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우의 수필 105>

 

申 吉 雨   skc663@hanmail.net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나무는 모두 결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장작을 팰 때에도 세로로 놓고 해야 잘 쪼개진다. 대나무도 몸통의 가운데에다 칼날을 대고 쪼개야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죽죽 잘 갈라지게 된다. 쪼개는 일을 결을 따라 행하기 때문에 쉽게 되는 것이다. 장작을 팰 때 위쪽이 아닌 뿌리쪽을 내리치거나, 대나무를 굵은 밑동에서부터 가늘은 위쪽 방향으로 쪼개야 잘 되는 것도 그 결을 따르기 때문이다.

딱딱한 돌도 각기 그 결이 있어서 결을 따라 징을 대고 쳐야 쉽게 쪼갤 수가 있다. 만약, 그 결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쪼개려고 하면 힘만 몇 배 더 들 뿐만 아니라 뜻하는 대로 쪼갤 수도 없게 된다.

개울이나 강을 헤엄쳐 건널 경우에도 물살의 흐름을 따라서 가야 쉽게 건널 수가 있다. 가깝게 건너겠다고 곧바로 헤엄쳐 가면 힘은 훨씬 더 들고, 기진해서 실패할 수도 있다. 흐르는 물도 다 결이 있기 때문이다.

늦봄의 무성한 보리밭을 보라. 그리고, 바람이 불 때의 그들의 모습을 보라. 연약하기 말할 수 없는 기다란 보리들이지만, 불어오는 바람결을 따라 이리저리로 말없이 휘어 주고 굽어 주곤 한다. 그러다가, 바람이 잠잠해지면 다시 꼿꼿이 하늘을 향해 몸을 일으킨다. 만약에 그들이 굽거나 휘지 않고 바람에 맞받아 서 있었다면 견디어낼 수가 있겠는가? 이도 또한 결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벌판의 풀도 그렇고 무성한 나뭇가지를 가진 나무들도 모두 마찬가지로 하여 태풍과 비바람을 견디어 내는 것이다.

사람의 삶도 이와 같은 것이다. 이치를 따라 살면 일이 잘 되고 즐겁게 살 수 있지만, 이치를 어기거나 역행하면 일은 틀어지고 실패되며 삶도 고달프고 괴롭게 되는 것이다.

순리(順理)를 따르는 것은 순리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고, 순리이기 때문에 그에 맞추는 것이다. 역리(逆理)를 좇는 것은 이치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잘못이고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다. 정의를 위하여 온 몸으로 대항하는 열사(烈士)와 힘도 없으면서 무조건 수레바퀴를 막으려 드는 버마재비의 모습은 같은 것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일에는 순리가 중요한 것이다. ☺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