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문학 특집

텔미텔미… 텔미가 울려퍼진다.

나는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낯선 전화번호 하나가 파랗게 떠있다. 알듯말듯한 전화번호다. 누구지? 나는 전화번호를 한참동안 멀거니 바라보며 망설인다. 까닭없이 불안하다.

선이 그어진 테두리안에서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면서 살아가기에 길들여진 나는 낯선것들을 향한 공포증 같은것이 있다. 그것이 낯선 전화번호 하나도 섣불리 대하지 못하는 리유라면 리유이다.

그러나 어쩔것인가. 텔미가 언제까지 울려퍼질지 모른다는것에 대한 새로운 두려움과 이대로 전화가 뚝 끊길 경우 나는 아무때건 다시 전화번호를 눌러 누구세요? 하고 확인을 해야만 직성이 풀릴것이라는 위구심이 오소소 비늘처럼 온몸에 돋는다. 나는 결국 이발을 앙다물고 용기를 내여 버튼을 눌러버린다.

전화 저편에서 사람의 숨소리가 거칠게 느껴온다. 나는 이름 모를 불쾌한 무엇인가 끈적끈적 몸 어디에 달라붙는것 같은 환각에 사로잡힌다. 부르르 몸이 떨린것도 그때였다.

뻐꾹, 뻐꾹 세탁기가 노래를 부른다. 세탁이 끝났습니다. 세탁기가 말하고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다. 세탁기는 이제 몇번 더 뻐꾹거리다가 어느 순간 뚝 멈출것이고 이내 고요속에 몸을 웅크릴것이므로. 그리고 나는 아무때건 그안의 세탁물을 끄집어내여 빨래줄에 널어주면 그만일것이 아닌가.

창밖에 눈길을 던진다. 하얀 눈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나는 겨울이였음을 문득 깨닫는다. 저쪽은 기어이 내가 먼저 말을 해야 자기도 입을 열겠다는 비장한 결의라도 한듯 기침소리도 없다.

“웨이?”

나는 조심스레 까만 고요속에 돌멩이를 던져본다. 까만 밤에 물이 바짝 마른 자갈밭을 딱딱한 모래가 가득 들어있는 주머니를 끌고 걸어본다면 어떤 소리가 날가? 그건 어떤 느낌일가?

“야, 내다, 성주다. 잘 있니?”

채바퀴안에서 사정없이 돌려진 개미처럼 힘이 빠지고 기진맥진한듯한 목소리다.

성주? 성주가 무슨 일로?

성주란 나와 한고향에서 살던 남자다. 나의 오빠를 형님형님하며 잘 따라서 우리 집에도 가끔 놀러오던 남자다. 하지만 그건 오빠와 성주 사이의 친분일뿐 나와는 친구도 아니고 용건 없이는 안부전화가 오갈만한 사이도 아니다. 오빠가 있다면 또 모를가. 오빠도 한국에 가고 없고 그가 나를 찾을만한 그 무엇도 떠오르지 않는다. 저녁때가 다 된 이 시간에 느닷없이 전화를 해오다니 무슨 일이지?

그때 잠간 성주가 뭔가 망설이듯 저기 하고 말을 더듬는다. 나는 바짝 귀를 강구었다.

“저기, 나 너한테로 가면 안될가? 아무래도 만나야 할것 같은데…”

나는 아 하고 말끝을 흐린다. 그가 나를 만나야할 일이 대체 무엇일가? 그를 만나고싶지 않다. 하지만 오지 말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고향사람이라는 리유거나 오빠와의 친분이거나 어느쪽으로 따져봐도 매몰차게 그를 뿌리칠수는 없는것이다. 귀찮음과 어쩔수 없음 사이에서 나는 고민하다가 잘 비벼지지 않은 비빔밥처럼 서걱서걱한 목소리로 오겠으면 오라고 했다.

“사람찾는 광고를 어디 가서 내면 되니?”

십여분후 허겁지겁 우리 집 문을 따고 들어온 성주가 신을 벗으며 내뱉는 말이다.

“뭐? 사람을 찾는다구? 누구를?”

“삼촌, 재수삼촌 너도 알지?”

“알지, 그런데?”

