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2. 경제적 측면

0. 연변경제 현실

. 개혁개방과 연변

개혁개방정책 이전 중국은 국가안보에 우선적 가치를 둠에 따라 교통 등 인프라의 여건을 무시한 채 주로 내륙지방에 국가의 기간산업망을 구축했다. 또 지방산업을 통해 지역이 자체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조달토록 하는 사회주의국가의 일반적 산업정책이 보편적으로 적용되었다. 이에 따라 동북3성 지역은 일제시대에 자리잡은 공업지대로서의 면모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연변지역도 개혁개방정책 이전에는 전통적인 국가정책에 따라 내수시장이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영세하지만 2차 산업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 지역경제의 주력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산업규모의 영세성은 다양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방정부의 자치권 강화, 지역별 독립성 확대 그리고 지역 간 경제교류의 활성화로 경쟁이 치열하게 되면서 지역별 산업분포와 부존자원의 차이가 지역경제 성장에 그대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연변지역 역시 그러한 정책의 영향을 받아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2차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었는데 이러한 현상은 1980년대 후반부터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2년 한중수교는 연변지역의 산업구조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백두산관광 붐으로 연변을 찾는 한국관광객이 늘어나게 되자 연변조선족자치주 정부가 이를 새로운 활로로 받아들인 것이다. 주정부는 2차 산업 대신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3차 산업을 축으로 하여 지역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연변에서는 2차 산업이 침체를 면치 못하게 된 반면 3차 산업은 급속히 성장하게 됐다.

연변조선족자치주 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동안 연변을 찾은 관광객은 281만 명에 이르며 이중 해외 관광객은 18만6천명이나 되었다. 관광수입은 21억7천만 위안(2천6백억원)을 기록했다. 백두산관광과 관련한 또 다른 통계도 있다. 한 중국전문 인터넷 매체는 2007년 4월 중국의 백두산보호개발관리위원회 자료를 인용, 중국측이 백두산 관광사업만으로 2005년에 관광객 50만 명으로 6천300만위안(75억원 상당), 2006년에 70만 명으로 1억위안(120억원 상당)의 수입을 올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바다와 접해있지 않아 내륙 변방지역의 한계에 갇혀있는 연변지역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으로부터 직접적인 수혜를 입지 못했다. 1990년대 초 유엔개발계획이 추진한 두만강개발계획에 힘입어 훈춘시가 경제특구로 지정되어 관심을 끌었으나 이 계획이 흐지부지되면서 훈춘개발도 중단됐다. 다만 2000년대 들어 중국이 낙후된 지역에 대한 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동북공정과 동북진흥계획을 수립함에 따라 최근 연변지역의 인프라 구축이 활기를 띄고 있다.

. 산업별 동향

연변지역이 3차 산업 중심으로 산업편재가 바뀌었지만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몇몇 분야는 이 지역의 주력산업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백두산지역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이용한 임업과 섬유업 그리고 연초산업 등이 이에 속한다.

연변지역은 총면적의 81.3%가 산림지역으로 되어있어 ‘장백의 임해’로 불린다.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은 중국의 주요 목재생산기지 중의 하나이다. 이를 반영하듯 연변지역은 업종별 종사 직공인수 비중이 목재채취 및 운송부문이 압도적으로 높다. 1995년 통계에 따르면 목재가공 26.3%, 제지 7.4%, 비금속광물제품 7.1%, 방직업 6.8% 등의 순이다. 특히 연변의 목재가공 및 제지공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배니아판, 톱밥판, 종이펄프, 신문용지, 가구 등이 주력 생산품이다.

섬유공업 또한 연변지역에서 상대적으로 규모를 갖춘 주력 산업부문으로 분류된다. 방직 편직 등의 공장들이 있으며 주로 면직물 면사 방직품 아마사 등을 생산하고 있다. 금사 마사 화섬사 화섬혼방포 내의 셔츠 등의 제품은 지속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연변지역의 제조업은 대체로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중심의 업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중화학공업 부문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기술수준이 낮고 공해유발적인 화학섬유제조업 및 프라스틱 제품 등으로 특화되어 있다. 이는 한국 등 외국으로부터의 투자유치가 주로 노동집약적이며 공해유발 업종에 집중되어 있는 것과 관련있다.

1998년 연변통계연감에 따르면 연변의 2차 산업 기업규모는 소형기업의 비중이 94.9%, 중형기업 4.1%, 대형기업 1.0%로 절대다수가 소형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기업별 평균자본금도 중국전체 평균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이와 같이 연변 2차 산업 기업은 규모의 영세성과 산업기술의 후진성으로 인해 경제적 효율성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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