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Caraz(카라즈)컵 세계 조선족 글짓기 대회 응모글

 

응모글 제4편 리의정 「호주에서 힐링하는 여자」 심사평

전은주 ( 문학평론가, 재한동포시치료연구회 대표)

 

「호주에서 힐링하는 여자」를 쓴 리의정은 2018년 6월 방학기간에 미술학석사 입학과 동시에 취득한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 visa) 비자로 호주에 간다. 그 이후 여러 차례 비자 기간을 연장하고 여러 곳에서 취업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겪는다. 2020년 이후 코로나 사태로 체류 기한을 더 연장해 현재 4년 넘게 호주에 거주 중이다. 이 글은 호주에서 겪은 일들을 감성적인 필체로 쓴 수기에 해당한다.

필자는 이 글의 목적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조선족의 자긍심을 위해서 쓴다고 한다. 그리하여 “조선족은 우리 민족의 습관과 문화를 사랑하고 언제 어디에 있든지 자기의 뿌리를 잊지 않고 부지런히 열심히” 사는 존재임을 글에 녹여냈다. 둘째, 새로운 세상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쓴다고 한다. 따라서 힘든 스트레스로 숨 막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처럼 새로운 곳에서 도전을 시작하면 힐링을 얻을 수도 있고, 또 새로운 기회를 얻어 다른 차원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고 어디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으며 매사에는 두 개 면이 존재하니 변증법적인 사고방식으로 객관적인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의 글의 장단점을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이 글은 묘사가 아주 섬세하고 형상력이 뛰어나다.

만오천자가 넘는 긴 글이지만 그의 글을 읽어가다 보면 그의 뛰어난 묘사력과 형상력에 빠져들게 된다. 마치 글을 읽는 독자 스스로가 호주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둘째, 이 글에는 작가의 심미적 능력이 돋보인다.

그는 사물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문장을 아름답게 다룰 줄을 안다. 이는 미술학도로서의 그의 심미적 능력이 글쓰기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 듯 하다.

셋째, 이 글은 훌륭한 구성력을 자랑한다.

그는 이 글을 7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썼다. 그것은 시간적인 단락이기보다는 사건 위주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단락마다 자신이 겪은 일과 그것을 통해 받은 느낌,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 등을 형상적으로 묘사했으며 모든 단락이 큰 주제와 어울려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 장점이 또 단점이 되기도 한다.

첫째, 문장이 너무 길다.

경험한 사건을 섬세하게 묘사하다 보니 문장이 아주 길어져 버렸다. 문체로 보자면 만연체에 해당된다. 이 경우 설명적인 요소가 많이 첨가되어 문장이 늘어지게 된다.

둘째, 너무 많은 것을 다 담고자 한다.

한 문장 속에 여러 사건이 함께 들어 있다. 적절한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주부와 술부의 관계는 비교적 분명하다.

셋째, 자신이 말한 글의 목적과 글 전개 내용이 조금 다르다.

이 글은 필자 자신이 겪은 인간관계, 취업 과정에서 경험한 사건, 자신의 느낌이나 감동 등을 표현하는 것이 위주로 되어있다. 그러므로 주제의 선명성, 조선족의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 한글에 대한 자부심 같은 부분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에 대한 자기성찰을 통해 문학적 글쓰기를 계속하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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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글 제4편 호주에서 힐링하는 여자(리의정)

 

응모글 제5편 최상운 <매화꽃 편지> 심사평

황유복 중앙민족대학 한국문화연구소 소장. 일본 아시아경제문화연구소 최고학술고문, “China Daily(中国日报)” 동북아국제관계평론가

 