재수삼촌이라면 성주 아버지의 동생으로서 어릴적에 우리 뒤집에 살던 쉰소리령감네집 세째아들이다. 군복색옷을 입고 날이 선 코에 부리부리한 눈이 반짝반짝 빛났던 남자 하나가 떠오른다. 콩가을철에 가을을 할 때면 번뜩번뜩 콩그루쪽을 어루쓰는 낫이 해빛에 그림처럼 반짝이고 성큼성큼 남자가 빠르게 걸음을 옮겨디디는것만 보인다고 언니들이 입을 모았었다. 마을에서 민병련 련장인가 하는걸 맡아했던 남자는 말주변도 좋았고 조직력도 일품이여서 그만큼 그 또래 녀자애들에게 인기도가 상당했다. 흠이라면 가정이 구차하다는것이였다. 남자만 다섯에 녀자 하나 륙남매를 둔 뒤집은 남자로동력이 많아 일축이 번뜩번뜩 나서 부럽기도 했지만 뒤집할매가 남보다 좀 부족한 사람이라 살림살이를 할줄 모르고 목이 섹섹하게 쉰것 같은 목소리를 낸다 해서 쉰소리령감이라고 부르는 아바이가 이런저런 크고 작은 병치레를 달고있는터였다. 집이 구차하다는것과 그 엄마가 남보다 좀 부족한 사람이여서 후대에 어떤 유전적인 요소가 작용할수 있다는것이 큰 흠일수밖에 없다고 동네아낙네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는 어린 나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나는 리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집앞을 스쳐지나는 남자는 얼마나 멋진가. 굽실거리는 파도머리를 뒤로 번지고 날이 선 코를 반짝이며 휘파람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남자의 등뒤로 하얀 해살이 무더기로 쏟아지고있는데, 민병련장도 하고 일솜씨도 그렇게 잽싸다는데 부모가 좀 아프고 남보다 약간 모자라고 구차하면 어떤가. 하지만 마을의 수많은 언니들은 휘파람불며 지나가는 남자의 뒤모습에 박수를 짝짝 쳐대면서도 남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찾아 하나 둘 시집을 갔다. 그리고 어느날 남자는 평강벌 어느 곳에 산다는 키가 크고 메마르게 생긴 녀자와 결혼을 했다.

남자가 사라졌다. 남자는 그 녀자를 따라 그녀의 집이 있는 처가마을로 아주 가버렸던것이다. 그때 나는 탄식 비슷한 신음소리를 냈던가 어쨌던가. 헌데 지금 그 남자가 사라졌다? 그를 찾아야 한다?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더란 말인가.

“땐쓰에 낼까내서 가봤데만은 고거 몇초동안 비추구 데까닥 지나가는거 글쎄 양백원이나 내라재야? 종이에다가 사람찾는다구 써가지구서 여기저기 다니메 부체볼가내서 그랜다.”

그러고보니 성주가 나를 찾아온건 나보고 사람찾는 광고전단지를 찍어달라는것이였다. 사람을 찾습니다, 라는 전단지를 찍어서 전선대며 공공뻐스역에 붙이겠다는 뜻인가? 그건 어린아이나 정신을 놓은 사람이 실종되였을 때 하는 짓이 아닌가. 그렇다면?

“정신이 좀 오락가락한단 말이다.”

성주가 말을 잇는다. 순간 내 목구멍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커다랗게 들린다.

“아니, 어쩌다가 정신이 그렇게 된거요? 그렇게 잘생기구 똑똑하던 사람이?”

나는 숱진 눈섭아래 부리부리한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남자 하나를 떠올리며 그렇게 물었다.

“그게 다 옛날소리지 지금은 형편없다.”

잠간 말을 끊더니

“두루두루 어떻게 되다보니 그렇게 됐지. 휴… 말하자믄 그게 또 사연이 길다아, 다 돈이 없구 사는게 힘들까나 타락해서… 에야 나두 모르겠다. 골이 아프다. 집에 일이 자뜩한데 올라두 못가구, 이젠 나흘째 발이 부르트게 걸어다니면서 찾는데 어디 보여야 말이지?”

성주가 벌러덩 바닥에 드러누우며 또 한번 한숨을 크게 내쉰다.

“지금 겨울인데 무슨 일이 있소?”

나는 성주의 한숨에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

“토끼두 잡구 두루 부업이 많지, 돈으 벌어야 살게 아이야? 어디 가서 박혀있는지 찾아지지를 않으니 사람이 애타서 어디 살갰니.”

토끼도 잡고 더러 족제비나 꿩 같은것도 잡을수 있는 겨울은 잘만 하면 수입이 꽤 쏠쏠하다. 그 쏠쏠한 수입을 성주의 말을 빌자면 참으로 별 볼일 없는 삼촌때문에 허망 날려야 한다는게 억울하고 분하다고 성주는 소리라도 지르고싶다는 표정이였다.

