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2004-1-11

미국내 한국계 불법체류자들이 미 행정부의 이민법 개정 추진 소식에 기대감과 함께 불안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약 800만명에 이르는 미국내 불법 체류 노동 자들에게 한시적인 합법 체류자 신분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내 18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한국계 불법 체류 노동자들도 합법 체 류자로 구제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며 기대감을 보인 게 사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이민법 개정 내용이 점차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한국계 불법 체류 근로자들의 기대감은 점차 불안과 우려감으로 바뀌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개정 이민법에 따르면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 자의 경우, 일자리가 있으면 한시적으로 3년간 합법 체류신분을 부여받아 한차례에 걸쳐 3년간 체류연장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제의한 이민법 개정 내용대로 라면 이들 근로자는 6년이 지나면 미 국내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 신청이 가능한 게 아니고 일단 본국으로 돌 아가야 한다. 그렇게 될 경우, 이는 결국 한시적 합법 체류후 "사실상 본국 추방"이 라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이들 불법 체류 근로자의 걱정이다.

워싱턴의 이민전문 전종준 변호사는 10일 "부시 대통령이 밝힌 이민법 개정내용 을 자세히 살펴보면 불법 체류 근로자들에게 영주권 보장이 안돼 있다"며 "그렇다면 이는 결국 확실한 추방으로의 행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주권 취득이 허용되지 않고 오히려 결과적으로 추방을 의미한다면 불법 체류 근로자가 개정이민 법에 호소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 변호사는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이민법 개정안이 영주권에 대한 보장도 없고 그 내용도 구체적으로 법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계 불법 체류 근로자들에게 구 제의 길이 열렸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내 이민변호사와 이민단체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불법 체류 근로자 합법화" 추진 방침 발표를 계기로 불법 체류 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이민사기 행각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부시 대통령이 밝힌 이민법 개정은 내용이 개괄적이 고 모호해 "불법 체류 근로자들에게 질문만 양산할 뿐 아무런 답변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법 체류 근로자나 고용주들로부터 도대체 구체적 내용이 뭐냐는 문의 가 쇄도하는데도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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