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고향에 돌아와 살 천부적 권리를 달라!!”
“우리에게 잃어버렸던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해 달라!!”

이것은 현재 한국에서 불법체류로 농성에 돌입했던 5,700명의 목소리가 아니다. 모국인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과거 찢기고 왜곡된, 잘못된 우리 민족의 역사로 인해 지금도 버림받고 있는 모든 재중동포들이 모국에서 살 권리를 돌려달라는 정의의 함성인 것이다.
우리의 조상님들은 만주대륙에다 전 세계를 호령하던 고구려 제국을 창설하였으며, 왜적의 침략으로 이 나라 운명이 위태로울 때 만주광야에서 창검을 휘둘러 용감하게 싸워 후세에 길이 빛날 역사를 남겨 놓았다.

또한 우리의 조상님들은 만주벌 개척이란 미명 아래 일제가 강행한 강제 이민으로 만주 땅(지금의 동북3성)에 정착한 후 혼신의 투지로 불모의 땅이며, 황폐한 만주벌판을 지금의 기름진 곡창지대로 개척했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 없는 자랑스런 영웅들이었다. 이렇듯 자랑스런 우리 조상님들은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꿈을 한시도 버리지 못한 채, 한 많은 인생을 만주벌판에서 끝내고 말았다. 반면에 후손인 우리 세대는 지난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동서 양대 세력의 첨예한 대립으로 잘못된 냉전체제가 남겨놓은 역사의 희생물로 전락되어야 했으며, 귀중한 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야 했고, 금보다 소중한 아까운 세월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값없이 흘려보내야 했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역사기록마저도 거짓된 왜곡으로 장식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 예로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던 6.25전쟁을 들 수 있다. 한국전쟁으로 불려지는 6.25는 1950년 6월 25일 아침 북한의 남침사건이었는데, 우리 세대는 이런 역사적 기록마저도 남한의 이승만 정권이 북침한 왜곡된 교육을 받아왔다. 이와 같이 우리 세대는 지난 반세기 동안 오직 인간이 존재하는 세상에는 공산체제만이 진리로 존재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는 비진리이고 비인간적인 것이라는 교육을 계속 받아왔다. 이로 인해 우리 세대는 패쇄적이고 협소한 사고를 갖게 되었고, 우리의 모국이 어디이고, 우리의 뿌리가 어디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야 했다. 우리 세대는 철저히 역사의 희생물이며 피해자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새 시대의 흐름은 이런 잘못된 역사를 알게 하고 바꾸어 놓았다.
폐쇄된 역사의 뚜껑을 힘껏 열어 제치고 지루한 악몽에서 깨어나 세상을 보는 순간, 우리 세대가 잊고 살았던 소중한 모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우리의 뿌리인 위대한 민족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조상님들마저 꿈에서만 그리던 우리 민족의 조국산천을 후손인 우리가 이 땅에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땅을 밟는 순간 불법체류자란 ‘범법자’로 전락해야만 했다.
우리의 부모님이 태어난 곳이며 우리의 조국인데, 우리는 그 사실조차 모르고 살다가 이제야 알게 되고, 찾아왔는데 왜 소위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고 ‘죄인’의 누명을 써야 하는가? 우리가 중국국적을 갖게 된 것은 우리들이 원해서 된 것이 절대 아니다.

1949년 9월 30일까지만해도 조선족들은 호적이 한 사람도 없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관할하에 있던 조선족의 호적관계가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성립과 동시에 중국정부가 일방적으로 중국국적을 갖도록 하였다. 만약 그때 이에 대한 자유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그때에 280만에 가까운 재중동포들의 호적이 일거에 중국국적으로 전환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이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갖게 된 중국국적인데 우리가 한동안 잊어버리고 지냈던 원래 우리 국적인 한국국적을 회복해 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어째서 우리가 불법체류자가 되어야 하며, 경찰의 단속에 쫓기고 피하는 ‘죄인’으로 전락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누가 만약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나의 조국으로부터 인정도, 동정도 받지 못하고 냉정하게 버림받는 일이다”라고 주저없이 대답할 것이다. 그래서 모국에서 버림받은 아픈 가슴을 달랠 길 없어 ‘재중동포 한국국적 회복 추진운동’ 출범식을 갖고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찾기’운동을 전개하였으며 5,700명의 동포들이 합심하여 국적회복 신청을 했으며 2,400명의 성도들이 16일 동안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단식농성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죄인의 행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점이 마음 아프다. 이것은 죄인의 행동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는 정의의 행동이며, 우리 민족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길 서막을 연 것이다. 또 우리 민족 역사 이래 누구도 해 보지 못한 장엄한 대거사인 것이다. 이 거사는 우리가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시작의 선에 서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그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부지런히 달려가야 할 것이다.

어느덧 계미년의 수많은 일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2004년 갑신년 벽두 새벽을 깨는 희망의 종소리가 여운을 타고 가까이 들려온다. 우리는 모든 고통과 아픔을 가는 해에 묻어 버리고 새로운 다짐과 보람찬 희망으로 갑신년 새벽을 반기며 맞이하자.

<흑룡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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