“그러니까 평소 정신상태는 어떻소? 완전히 정신이 없는건 아니겠지?”

나는 커피라도 한잔 대접해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수기버튼을 눌러 물을 끓인다.

“아니, 평상시사 일없지야. 일두 하구, 개발구에 《대지목업》이라구 거기 쌍발했지, 드문드문 한참씩 정신없는 사람처럼 헹해있구 그래 그렇지 다른건 없었다더라, 일두 잘하구. 그런게 요새 좀 이상하더란다. 멍해있구 누기 자기를 급히 보자 한다구 헛소리를 하면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서는 옷을 입구, 그래서 아즈마이 쌍발두 안하구 지켔는데 그날에 바람 좀 쏘이갰다구 라이타를 달라구 하더란다. 그래서 구들에 있던 라이터를 훌쩍 삼촌한테 제뿌리니 그걸 받아서 주머니에 넣고 돌아서서 나가더란다. 나가는걸 보고 한참 있다가 아즈마이 정신이 펄쩍 들던매. 그래서 뒤쫓아나가자고 보니 속옷바람이더란다. 바지를 주서입고 웃옷을 걸치고 쫓아나가니 멀리서 앞골목으로 돌아지는게 보이더란다. 그담에 쫓아갔는데 그 다음에 잃어진거지. 그런데 거기 철남에 우리 삼촌으 아는 한족아 시장앞으 지나가는거 봤다재야. 그래서레 어디 가는가 하니 놀러간다구 하더란다. 보통 다 그렇재야, 지나가는거 보므 어디 가는가 물어나보구 놀러간다므 놀러가는가 하지 누기 그거 알갰니? 그랬는데 암만 찾아두 없구 그날밤에두 돌아 아이오구 하니까나 아즈마이 낸데 전화왔더란 말이다. 나두 내레온지 사흘이 된다. 여기저기 갈만한데는 몽땅 련락했다. 이전에 살던 삼촌네 가시집동네에두 전화루 다 련락해났구, 친척네하구 동미들하구 몽땅 련락했는데, 없다. 아즈마이하구 둘이 그저 자꾸 요골목 조골목 연길시내를 몽땅 다네보는데, 없다. 철남모태 야산두 다 가봤는데 어디 갔는지 어떻게 알겠니?”

나는 두런두런 이어지는 성주의 말을 들으면서 커피를 타서 성주앞에 내놓았다.

“이야, 다방처럼 커피르 다 주니? 시내와서 살데마는 갠채타야.”

성주는 반색하며 커피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고는 입까지 짝짝 다신다.

“니 재간이 좋다야. 십원짜리 다방커피보다 더 맛있다야. 흐흐.”

나도 덩달아 웃었다. 커피 한잔에 이렇게 감동하다니.

“그저 허망 다녀서야 딱 눈에 띄우기전에는 어떻게 찾갯소? 어디 집식구들이 모르는 친구한테나 간건 아닐가?”

“없다. 우리 삼촌이 갈만한데는 환하지머. 어데 무슨 집식구들이 모르는 동미, 그런게 없다.”

성주가 단호하게 말한다. 무슨 무 자르듯이 말이다.

“참, 그러니까 전화는 안받는거요? 아님 꺼져있소?”

“아니.”

성주가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커피 한잔이 두어모금에 바닥을 보이고있었다.

“전화 어디 있니. 그런건 원래 없다. 전화란거 여태 써보지 못했는데.”

성주는 그 말을 세번에 꺾어 하고있었다.

“그럼 돈은 얼마나 가지구있는거요?”

“돈이 머 한 사십원두 채 되는같재타더라. 아즈마이 그래는게 기껏해야 삼십원정도 있을게라메 그래더라. 사는게 지내 형편없는게머.”

남자에겐 전화가 없다. 돈 삼십원은 기껏해야 하루밤 려관비정도밖에 안된다. 남자는 어데 있는걸가?

“애는 몇살이오? 이젠 애가 클텐데?”

나는 일어나면서 언젠가 남자에게 아들이 있다던걸 기억해내고 물었다. 성주에게 아무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강박하고있는데 정작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나는 허둥대고있었다.

“크지. 스무살이다. 저 북대모태서 전자유희를 한다는게, 무슨 로반아래서 하는매더라. 돈버는 유희인지 그거 한다더라. 새끼 머 쓸데 있니? 가는 찾다가 걷어치왔다.”

