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구비문학회, 해외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 다문화적 관점에서 조명한 학술세미나

 
지난 18일부터 서울 혜화동 한국방송통신대에서는 ‘구비문학과 디아스포라- 21세기적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국구비문학회 2008 하계학술대회’가 진행됐다.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혜화동 한국방송통신대에서는 ‘구비문학과 디아스포라- 21세기적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다문화적 관점에서 해외한인 및 한국거주 외국인의 구비문학을 다룬 논문들이 발표됐다.

한국구비문학회와 방송대 통합인문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이번 ‘한국구비문학회 2008 하계학술대회’에서 첫날 대구대 박진태 교수는 ‘한민족과 세계, 그리고 구비문학- 21세기적 상황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기조발표에서 “한민족의 다문화 역사는 이주의 역사와 병행해서 전개됐다”면서, “이민과 귀화에 의해 한민족과 타민족이 혼거하면서 접촉하였을 때, 어떤 문화적 상관관계를 이루었는지에 대한 구비문학적 조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 타민족이 이주해온 역사를 반영한 구비문학으로 건국신화를, 국내에 이주해온 타민족의 삶 속에서 형성된 구비문학으로 혼혈아에 관한 구어서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분석한다”며, “고조선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 종족이동사와 함께 경제사가 반영돼 있다”는 점과 “박혁거세신화는 신라 건국 초기에 문화가 다른 두 종족이 결합해 다문화사회를 이룩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문화가정, 곧 한국인 아버지와 인도네시아인 어머니의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혼혈아를 관찰하고 지도한 교사가 기록한 산문을 구어서사로 규정”하고 이를 분석했다.

박 교수의 기조 발표에 이어 중국 소주대 박명숙 교수는 ‘재중 한인 구비문학의 과거와 현재- 조선족 설화를 중심으로’가 대리 발표됐다. 박교수는 대리 발표를 통해 “중국 조선족은 19세기 중엽이후 한반도에서 중국 동북지역으로 이주한 월경민족”이라고 규정한 후 “고국과 상대적으로 분리된 시공간에 거주하면서 새로운 지역적, 민족적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실상이 조선족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비설화는 민족문학의 중요한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장르”이고 “조선족 구비설화는 특수한 시공간에서 형성된 또 하나의 한민족 구비설화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하며, “공간적 측면에서 중국 동북삼성 지역으로 이주해간 조선족1세들에게 있어서는 삶의 공간 확보가 가장 큰 명제였기에, 두만강, 백두산, 용정 등 특정 지역 설화가 많다”는 점과 “시간적 측면에서 중국 문예정책의 영향으로 인해 이데올로기적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경대 이복규 교수는 '중앙아시아 고려인 강제이주담의 사실성- 관련 작품의 사실성 검증을 중심으로'에서 “고려말(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사용하는 한국어를 일컫는 말)을 하는 노인들만 이들 노래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 젊은 세대는 대부분 고려말을 할 줄 몰라, 전승이 단절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시나 소설 등 기록문학만이 아니라 구비문학도 마찬가지 운명에 놓인 것이 고려인 문학 또는 구비문학의 현주소이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고령인 2세대(러시아에서 태어나 우리말을 쓰다 1세대를 따라 중앙아시아로 들어온 세대)가 세상을 뜨면 구비문학도 영영 들을 수 없다”면서 “이 지역 고려인의 구전설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생애담 조사 역시 시급“하며, “제한된 논의지만 강제이주담을 포함하는 중앙아시아 고려인 생애담의 조사와 연구가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 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이어 부산대 이헌홍 교수는 '재일 한인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지난 시기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극심했던 일본 사회에서 자기 정체를 숨기지 않고 살기가 어려웠던 사정으로 인해, 재일한인의 삶에서는 설화구술의 현장 그 자체가 존립하기 어려웠던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고 밝힌 후, “재일한인의 삶의 특징을 포괄할 만한 몇몇의 유형으로써 내몰린 자의 한계 상황과 생존 현실, 가족 이산의 비극과 재회의 꿈, 일본 속의 한인마을, 그 풍경과 애환, 동화와 이화 사이에서의 갈등” 등으로 나눠 살폈다.

이 밖에도 첫날 학술대회에서는 한국외대 나수호 교수가 ‘외국인이 보는 한국 구비문학’, 한국예술종합학교 윤혜진 교수가 ‘한국의 다문화 형성과 이주민의 음악문화- 다국적 이주민의 문화’, 건국대 오정미 교수가 ‘이주여성의 문화적응과 설화의 활용- <선녀와 나무꾼>과 <우렁각시>를 중심으로’, 평택대 이홍우 교수가 ‘<글로벌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의 구술문화적 분석’ 등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구비문학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으며, 학술대회 둘째날에는 서울산업대 신연우 교수의 ‘서사구조를 통해본 창세신화와 건국신화- <천지왕본풀이>와 <동명왕편>을 중심으로’ 등 자유주제 발표 및 토론이 이어졌다.

재외동포신문/최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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