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지 않을 때의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

서울조선족교회 교인여러분 그리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마 이 글이 동포여러분이 2월말 이전에 귀국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읽으실 편지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동포들에게 귀국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저희 교회 안에서도 이를 싫어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의 마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말씀을 말씀드려야 합니다. 귀국하지 않을 때의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서울조선족교회를 포함해서 여러 교회들이 동포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지만 교회들이 無所不爲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한계를 잘 파악해서 정확하게 목표를 설정하여 운동을 해야 그나마 목표의 근사치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3년 3월까지 서울조선족교회는 크게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해 왔습니다. 첫째는 불법체류로 인한 인권침해를 고발하는 일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이제는 합법체류로 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적어도 5년은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조건 추방은 안 되고 적어도 5년은 있게 해서 빚도 갚고 돈도 벌어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 고용허가제와 취업관리제로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4년 반까지 있게 하고 그 다음에는 돌아가게 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입국한지 3년이 안된 사람은 2년을 더 있게 하고 3년에서 4년 사이는 최고 5년까지 있게 하고 나머지 4년 이상은 돌아가도록 했습니다. 4년 이상이라고는 하나 2003년 3월 31일 현재 4년이기 때문에 2003년 11월 15일로 따지면 4년반인 셈입니다. 사실은 정부로서는 할 만큼 한 것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우리는 크게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동포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안 돌아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서울조선족교회는 솔직히 고민스러웠습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우리는 돌아가지 않으려는 동포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하는가? ‘그 정도 있었으면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말하는 한국인들을 납득시키려면 훨씬 더 설득력있는 주장을 가지고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서울조선족교회는 ‘동포들에게는 고향에 돌아와 살 천부적 권리가 있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점을 알리기 위해 국적회복운동을 하고 헌법소원을 내고, 그리고 8개 교회에서 단식농성을 했습니다. 농성 16일 만에 결국은 정부가 손을 들었고 정부는 조선족동포들 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노동자들이 일단 귀국을 하면 6개월 후에는 고용허가제로 재입국하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외국인노동자문제를 관계하는 목사, 신부님들도 다같이 가세하여 귀국일자를 늦추어 주면 노동자들이 귀국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하여 결국 귀국시한도 2월말로 늦추어졌습니다.

또 그동안 재입국과 관련한 모든 문제들도 해소된 셈입니다. 한동안 중국에 돌아가면 잡힌다는 루머가 있었지만 이 루머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해졌습니다. 그리고 재입국에 대해서도 정부는 재입국 보장이나 다름없는 약속을 해 주었습니다. 또 재입국시에 내야 하는 비용도 실비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모든 염려가 사라진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동포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번에 돌아가야 합니다. 이제 3월이 되면 정부는 혹독한 단속을 시작하고 또 고용주도 처벌합니다. 불법체류자가 도저히 취업을 할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8월부터는 재입국하는 사람들의 취업이 시작되고 정부가 이들의 취업알선에 적극 나서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합법인력을 얼마든지 쓸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를 쓰는 고용주는 없습니다. 불법체류자들은 그동안 저축해 놓은 돈을 다 쓰고 나서 결국은 중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돌아간 다음에는 5년간 한국 입국이 금지됩니다. 자기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다 못 들어옵니다. 정부는 철저하게 이들의 입국을 막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 불법체류를 근절하려는 정부의 방침은 실패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많은 정부관리들과 만나 왔습니다. 그래서 정부 고위층, 국회의원, 그리고 정부 관리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이번에 기필코 불법체류를 근절하겠다는 것입니다. 절대로 옛날처럼 적당히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번에 동포들이 옛날처럼 단속하는 척 하다가 말겠지 하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입니다. 이번에는 불법체류 근절의 의지가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자진출국자에게 ‘6개월 후에 재입국시켜 3년간 일하게 하는 너무도 엄청난 혜택’까지 부여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 관리들은 불법체류자의 잔류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하지 않습니다. 그냥 체포해서 추방시키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 사람들이 나오면 된다고 아주 가볍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나오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연변 자치주 관리들은 한국정부에게 불법체류자는 일단 귀국하고 새 사람들이 나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계속 말하고 있습니다. 말은 오히려 그 말이 옳습니다. 한국에 나와 있는 사람들만 혜택을 독점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아무리 동포들이 호소를 해도 그 말에 귀를 기울일 생각이 없습니다. 교회들도 지난번에 귀국에 협조하겠다고 정부에 약속했기 때문에 체포된 동포들을 석방시켜 달라는 말을 꺼낼 염치가 없습니다. 동포여러분, 이것이 현실입니다. 동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나 만일 귀국한 동포들이 재입국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때는 우리가 얼마든지 도울 수 있습니다. 정부를 향해 재입국을 약속해 놓고 왜 안 지키냐 하고 단식도 하고 농성도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취업알선을 하는데 정부의 노력이 굼떠서 시간이 지체되면 교회가 나서서 대신 취업알선을 하여 한국에 보다 빨리 들어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교회가 앞으로 하려고 하는 일이 바로 이러한 일입니다. 여러분의 재입국을 확실하게 책임지는 일입니다.