아, 나는 금방 까칠하게 가시를 곤두세우고있는 작은 오이를 련상시키는 남자애 하나를 떠올려보고있었다. 누구던지 건드리기만 하면 금방 사정없이 쏘아줄것 같은, 속은 하얗게 여린 작은 오이 같은 그런 남자애 말이다.

“에미애비가 갸 안중에나 있니? 크게 생각두 하는 같재타.”

성주가 하는 말이다.

나는 머리를 들어 시계를 쳐다봤다. 아들애가 유치원에서 오기까지는 한시간정도 남아있다. 나는 컴퓨터를 켰다.

“불러보오, 주요한거는 나갈 때 입은 옷이나 신, 모자 이런거니깐 그거 잘 말해주.”

나는 일단 인적사항들을 적어서 내가 다니는 인터넷카페와 각종 사이트에 올려보기로 했다. 올리면 다들 유심히 살펴보고 전화를 해줄것이므로. 물에 빠졌을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지 않겠는가. 휘여휘여 나를 찾아 달려온 성주때문에라도 내가 할수 있는건 해줘야 할것이다.

“마흔일곱살이구 모재르 꾹 눌러썼는데, 실모재 있재야.”

“무슨 색갈이요?”

“그게 무슨 색갈이지? 곤색, 아니 곤색은 아니구. 아, 회, 회색이라 해라. 옷은 《대지목업》이라는 글씨앞에 가슴인데하구 어깨에 새겨진 곤색 솜옷으, 잠바르, 그래니까 솜옷이지무. 그거 우에다가 입구 아래는 빨간줄이 내리간 공안복바지르 입었다더라. 그게 《대지목업》이라는게 우리 삼촌이 쌍발하던데 복장이란 말이다. 옷은 그게 조만에 없는게래서 눈에 띠우갠데 신은 류쎄르 신었다. 운동화르.”

나는 키 170cm 하고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타닥타닥 자판을 두들겼다.

“오, 올타. 키 1메타 70. 그저 그 모태다. 그래구 약하다. 어깨 구불었구, 다리르 살짝살짝 찌꾹거린다고 써라.”

성주가 허리를 구부정하고 컴퓨터형광판을 들여다보며 말한다.

“다리를 절는다구? 다리는 어째 저오?”

나는 자판두들기를 멈추고 성주를 쳐다봤다.

“니 모르는매구나, 작년에 철남 거기서 길으 건느다가 차에 치와서 오른쪽다리르 못쓴다. 맨날 골으 수쿨떼리구 무슨 궁리르 하메 생각없이 댕기는게머 어찌갰니, 이제누 왈라다. 다리두 못쓰구 햐, 대세났다.”

나는 다리를 살짝살짝 질룩거린다는 글자를 두들기면서 손가락이 저리다는 생각을 했다. 그 옛날, 내 고향집 문앞을 지나던 멋지고 상큼한 남자와 지금 사람을 찾습니다, 눈이 우묵하게 들어가고 다리를 절고, 하고 건판을 두드려야 하는 이 남자를 대체 무슨 수로 련결지을수 있단 말인가.

다 작성된 문서에 마우스를 그어 복사를 하고 카페 몇곳과 사이트 몇곳에 올려놓는동안 성주는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넋을 잃고 내 손의 움직임과 모니터화면을 번갈아 바라본다.

성주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가. 남자는 지금 어데서 무엇을 하고있을가.

나는 프린터를 작동시켰다. 처처척, 처처척 사람을 찾습니다. 다리를 절고 정신이 올똘치 못합니다, 까만 거미다리 같은것이 어지럽게 오려져있는 종이를 수북히 뽑아내는 동안 나도 성주도 말을 하지 않았다.

고요가 흐르고있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들의 어떤 신을 보고있었다.

련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성주는 우리 집 문을 나선다.

“사진 가져왔던거 그랬다. 사진이 있으믄 찾기 쉬울텐데.”

종이장을 들여다보며 성주가 말한다.

“그럼 래일 사진 가져오. 내가 사진넣어서 찍어줄게.”

“아, 집에 사진 넣는 기계두 있니? 알았드믄 가져올거 그랫다. 내 네리 사진 가지구 올게. 점심때쯤 오믄 되니?”

“아무때나.”

성주가 나를 쳐다본다. 비굴함과 어색함이 덕지덕지 지분처럼 묻어나고있다.

“네리 출근 안하는매구나, 응?”

고맙다는 말을 성주는 그렇게 대신하고있었다.

