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한수교15돐기념생태문화, 생태페스티벌 소설편

                                                                                                                                                   

   1
   토요일에 나는 안해와 함께 강아지 여덟마리를 박스에 담고 개시장에 나왔다. 막상 강아지를 팔려고 하니 어쩐지 민망하고 부자연스러워지면서 위치가 좋은 중간을 썩 지나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았다. 인테리로서 오구작작인 개시장에서 먼지와 잡냄새를 마주하고 평생 처음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아는 사람을 만날가 무척 신경이 예민해져 두리번두리번 살피는걸 잊지 않았다.
《이러다가 도로 집으로 가져가는거 아닐가?》
안해도 무척 조급한 모양이였다. 직장인으로 안해도 평생 처음 하는 장사였다.
《안되겠어. 내가 한번 쭉 돌아보고 올게.》

  나는 개시장을 한번 훑었다. 가격도 대충 알아보았고 강아지의 크기와 품종도 알아보았다. 다행인것은 많은 강아지들이 외제품종이나 《튀기》들이였고 또 《쌍반나》세퍼드요, 서장에서 들어온 그런 류였다.

  물론 그런 명품들은 값이 엄청났고 마스코드로 팔리우고있었으나 보통농민들이나 원두막 그리고 양어장의 주인들은 선호하지 않았다. 물론 수년전 외국품종들이 항공편으로 국내에 쓸어들던 그때는 금값이였으나 이제는 한물이 지났다.

  나는 자신이 생겼다. 우리의 강아지는 순 토종이였고 온 개시장에서 그만큼 복스럽고 오동통 살이 오르고 코구멍이 촉촉이 젖고 두눈이 초롱초롱한 토종개는 없었다.
《되겠어. 이 판에 우리 강아지가 제일이야!》
  그제야 안해도 다소 안심이 되는듯 빙긋 웃었다. 현지인들은 참 끈질겼다.
  몇번 와 만져보고 값을 내리깎고 그러다가는 또 돌아섰다. 당초에 돈벌이로 시작한 노릇이 아니였으나 헐값으로 팔고 툭툭 털고 일어서기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점잖은 인테리라고 얼렁뚱땅 슬쩍 넘겨 먹으려는 현지인들의 소행에 반발이 생겼다.
《자기, 팔아버리자 그 값엡》
안해가 동요한다.
《안돼. 한쌍에 160원이하에는 팔수 없어.》

  그러면서 뻗쳐보았으나 결국 《만만디》끈질긴 중국 현지인들에게 손들고말았다. 결국 한쌍 150원, 130원, 120원까지 받고말았다.돈을 주머니에 받아넣고 새 주인들에게 안겨가는 뭘 모르는 강아지들의 머리를 마지막으로 다독여주면서 등을 쓸고 또 쓸었다.
강아지를 무겁게 들고왔다가 빈몸으로 돌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은 실로 형언키 어려웠다. 아홉마리에서 대번에 여덟마리가 적어졌는데 어미개의 마음은 어쩔는지…
                          
                                2
《아버지, 우리 집 개엄마가 아기 낳는다.》
  네살난 둘째녀석이 조용한 사무실에 뛰여들어 헐떡이면서 눈이 동그래서 고아쳤다. 그바람에 동료들이 한바탕 웃었다. 《개엄마가 아기 낳는다고?  핫하하 그녀석…》 《그래? 몇마리더냐?》
《세마리야! 또 나와…》
철없는 둘째녀석이 대단히 신기한 모양이였다.
동료들이 그러면서 웃었고 애는 나의 손목을 당겼다. 그때가 처음 생명의 탄생을 직접 목격할 때였다. 어릴적 촌에서 암탉이 병아리를 깨내는것은 보았으나 배속에서 두달 잉태하여 출산하는 전 과정은 평생처음이였다. 급히 집으로 뛰여가니 대문소리를 듣고 어미개가 숨이 차서 헐떡이면서 주인을 바라보고있었다. 네마리였고 이미 털이 마르고 어미의 품속으로 비집고들어갔다.그렇게 아홉마리나 낳았다. 생명의 탄생은 인간만이 장엄한것이 아니라는것을 처음으로 가슴으로 실감했다.

  이틀이 지나자 몇번 데우고 데웠던 국을 한대야나 먹어치웠다. 그리고 바깥도 나가지 않고 진종일 강아지만 품었다.강아지들이 벌벌 기여다니고 어섯눈을 뜨고 한달이 되여오자 죽을 먹기 시작한다. 그 한달동안 어미개는 새끼들의 오줌똥을 매일매일 먹어치웠다.
  
                              3
  동료들과 친구들의 모임은 왜 그렇게 즐거웠고 그 모임에서는 왜 그렇게 술을 과음해야 하는지…아침 일곱시에 직장에 나가면 하루종일 직장에서 돌아치고 저녁 아홉시에 집으로 돌아갈 때가 보통이였다.

