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어느 20대의 젊은 부인이 남편에게 조용히 말을 하였다.

“나는 당신 친부모에게 ‘아버님, 어머님’하고 부르는데 당신은 어째서 내 친부모에게 그렇게 부르지 않지요?”

남편은 뜻밖의 질문에 약간 당황하면서 이렇게 변명을 하였다.

“그거야 자주 안 만나서 습관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요.”

그 말을 들은 부인은 또 이렇게 따지듯이 물었다.

“당신은 오빠보고도 꼭꼭 ‘큰처남, 큰처남’ 하대요. 친구 남편들은 모두들 ‘형님, 형님’ 하고 부른답디다.”

“어허, 그것도 접촉이 적어서지요. 가끔 만나는데 어떻게 ‘형님’이라고 불러요? 쑥스럽게.”

그러자, 부인은 항의가 섞인 말투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당신 식구들을 존대하면 당신도 우리 식구들을 존대해야 되는 게 아녜요?”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즉각 존대하지 않는 뜻이 전혀 없음을 강력히 나타냈다. 그러나, 그 부인은 그것을 수긍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단정적으로 말을 하였다.

“그게 다 당신이 나를 무시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예요.”

남편은 한 동안 그렇지 않음을 설명하였지만 부인은 변명으로만 들었다.

이 어찌 호칭(呼稱)에 대한 몰이해(沒理解)와 오해(誤解)로만 여길 일인가?

며느리가 시부모를 부를 때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하는 것은 존경의 뜻도 있지만 ‘법으로 부르게 된 부모, 곧 시부모(媤父母)’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이 경우 ‘님’자를 붙여 부르는 이상 ‘시’자를 쓸 필요가 없다. 또한,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높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로의 관계상 틀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남에게 시부모를 가리킬 경우에는 ‘시아버지, 시어머니’라고 꼭꼭 ‘시’자를 붙여야 된다.

사위가 장인이나 장모를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경어법에 틀려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부모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처남’은 ‘처의 남자 형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친족의 형제처럼 ‘형님, 동생’으로 부르는 것은 잘못하는 것이 된다. ‘처형, 처제’도 ‘처의 여자형과 여자동생’의 뜻을 각각 나타내는 것이므로 ‘형님, 동생’이나 ‘누나, 누이’로 부를 수가 없다. 며느리끼리 ‘형님, 동생’ 하는 것은 맞다. 남편이 형제간인 것처럼 아내들끼리도 형제가 법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치로, 처남도 매형이나 매제를 ‘형님, 동생’이라 부르지 못한다. 그들은 남남의 사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편이 친가(親家)와 처가(妻家)의 가족들을 가리키는 호칭과, 아내가 본가(本家)와 시가(媤家)의 식구들을 부르는 말이 서로 다른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오히려 이치에 맞아서 당연히 구별해서 불러야 마땅하다.

호칭(呼稱)들은 아무렇게나 만들어지고 붙여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예법(禮法)이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이런 기본적인 관계는 깨질 수가 없는 일이며, 또한 그 관계에 따른 호칭들도 아무렇게나 바꿀 수가 없다. 여자의 권리가 보다 신장이 되고, 남녀평등을 넘어 여성이 상위가 된 세상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인간의 관계와 관계에 따른 언어의 사용과 행동에는 일정한 원칙이 있어서 행하여지는 것이므로, 호칭 또한 아무렇게나 사용해서는 안 되며, 올바르게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부부가 서로 다르게 쓰는 호칭들은 여권(女權)이나 평등(平等)의 개념에서만 따질 일이 아니다.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