나는 한국에 가려고 얼마전에 일을 그만뒀다는 말을 할가 하다가 입을 다문다. 한국에 가지 못해 안달을 떨면서도 뾰족한 수가 없어 여태 시골에 죽치고있는 성주가 아닌가. 나는 씩 웃어주는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무슨 말인지 할듯말듯 망설이다가 성주가 돌아선다. 쿵쿵, 커다란 공간에 둔중한 마찰음이 울려퍼진다. 성주가 사라진다.

나는 한참을 멀거니 섰다가 문을 잡아당겨 닫았다. 꽝- 철제문이 닫기는 소리가 요란하다. 무슨 바위산이 한꺼번에 쏟아져내리는듯한 환청이 일어난다.

성주를 보내고나서 나는 한참을 방안에 어두커니 앉아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가, 후딱 정신을 차리고보니 밖에는 소슬하니 어둠이 깔려있다. 시계를 보니 맙소사 애가 유치원에서 올 시간이 다되여있는게 아닌가.

허겁지겁 층계를 달려내려가며 나는 여태 세탁물조차 꺼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모든게 뒤죽박죽 엉망이 되여버린듯 마음이 심란하다.

큰길까지 달려나오니 빨갛고 파란 불들이 무슨 경쟁이라도 하듯 한꺼번에 안겨온다. 도시의 밤은 언제나 그렇듯 하나의 밝음이 어둠으로 교차될무렵이면 다른 밝음을 불러온다. 그 다른 밝음을 혹자는 아름답다고 하고 혹자는 어지럽다고 한다.

나는 까만 어둠이 작은 고양이처럼 조용히 깔려있던 고향마을을 떠올린다. 그 어둠을 살금살금 헤쳐나가노라면 심장뛰는 소리가 콩콩콩 빠르고 절주있게 들려왔었지. 거기에는 작은 두려움과 함께 야릇한 쾌감이 있었다. 이 알록달록한 빛갈에 길들여진 이 도시사람들은 그 쾌감이 주는 짜릿함을 알가? 어느날 문득 그 까만 어둠속에 던져진다면 어떻게 될가? 그 까만 어둠속의 사람을 끄집어내여 이 현란한 불빛아래 갑자기 던져버린다면?

나는 악어처럼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달려오는 승용차와 뻐스와 오토바이들을 멀거니 바라본다.

아들애를 실은 뻐스는 아직 오지 않고있다. 삶이 저렇게 정신없이 어덴가를 달려야만 하는거라면 그 달리는 발길에 브레이크를 걸줄 아는건 삶의 지혜이리라.

“엄마? 아빠 왔슴까?”

어둠속에서 아들애를 업은채 허리를 구부리고 열쇠를 찾아드는 내 등뒤에서 아들애가 쫑알댄다.

“아빠 북경갔잖아.”

나는 시들하게 대답하며 어림짐작으로 열쇠구멍을 찾아 열쇠를 꽂았다. 한치의 반항도 없이 열쇠는 순한 아이처럼 돌아가고 빛이 쏟아진다. 문을 따고 들어섰을 때 시커먼 어둠이 도사리고있는게 싫어서 전기를 켜놓았던것이다.

“아빠 빨리 왔음 좋갰다아. 야-”

아들애가 신을 벗으며 쫑알댄다.

내가 없어도 이 아이는 지금처럼 임무수행에 충실한 자명종마냥 엄마를 찾아 헤매겠지. 다섯살, 부모의 품이 가장 절실히 그리운 나이여서인지 아들애는 북경에 공부하러 간 남편을 꼬박 반년여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는다.

며칠후면 그 남편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올것이다. 그런데, 얼마 안지나면 또 내가 가야 한다. 한국수속을 했던것인데 비자가 나온것이다. 중국조선족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보았을만한 코리안드림, 여기에서 일년치 월급이 그곳에서는 한달치 월급이다. 사람들은 따스하게 우리를 비춰주고 감싸줄만한 빛 하나가 그곳에 분명 있을거라고 믿고있다.

쌀을 일어 밥가마에 앉히고 버튼을 누른 다음 반찬을 준비하는 동안 아들애는 텔레비죤를 켜놓고 각목쌓기를 하고있다. 보지도 않는 텔레비죤이건만 그걸 켜지 않으면 뭐가 허전하기라도 한걸가. 아들애는 혼자 놀 때면 꼭 텔레비죤을 습관처럼 켠다. 공간이 주는 서먹함이 싫어서일가.