  술이 약하면서도 고지식하게 사양을 몰랐고 태엽이 풀려 동서남북을 모를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한겨울 후끈한 온돌에서 술이 잘되여 한밤중에 그래도 제집의 대문을 열었다. 순간 이제는 안전하게 제집으로 왔구나 탕개가 풀리면서 그대로 쿵 누워버렸다. 그것이 바깥이라는것을 의식할수가 없었고 우리 집에 돌아왔구나 하는 아리숭한 기억뿐이였다. 그러면서 오늘은 웬일인지 천정에 별들이 반짝이는구나 그랬었다. 비몽사몽간에 따뜻하고 축축한것이 얼굴을 만지는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안해가 잠결에 대문소리를 들은것 같았으나 인차 잠잠하기에 그대로 잠이 또 들어버렸다. 그러다가 개가 출입문을 발로 두드리고 낑낑거리는 소리에 안해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문을 열자 개가 낑낑거리면서 대문으로 뛰여갔다가는 다시 뛰여오면서 끙끙거렸었다. 안해가 솜옷을 걸치고 손전지를 찾아들고 가서야 엄동설한에 땅바닥에서 늘어져 코를 고는 나를 발견하고 안깐힘을 써서 늘어진 주정뱅이를 집으로 옮겨왔다. 물론 안해가 알려주어서야 안 일이다.

  술이 깨였을 때 팔을 꼬집는 안해가 밉지 않았고 그 주인을 구해준 우리들의 누렁개가 그렇게 대견해보였다. 점도록 머리를 쓸어주고 시장에 달려가 소뼈다귀를 무더기로 사다가 삶아주었다.

《저것들도 주인을 믿고 사는데…》

  그래서 항상 배불리 먹이고 기름기를 먹였다. 식당에서 랑비가 엄청났다. 물론 점잖은 장소는 할수가 없었으나 동료들과의 식당에서는 너무너무 아까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 아까운 고기들돼지고기, 소고기,  해산물들을… 달이 가고 해가 바뀌면서 친구들과 동료들이 개에게 끔찍한 사랑을 리해해주었고 남은것을 그대로 챙겨주군 하였다.

우리의 강아지와 어미개는 항상 번지르르했고 강아지가 개시장에 나가면 불이 나게 팔렸다. 봄이면 조개, 가을이면 미꾸라지,  여름이면 낚은 고기를 먹였다.
  
                                4
  13년전 안해가 둘째애를 낳고는 지지콜콜 앓기 시작했다. 륵막염에 페결핵까지 심신이 형편없이 시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나도 결핵성흉막염이란 진단으로 입원이였다. 다섯살난 큰애, 돌이 되지 않은 작은 애를 돌볼 사람이 없었다. 이러다가는 가정이 무너질것만 같았다. 생각만 해도 겁이 났다. 나는 이를 악물고 퇴원하여 민간의 비방을 찾고 몸에 좋다는 약들을 찾았으며 애와 병자를 위해 제정신이 아니였다.

  그때가 복철이였다. 《누렁개를 잡아서 개곰을 해먹어라》, 《태가 좋다던데…》 장모와 어머니는 마음뿐이였다.
그러던중 누렁개가 나타났다. 소시적 촌에서 소잡고 돼지잡고 개잡는것은 보았으나 실천을 해보기는 처음이였다.
누렁개는 털이 반지르르했고 몸이 둥글둥글,  만만찮은 값으로 사왔었다.
바줄을 들고 개에게 접근하자 무작정 내 다리에 머리를 비벼대면서 끙끙거렸다.(왜 이럴가?!)
그 눈길이 마음에 걸렸다.
살생한다는것이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으나 이런저런걸 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애들을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안해와 나는 일어나야 했다. 건강이 첫 째였고 모든것은 그 다음이였다. 그런데 개는 계속 낑낑거렸고 나를 올려다 보고있었다. 개의 뜻을 알수가 없었고 깊은 생각을 할 처지도 아니였다.

결국 개의 배를 가르고나서야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말았다. 개의 배속에는 아홉마리의 강아지가 들어있었다…
나는 심한 죄의식과 자책에 모대겼다. 하나도 아닌 열마리의 생명이 나의 손에서… 허허탄식하면서 땅을 두드렸으나 어쩔수가 없었다.
그후에도 나는 가끔 그러루한 꿈속에서 헤매군 하였고 그 눈길은 점점 애원, 원망, 절망으로, 분노로 이글거렸다.
일년후 안해와 나는 건강을 찾았고 애들도 건실히 자라기 시작했다.우리는 누런 강아지를 사려고 촌으로 다녔다. 그러나 그때 찾으려는 누런강아지가 좀체로 나타나주지를 않았다. 주말이면 우리는 찾는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찾지 않고는 도저히 마음의 안정을 찾을수가 없었다.

반년후 우리는 누런 강아지 두마리를 안고 집으로 들어섰다.
이제는 열배,  백배로 갚아줄거야!
13년동안 우리는 쭉 누런개만을 길렀다. 13년동안 150마리를 번식시켰다. 그 150마리의 강아지들이 또 얼마의 누렁개를 번식시켰는지…
이 세상에서 생명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것이 없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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