다만 한가지 밀입국자와 僞名여권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방법이 없습니다. 그분들은 중국에 돌아가더라도 5년간 입국규제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은 한국에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나는 어차피 돈을 벌만큼 벌었고 조금 더 벌다가 잡히게 되면 그때 돌아가겠다. 그리고 다시 한국에 들어올 생각은 하지 않겠다.”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주저앉아도 상관없겠지요. 그러나 혹시나 단속이 뜸하지 않을까? 혹시나 사면이 있지 않을까? 혹은 다시 옛날처럼 불법체류하면서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번에 주저앉을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요즈음 동포들이 불법체류 사면 청원운동에 관심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조선족교회에도 왜 이 운동에 참여하지 않습니까하고 동포들이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그 운동이 실현될 가능성이 1%도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자진출국하면 6개월 후에 재입국하여 3년간 일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습니다. 이 조치가 바로 정부가 불법체류자를 구제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입니다. 이미 이 대책을 내어놓고 있는데 다른 대책이 어떻게 나옵니까? 더구나 정부는 꿈도 꾸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 교회가 크게 걱정하는 점은 혹시나 동포들 중에서 불법체류 사면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귀국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혹독한 댓가를 치르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불법체류자가 서류절차를 거치면 사면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왜 이점을 분간하지 못하십니까? 불법체류 사면청원에 서명해서 나쁠 것이야 없겠지만 절대로 불법체류 하지는 마십시오.

또 이번 재외동포법 개정안의 국회통과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이번 개정안 내용은 지난해에 법무부가 시행령을 개정한 내용과 똑같은 내용입니다. 이미 작년에 조선족과 고려인은 법적으로 재외동포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번 국회통과의 의미는 작년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을 국회가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것에 불과합니다. 물론 앞으로 재외동포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지만 이 일은 그야말로 정부가 조용히 고쳐가야 합니다. 그리고 꼭 재외동포법 개정과 불법체류자 사면문제를 연결시키고 싶다면 이미 작년에 법무부가 시행령을 개정했을 때 했었어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동포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 3월이 되면 크게 후회할 일을 하지 마십시오. 8월이 되어 귀국했던 동포들이 재입국을 하게 되면 더 크게 후회할 일을 하지 마십시오. 이제는 합법의 길을 가야 합니다. 앞으로 합법의 길이 크게 열릴 터인데 그 길에서는 불법체류자들은 철저하게 배제됩니다. 앞으로 자유왕래도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복수비자도 주고, 새로운 비자도 만들어지고, 등의 조처가 계속 나오겠지만 불법체류자는 철저히 배제됩니다. 이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서울조선족교회는 지난 날 농성을 함께 한 사람들은 한사람도 잔류하는 사람이 없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설득할 예정입니다. 불법체류가 가져오는 고통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동포여러분, 최경수 차관의 인터뷰 기사를 다시 읽어보시고 현명한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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