나는 랭동실에서 가늘게 썰린 돼지고기정육을 꺼내들고 랭장실을 뒤져 실고추와 고수풀, 록두나물과 파를 집어들고 돌아선다. 아들애와 조카애가 좋아하는 돼지실고기에 록두나물, 실고추, 고수풀을 듬뿍 넣고 마지막에 전분물을 입혀내는 료리를 해주려는것이다.

오래동안 하지 않았던 료리다. 8원씩 하던 돼지고기가 겨울을 잡아 12원으로 껑충 뛰여오르다보니 고기를 예전처럼 흔하게 먹을수 없다. 하지만 오래동안 애들이 좋아하는 돼지실고기볶음을 하지 않았던건 고기값탓만은 아니다. 손이 적게 가는 료리로 대충 때우고말려는 나의 게으름탓이 더 많다고 해야겠다. 남편도 없고 애들이 밥상이 부실하다고 투정도 안하고 해서 대충 넘어가버렸었다.

꾹꾹 모범생아이처럼 반성을 해가면서, 돼지고기를 꺼내놓고 파를 썰고 후라이판을 가스우에 올려놓으면서 나는 어쩌면 코리안드림을 불러오고 멀쩡했던 사람을 정신이상환자로 추락시키는건 이 한접시의 볶음료리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다.

“밥먹을가?”

나는 아들애한테 상의조로 물어본다.

“아니, 형님이 오믄 먹어야 됨다.”

아들애는 고중을 다니는 내 조카, 애의 사촌형이 집에 와야만 밥을 먹는다. 유희규칙을 어겨서는 절대 안된다고 주장하는 모범생아이처럼 말이다.

조카애는 나의 언니의 아들이다. 3년전 언니가 한국으로 가면서 나한테 맡겨졌다. 형부는 시골에, 언니는 한국에, 조카애는 우리 집에 세쪽으로 분렬된터이다. 시계를 보니 조카애가 돌아오기까지는 이십여분정도 착실히 남아있다.

나는 접시에 료리를 담을가말가 망설인다. 조카애가 올 동안에 료리가 식어버리면 맛이 못해질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우울하게 하고있었다.

머뭇거리다가 나는 후라이판뚜껑을 찾아 료리를 덮어버린다. 그리고는 세탁기덮개를 열고 세탁물을 끄집어낸다.

잠을 깬것은 한밤중이였다. 아들애는 이불을 차던지고 베개에서도 골이 떨어진채 나와 대각선으로 누워 정신없이 자고있다. 나는 비뚤서 놓여있는 베개를 반듯하게 잡아당기고 아들애를 눕힌다. 아들애는 입을 짭짭 다시면서 돌아눕는다. 이불을 덮어주었으나 이불이 몸에 닿기 바쁘게 차버린다. 조카애도 한옆에 옹송그리고 누워 달게 자고있다. 고중학생이라고 방을 따로 하나 내여줬지만 조카애는 그 방에서 공부만 할뿐 잠은 자지 않는다. 그게 왜서인지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나는 어둠속에서 두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살금살금 일어난다. 소리가 최대한 작게 나도록 살며시 침실문을 연다. 삐겅- 어둠속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아츠럽다.

나는 침실로 들어가 불을 켠다. 저녁을 먹고 아들애를 재우고 한밤중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여기저기 사이트도 들춰보고 뉴스도 보고, 언제부터인가 무슨 규칙처럼 정해진 나의 코스이다.

한국 이천 랭동창고 화재… 40명 참변, 그가운데 조선족이 13명.

연변인터넷방송게시판에 올려진 뉴스이다.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시커먼 연기, 그속에서 아우성치는 사람들, 흰천이 씌워진 시체들, 시커먼 어둠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생을 마감한 사람들, 나는 멀거니 모니터를 꽉 채우고있는 사진들과 그옆에 거마리처럼 달라붙은 글씨들을 쫓다가 눈을 돌린다. 그들은 빛을 쫓고있었을가? 그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에 본것은 무엇일가?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성주는 사진을 들고 나타나지 않았다. 인터넷게시판에는 실종자를 념려하는 댓글들이 수북히 달려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들에게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눈에 남자가 보여지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제보전화는 끝내 울리지 않는다.

아침이 오고 밤이 오고 자연의 법칙은 한치의 어김도 없다.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제 일주일 있으면 집에 갈거다. 졸업.”

남편의 전화는 언제나 이렇게 간단하다. 남편이 얼마 안지나면 돌아온다. 내가 가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몸을 옹송그린다.

성주는 삼촌을 못찾은걸가? 왜 아무 소식도 없는걸가? 나는 전화기를 들고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그만두기로 한다.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성주다.

