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시험 선발제 아닌 성적순으로...

요즈음 조선족동포사회는 한국어시험문제로 시끄럽다. 동포들은 시험제도가 잘못되었다며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지만 법무부는 시정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업코리아는 이 분야의 전문가인 세계한국말인증시험의 이진호 사장을 초청해 토론시간을 가졌다.

서경석 :  방문취업제는 한국에 친척이 있는 조선족 동포들이 친척방문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5년간 일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남한 출신 조선족들에게만 기회를 주고, 북한 출신 조선족들에게는 입국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무연고 동포들을 한국어시험을 쳐서 입국시키는 제도가 2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어 시험제도가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습니다. 먼저 무연고동포들을 위한 한국어시험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이진호 : 이 제도의 도입취지는 좋은 것이었습니다. 교포 1세는 한국말을 잘하지만 현재 교포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2, 3세의 경우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고국 취업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게 되고, 또 과거 산업연수생 시절과 같은 입국비리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한국어시험 도입 자체는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험관리를 중국정부에 맡긴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의 시험관리 주관기관은 법무부와 교육과정평가원입니다. 따라서 주관기관은 위탁기관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데 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정부도 토플시험을 관리하는 경우와 같은 철저한 자세로 임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고시중심>이 토플시험을 관리할 때는 투명하게 관리하지만, 한국어시험의 경우에는 시험접수부터 엄청난 비리가 발생합니다. 시험접수의 경우 두 주 정도 인터넷으로 접수를 받는데 접수받는 시간은 약 10분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미 마감이 됐는데도 돈만 주면 접수가 됩니다. 접수부터 이러하니 관리감독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결국 한국 자체를 우습게 보는 한국어시험이 된 셈입니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상대가 중국정부이다 보니 행여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까 보아 주춤거려 문제가 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경석 : 그러니까 정부기관인 <고시중심>이 한국어시험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돈을 갖다 바치는 사람들만 접수되고 또 합격되겠군요. 시험문제 출제와 채점은 누가 합니까.

이진호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합니다.

서경석 : 그렇다면 접수에만 문제가 있지 시험문제 출제와 채점은 공정한 것 아닙니까.

이진호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시험문제 출제는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비리의 대부분은 시험접수에서부터 응시, 합격까지의 과정에 있습니다. 비전문가들은 출제에 비중을 많이 두는데 출제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서경석 : 응시과정에서 컨닝이나 답안지 교체 등 부정행위가 이뤄진다는 말입니까.

이진호 : 컨닝과 같은 부정행위는 다른 시험에서도 존재합니다. 문제는 시험감독관 선정부터 전적으로 중국에 위임하다 보니 모든 과정에서 비리가 끼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서경석  : 최근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법제도선진화팀이 중국에 가서 무연고 동포들을 위한 한국어시험을 조사하고 나서 비리가 너무도 심각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조선족교회는 그동안 한국어시험을 성적순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열심히 주장해 왔습니다. 지금처럼 능력시험을 봐서 60점 이상 받은 사람 중에서 추첨으로 선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는 사람들의 미래를 운에 맡기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의 법제도선진화팀은 한국어시험을 성적순으로 하자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시험처럼 비리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성적순이 의미가 없어 도입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은 한국어시험 성적순 합격은 현지 동포들이 원하지 않고 있다며 동포들은 지금처럼 60점이상 받은 사람 중에서 추첨으로 선발하는 제도를 지지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진호 위원장께서 현지에서 파악한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진호 :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성적순보다 추첨방식을 선호한다고 해서 그것을 현지여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지요. 근본적으로 동포들은 자기의 인생을 로또복권처럼 운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너무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포들이 이런 제도를 원한다는 말은 전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며칠 전 모일간지가 외국인선발 한국어시험은 로또시험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시험은 이렇게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또 성적순으로 선발하면 처음에는 응시생이 많더라도 한 번만 지나면 그 뒤에는 합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시험을 보게 되어 응시생 숫자가 크게 줄어들어 시험제도가 정착됩니다.

서경석 : 동북아신문 보도에서도 조선족들은 “추첨결과에 따라 운명이 바뀌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도대체 당첨될 때까지 몇 년이나 기다리란 말이냐”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도대체 어디서 무슨 여론을 듣고 동포들이 지금의 제도를 선호한다고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중국정부가 시험관리를 하면서 엄청난 비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만큼 한국기업이 중국에 들어가서 시험관리를 책임맡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는데 이 가능성은 없습니까?

이진호 : 국내에는 해외에서 10년 동안 한국어인증시험 관리를 해 온 세계한국말인증시험(KLPT, Korean Language Proficiency Test)이란 기업이 있습니다. 이 기업은 중국,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등 20여 개국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5년 이상 한국어인증시험을 치러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단 한차례의 비리도 없이 성공적으로 시험이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중국의 북경, 상해, 심양 등 12개 주요 도시에서  일반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KLPT)과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기초 한국어시험, Basic KLPT)을 지금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고용허가제 한국어시험은 인도네시아, 몽골, 베트남에서 시행했습니다. 따라서 KLPT가 충분히 시험관리를 맡아서 할 수 있습니다.

