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 다리오[니카라과]

 여행 중인 여인이시여, 제가 짧은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지요. 한 남자에게 장미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심장에서 싹튼 장미였지요. 얼마나 보물처럼 아끼며 정성스레 보살폈겠는지 상상해보십시오! 부드럽고 사랑스런 꽃이 어찌나 이쁘고 소중했겠습니까! 신이 내리신 기적 같았겠죠. 장미는 달콤하게 지저귀는 새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향기에 취할 수밖에 없었죠. 마술적이고 달콤한 별의 향취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행복한 남자의 집에 대천사 아즈라엘이 나타나 장미를 뚫어지게 치어다보았죠. 가여운 장미는 겁에 질려 몸을 떨며 슬픔에 잠겨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대천사 아즈라엘은 무자비하고 창백한 죽음의 전령이었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행복의 원천이던 장미가 숨결이 약해져 생명을 잃어가는 것을 보곤 남자는 근심에 휩싸였습니다. 남자는 자비로우신 신을 향해 이렇게 말했지요.
 -신이시여, 왜 제게 주신 이 꽃을 앗아가려 하십니까?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지요.
 선하신 우리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이 부성애 가득찬 눈물에 감동하시어 아즈라엘에게 명하셨습니다.
 -아즈라엘아, 장미를 살게 내버려 두거라. 대신 네가 원한다면 내 푸른 정원에서 하나 가져가려무나.
 장미의 얼굴은 다시 홍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어떤 천문학자는 자신의 관측소에서 하늘에 떠 있던 반짝이던 별 하나가 꺼지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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