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지의 연변리포트

조선족사회는 지금 너무 많은 상처로 신음하고 있다. 당장은 상처가 눈에 띄지 않고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얼마나 중병인지 모르고 희희낙락하고 있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만큼 심각하다. 그 심각성을 반영하듯 연변과 조선족사회가 중병을 앓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조선족사회의 중병은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한 동포들의 사회적 일탈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족사회의 사회적 일탈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하나는 청소년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가정문제이다. 두 가지 문제는 모두 돈을 벌기 위해 부부 또는 부모의 노동 이주와 관련이 있다. 이런 점에서 양자 간에는 상호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연변대학 채미화 교수와 김선화 전임연구원은 2007년 11월 2일 이화여대대학이 부설 한국여성연구원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연변 조선족사회가 코리안드림의 후유증으로 중병을 앓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채미화‧김선화, 2007) 특히 이 논문은 부모가 돈을 벌러 외지로 나감에 따라 자녀들과 격리됨으로써 청소년들의 일탈이 일반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발표한 논문 “재한 중국조선족 이주 노동여성의 자녀 조사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 학생들의 부모 중 한명이상이 한국으로 돈 벌러 떠난 결손가정 자녀가 무려 38.68%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들은 학습능력 저하는 물론 갖가지 탈선의 유혹에 노출되어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 돈과 가정을 맞바꾼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들의 사회적 일탈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부모가 돈을 벌기 위해 외지로 나가 청소년들을 보살피지 못하는 데 따른 문제와 연변의 교육환경 문제가 그것이다. 두 가지 문제 모두 중요하지만 전자의 경우 훨씬 심각하다. 채미화교수팀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결손가정 자녀가 무려 38.68%에 이른 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머니가 출국한 것이 전체 조사대상 학생의 26.18%에 이르러 조선족 학생 4명중 한명은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다. 이들 결손가정 청소년은 대부분 할머니나 할아버지 혹은 외할머니나 외할아버지에게 맡겨져 양육된다. 이외에 이모나 고모에게 맡겨진 경우도 있다.

결손가정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상태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동안 부모와 아이가 상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올바로 정립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은 방황하게 되고 일탈의 과정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자녀들과 떨어져 있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비교적 넉넉하게 용돈을 주게 되는데 이 또한 역설적으로 아이들의 탈선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정문제는 부부 중 어느 한쪽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 등 외지로 나가는 경우 흔히 발생한다. 이 보다 전 단계로 돈을 벌러 가기 위해 가정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즉 돈에 대한 가치를 크게 둠에 따라 가정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고 있는 셈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돈을 벌려는 동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경우 돈을 벌러 간 사람의 일탈과 함께 현지에서 돈을 쓰는 사람의 일탈 두 가지 경우가 다 문제이다. 심각한 것은 어느 경우에도 가정해체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조선족동포들의 이혼율은 30%선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조선족사회의 이혼율은 이미 1990년대 초에도 한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한 조사에 의하면 당시 연길시 이혼자 가운데 조선족이 72.4%, 한족이 25.5%, 기타 민족이 2.1%였다.(박민자, 2000) 인구구성 비율로 따지더라도 조선족의 이혼율이 현저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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