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시간 /권 경 인
지금 누군가는 길의 끝에 닿아 있으리라 그리고 누군가는 언젠가 정상에 이를 수 있으리라 고통은 옛 자취를 따르지 않고 숲은 걸으면 다 길이 된다 길을 잃어도 숲은 스스로 제 갈 길 찾도록 그저 기다리고만 있으니
햇빛 속을 질척거리며 눈길에 엎어지며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은
내 무엇을 크게 빚진 탓이냐
누가 뭐라지 않아도 절로 상처가 덧나는 발길을 먼 산정에 대어본다
육신의 비밀은 마음의 뿌리에 있는 것인지 제 정신으로도 문득 길이 끊길 때면 아득하고도 두려운 유전을 거듭 보았다 누구도 누구를 구원할 수는 없으리라
허나 찰나적인 모든 것들이 완벽한 질량으로 들어차 있는 山은 통째로 길인 것을 먼 길 걸어와 잠시 쉬어보는 자리도 때로는 벅찬 미로일 것이나
어리석어서 슬프고 슬퍼서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의 캄캄한 세월도 어디쯤은 편히 제 속을 열어놓고 있을 것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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