“뭐? 찾았다구? 어디서?”

사람을 찾았다고 한다. 가슴이 뛴다.

“응, 아무튼 며칠 있다가 내 한번 너네 집에 갈게, 그때 말하지머, 아무튼 수고했다.”

성주의 목소리가 눅눅하다.

“어떻게 됐소? 무사한거지?”

나는 갑자기 허둥대며 끊기려는 전화를 붙잡는다.

“그러니까.”

말이 끊기고 한참 있더니

“시체를 찾았다.”

성주의 목구멍으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래일 오전에 법의감정하구 화장하기로 했다.”

내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전혀 예상못했던건 아니지만 나는 죽음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한다. 가슴이 불길에 타들어가기라도 하듯 통증이 전해온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가슴을 그러안는다.

한국에 가더라도 몇달, 길어야 일년 있다가 올것이다. 그만한 시간이래도 우리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엔 충분할것이다. 그리움을 견디다보면 고통이 될것이고 고통이 오래가면 병이 될것이다. 돼지고기보다 더 소중한건 얼마든지 있을것이다.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눈앞으로 어지러울 정도로 눈부신 해살이 쏟아진다. 또 하루가 우리들곁을 소리도 없이 지나간다.

이튿날 점심, 나는 어느 개장집에 멀거니 앉아 펄펄 끓어번지는 개고기를 보고있었다.

손으로 찢은 개고기가 껍질이 붙었거나 붙지 않은채로 파도치듯 넘실대는 뿌연 국물을 타고 멀미를 하는 사람의 목젖처럼 오르락내리락하고있다. 두부며 전분국수가 무슨 호위병처럼 개고기를 에워싸고 분주히 오르락내리락한다.

“많이 먹소.”

해골이 보일 정도로 바짝 마른 아낙네 하나가 개고기국물을 국자로 뜨며 눈짓으로 탕수육을 가리킨다.

노오랗게 튀겨진 탕수육안으로 넙죽한 돼지고기살이 보인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맥주잔을 들어 조금 입에 물어본다.

스무살이나 됐을가한 남자애 하나가 아까부터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익숙한 솜씨로 맥주잔을 굽낸다. 남자의 아들이다. 성주와 남자의 형님과 그외 친척이라고 하는 장정 두엇과 남자의 처가집쪽 서너사람, 친척이 아닌 사람으로는 유일한 참석자인 나까지 다 합쳐도 열을 넘지 않는다. 장례하객치고는 너무도 형편없이 적은 사람수다.

“방법이 없지머. 명이 그만한거머.”

아낙네가 쫑알댄다.

“이제는 니 엄마를 잘 모시고 그래야 된다. 알았니?”

누군가 남자애한테 부탁하듯 말한다.

남자애는 귀찮은듯 이마살을 쪼프리고 술잔을 기울이고 탕수육을 베여문다. 남자애의 볼이 불룩하게 부풀어오른다. 나는 돼지고기보다 더 소중한건 얼마든지 있을거라고 단정했던것에 붉은 색연필로 곱하기라도 쳐놓고싶어진다.

남자를 찾은건 화장터에서였다고 한다. 전단지를 붙이고 야산변두리를 찾아 헤매던 성주의 눈에 멀리 화장터가 보였고 그때 뭔가 떠오르는것이 있어서 화장터에 가서 무명시체를 찾았던것인데 거기에 남자가 있었다고 한다.

등산객의 제보로 발견된 남자는 남자의 집에서 몇십키로이상 떨어진 어느 고속도로 다리밑에서 동사체로 발견되였다고 한다. 가장 유력한 단서였던 《대지목업》이라는 옷과 회색모자는 없었다는것이다. 돈도 없고 신분증도 없고 신원을 확인할만한 아무런것도 남자는 지니고있지 않았다고 한다. 형사대에서는 남자를 무명시체로 등록해서 화장터랭동실에 보관해두고있을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성주가 몇개의 무명시체속에서 찾은 남자는 온몸이 안으로 바짝 오그라들어 랭동새우 같았다고 한다. 피살가능성은 없고 술을 마신후 쓰러져 얼어죽었을것으로 법의가 추정했다고 한다.

“거기까지 어떻게 갔을가? 오십킬로는 실히 되는 거리인데 말이요.”

“누가 아니라오? 다리를 찌꾹거리면서 그 먼데를 어떻게 갔을가? 신기하오.”

“정신이 이상해지믄 무슨 힘이 생긴답데.”

