은 이스라엘과 이라크, 이집트, 미국, 러시아 출신 외국인들로,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뜻을 담겠다는 서울시의 초청을 받았다.

이라크인 모나켈리(49·여)는 “지난해 이라크에 너무 많은 비극이 있었지만, 이제 그 슬픔을 종소리와 함께 떠나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인 리보 파라고(31)와 미국인 아하바 마틴(55·여)도 “새해엔 전쟁으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외동포법 개정과 강제추방 철회를 촉구하며 47일째 농성을 벌여 온 중국동포 400여명도 이날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 앞에서 송년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재외동포법 개정시한으로 명시한 날(31일)이 지나가고 있다”며 “하지만 새해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재외동포법 개정의 꿈을 이루도록 다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도 이날 오후 7시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2003 반전평화 송년 결의대회’를 열고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2004년 새해에는 온 국민이 함께 반전평화의 깃발 아래 힘을 모아 정부의 이라크 파병 계획을 막아내고 세계 평화를 앞당기자”며 “국민의 이름을 더럽히는 침략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국회는 결코 동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미군 장갑차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도 같은 곳에서 5천여명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자주평화 여중생 추모 촛불 송년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미국은 우리의 꽃같은 두 여중생을 장갑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도 다시 우리에게 이라크 침략전쟁의 뒷처리를 거들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오는 2004년에는 ‘미국을 넘어 당당한 나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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