서경석 : KLPT가 중국에서 무연고동포 한국어시험을 관리하려면 중국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까?

이진호 : 이미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서경석 : 고용허가제에 따른 한국어시험도 문제가 있습니까?

이진호 : 고용허가제를 위한 한국어시험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현지 송출기관이 공동으로 시험관리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지 파견직원이 한 명 뿐이어서 사실상 현지 송출기관이 모든 시험관리를 맡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접수나 시험관리에 따른 비리 등으로 시험의 공정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경석 : 응시생이 1만명 이상인데 한국감독관은 한 명이라면 철저한 관리 감독은 어려울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됩니다. 그런데 KLPT(세계한국말인증시험)가 시험관리를 한다면 상황이 달라집니까?

이진호 :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 한국어시험을 책임질 때는 국가기관이다 보니 일반 한국인을 교육시켜 투입시키지 못하고 기껏해야 대사관 직원들을 투입시키는 정도입니다. 반면에 KLPT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등에서 현지 한국인들을 유학생부터 시작해서 현지 상인까지 총동원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민간기관은 이런 경우에 강점이 있습니다. 민간인을  최소한 2, 3회 정도 교육시켜 1만명이 시험을 보는 경우 700명을 감독관으로 투입시킬 수 있습니다. 모든 감독관을 한국인이 할 수는 없지만 복도와 총괄감독에 두 사람을 투입하고 그중 한 사람을 한국인으로 하면 투명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서경석 :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많은 한국인을 투입시키지 못하나요?

이진호 :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독자적인 시험기관이지만 산업인력관리공단은 현지 송출기관과 공동으로 관리하는데 현지 송출기관이 한국인 투입을 극구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산업인력관리공단도 공정하게 하려고 애쓰지요. 그러나 정부가 직접 시험을 개입하고 고용허가제는 정부 대 정부의 문제이다 보니 현지 정부의 요구를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시험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어시험의 경우 시험에 관한 세부규정에서 응시료 책정까지 모든 것을 상대방 나라와 협의해야 되니까 제대로 될 수 없는 겁니다. 동남아에서 번번이 시험이 중지되는 이유는 현지 정부가 반대할 경우 시험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경석 : 누가 시험을 정지시킵니까.

이진호 :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죠. 결국 노동부를 얘기하는 겁니다. 시험이나 송출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에는 그냥 시험을 중지시킵니다. 어떤 때는 기간이 1년을 넘기기도 합니다.

서경석 : 이번에 중국에서도 고용허가제 한국어시험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이진호 :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과 중국정부 산하 대외경제합작국이 공동으로 시험관리를 진행해 다음달 28일 실시키로 확정됐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접수제한 및 추첨방식입니다. 추첨을 해서 응시기회를 주겠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약 15만명 정도가 접수될 것으로 가정하면 그 중에서 2만명만 시험 볼 자격이 주어집니다. 접수를 추첨하겠다는 것은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일입니다.

산업인력공단은 이러한 방식에 대해 반대했지만 중국정부가 국부 유출이라며 고집을 부려 이렇게 확정되었습니다. 추첨은 TV로 공개한다는데 시험자격을 추첨한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이 방식이 되면 중국내 한국어 교육시장은 완전히 문을 닫게 됩니다. 기껏 교육시켰는데 시험도 못 보는데 한국어교육기관은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지요. 받은 돈까지 물어줘야 될 상황입니다. 시험을 못보니까요.

서경석 : 만일 KLPT가 시험관리를 맡게 된다면 이렇게 많은 응시생이 있을 경우 어떻게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까?

이진호 : KLPT 고용허가제 한국어시험은 문제은행化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 KLPT 시험을 칠 때 3만5천명이 시험을 쳤는데 오전, 오후로 나눠 실시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응시생이 15만 만명이라면 이틀이면 다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문제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중국정부는 시험응시료를 외화 유출이라며 접수를 제한했는데 한 사람당 응시료 2만원(한국돈 환산시)을 국부유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런 점들이 모두 정부간 협의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입니다. 중국 상무부가 고용허가제를 한국과의 각종 무역에 연계시키려 하니까 우리 정부가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나 시험관리를 민간이 하면 중국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어집니다.

무연고동포 한국어인증시험을 치르기를 원하는 조선족동포는 1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성적순으로 합격자를 선발하게 되면 공부한 사람만 응시하게 되므로 처음에만 혼란이 생길 뿐 두 번째 부터는 3, 4 만명의 공부한 사람들만 시험을 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한국말인증시험과 같은 기업을 하나가 더 있도록 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이들 기업이 1년에 4차례씩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르면 가장 효과적일 겁니다. 현재 가장 이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어시험제도가 해외기업투자해외연수제의 경우인데 이 경우에는 세계한국말인증시험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각각 시험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경석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선진화시민행동은 곧 정부에게 무연고동포를 위한 한국어시험과 고용허가제 시험을 KLPT과 같은 한국기업이 책임맡도록 하고 선발방법도 능력시험을 본 후에 로또추첨을 할 것이 아니라 성적순으로 선발하도록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업코리아/ 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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