“정신이 나가믄 어떻가?”

너 한마디 내 한마디 사람들은 남자가 왜 하필 그곳으로 갔는지를 무슨 수수께기풀듯 골을 쥐여짜고 도리를 흔들면서 열심히 풀어나가고있다. 남자의 죽음을 애도하러 이곳에 모인것이 아니라 남자가 왜 그곳에 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이곳에 모인 형사들이나 되는것처럼 말이다.

“너한테 알리지 말걸 그랬다. 괜히.”

내가 부조로 건네준 백원짜리를 두어번 밀막다가 손에 꽉 거머쥐고 다급하게 개장집안으로 들어가는 아낙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성주가 입을 연다.

나는 공연히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앙까이구 애새끼구 다 행배없다. 장례를 마치구 음식을 쓰려니까 기어이 여기로 오겠다구 둘이 박박 우기재야?”

나는 굶주린 야수처럼 살의까지 번뜩이며 개고기를 아작아작 소멸해나가던 깡마른 녀자 하나를 떠올려본다.

“저 아새끼를 칵 밟아버렜으믄 좋갯다. 이-씨.”

갑자기 성주가 화를 내고있었다.

“?”

아새끼라면 삼촌의 아들, 저 상고머리 사촌동생을 말하는것일텐데 저 애한테 무슨 죄가 있다는것일가? 공부를 해야할 나이에 부모를 잘못 만나 참 안돼보이는 저 애한테 성주는 왜 화를 내는것일가?

“삼촌 죽인게 저 새끼다. 아, 내 정말 생각 같으믄…”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삼촌을 죽인게 저 아이라니?

“자 집으 나가 떠돌아다니다가 설날에 어찌다가 집으 왔댔단다? 그랜게 애비보구 돈으 만원 얻어달라구 그래더란다. 없는거 뻔히 알면서 내놓으란거는 머니? 전자유희를 컴퓨터를 사서 자기절루 해보겠다구 하는거 삼촌이 돈으 어데 가서 얻겠는가 그랬다재. 그러니까나 빌빌 울면서 설날에 집으 나갔다재야. 아마 삼촌두 속이 상했겠지. 자식한테 못해주는 부모심정이 어떠했겟니? 아즈마이 말하는게 자 나가구나서 삼촌이 울더란다. 그래구나서 멍해 앉아있다가는 머라구 혼자 중얼거리다가 누가 자기를 오라 한다면서 벌떡벌떡 일어나더라재. 완전히 정신이 나간 사람상 하더란다. 그래다가 집으 나간건데 정신이 지내 나가서 거기까지 가서 그 차거운 세멘트도관안으 기여들어간건지 그챔 거기까지 가서 정신이 드니까나 살기 귀차재서 우정 죽자구 누운건지 누가 알개, 참 몹쓸…”

성주는 하늘을 쳐다보다가 이발을 앙다물었다가 하면서 분노를 애써 누르고있었다.

발밑에서 콩크리트바닥이 흔들린다.

나는 휘청 몸을 떤다.

성주의 말은 끊어지고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나는 어렴풋이 남자가 왜 거기에 갔는가를, 아니 왜 거기에서 랭동새우 같은 한구의 시체로 되여버렸는가를 알수 있을것 같았다.

바람이 먼지를 타래타래 감아올린다. 모래알갱이며 휴지며 검고 푸른 비닐주머니들이 세찬 바람에 중심을 잃고 흔들흔들 어덴가로 휘말려올라간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덴가로 바삐 걸음을 옮기고있다. 어서 집으로 가고싶다. 무언가를 알아버린다는건 아픔이거나 고통이 청개구리처럼 도사리고있는 진흙구뎅이에 손을 넣어버렸다는것과 무엇이 다를가. 섬찍하고 미끌미끌한 그 기억은 꽤 오래동안 나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나두 이젠 모르겠다. 삼촌두 죽었는데 내가 왜 저 보따리들을 끌어안아야 되니? 이번에 장례에두 내 돈이 몽땅 들어갔는데. 오천원두 넘는 돈이! 저것들이 내하구 무슨 상관이 대서? 이젠 관계 안할거다. ”

성주가 악을 쓰듯 소리친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보이는것과 보이지 않는 무수한 실체들이 뿌연 먼지에 뒤덮인채 바람을 타고 어덴가로 높이높이 올라가고있다. 그들은 어데로 가고있는것일가. 거기에는 무엇이 있을가. 나는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고있었다.

그때 또 전화벨이 울린다. 텔미텔미테테테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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