우리가 로인이 되었다는 것은 좀더 자유롭게 삶의 의미를 돈오(顿悟)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이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를 깨닫고 최선을 다해 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순일곱살을 먹던 해”에 글쓴이는 “자신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연길시컴퓨터학원을 찾아갔다. 학원의 기초반에서 글쓴이는 다행히 리매화라고 하는 훌륭한 담임교사를 만나 그녀의 지도와 보살핌에 힘입어 컴퓨터를 처음 배우는 로인들이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컴퓨터조작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늙은 로인이 젊은 선생님의 강의와 지도를 받는 배움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서사성과 서정성을 잘 융합시키는데 성공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반듯한 글 솜씨로 독자들을 강박하지 않으면서 읽는 사람들이 생각하게 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그런데 “손편지”를 다룬 작품의 뒷부분은 컴퓨터공부를 다룬 글의 앞부분에 비해 론리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고있다.. 글쓴이가 컴퓨터학원을 수료한 후 리매화선생은 일본으로 갔고 6년후에 글쓴이에게 “손편지”를 보내왔다. 글쓴이는 매화선생의 손편지를 받고 “큰 감동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는 손편지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도리를 깨닫게 된다. 우선 매화선생이 손편지를 쓴 리유를 두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또박또박 쓴 글자마다에 매화선생의 정성이 담겨있음을 느끼였다. …… 글자마다에 글을 쓴 이의 정성이 숨배여있기에 편지를 받는 사람은 큰 감동을 받게 된다. ……손편지를 보낸 것은 이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리라.”

둘째, “뜻이 맞는 사람과는 쉽게 가까와질 수 있지만 뜻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때에 말보다 자기의 마음과 뜻을 전할 수 있는 손편지가 아주 중요한 역활을 한다.”

편지를 손으로 썼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썼나 하는 것은 하나의 형식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편지의 내용이다. 편지의 내용이 별로이면 아무리 손으로 썼다 해도 읽는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물론 편지의 내용이 똑 같다 할 때 손으로 또박또박 쓴 편지가 더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 친필편지의 글자에는 자신만의 개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철학가 베이컨(Bacon) 은 “고목은 불을 때기에 좋고, 오래 묵은 술은 마시기에 좋다”고 하면서 로련해진 로인의 늙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 그런데 글쓴이는 “골동품은 오랠수록 진가가 올라가고 술은 오랠수록 마시기 좋은 것처럼 편지도 정성을 들여 쓴 편지가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게 된다.” 라고 했는데 손편지가 왜 오래된 술이나 골동품에 비유되는지 리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틀리게 사용한 단어들이 너무 많다.

우낙 → 워낙

피아노니스트 → 피아니스트

눌러됐다 → 눌러댔다

것이엿다→ 것이였다

이튼날 → 이튿날

잊어버렷다 → 잊어버렸다

숨베여있기에 → 슴베여 있기에

역활 → 역할

선모후가(先毛后角) → 선모후각

문장 앞부분의 서사에 비해 뒷부분의 론설부분이 미흡한 점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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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글 제5편 매화꽃 편지 (최상운)

 

응모글 제6편 현애옥 「엄마의 마음」 심사평

김학송 시인 국가1급작가

 

현애옥씨의 응모글 “엄마의 마음”은 모성애를 주제로 글로벌시대의 어머니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리산의 아픔과 그리움을 군더더기 없는 소박한 필치로 엮어냈기에 모녀간의 따뜻한 정이 독자의 가슴에 훈훈한 느낌을 전해준다. 글 전편에 질펀히 깔린 자식사랑을 통해 “모성애는 그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작자의 감수를 생동하게 형상화한 점이 돋보인다.

글의 서두에 두 손자가 일본으로 떠나던 기억을 소환하면서 장면화된 서사로 자손들을 향한 뼈저린 그리움을 표출한것이 무척 자연스럽다. 딸이 일본에 가게 된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 전쟁처럼 번지는 팬더믹으로 가족들간의 왕래마저 막혀버린 안타까운 현실, 그 모든 역경을 슬기롭게 헤치며 꿋꿋하게 새 삶을 일궈내는 딸내미에 대한 믿음어린 시선 등 다양한 서술과 묘사를 통해 “가정이 무탈하고 건전해야 온 사회가 밝아진다”는 결론에 도달한 엄마의 각성이 자못 아름답고 거룩하다.

필치는 비록 소박하지만 그 소박함 속에 깊은 진실이 드러난 점이 인상적이다. 이 시대의 질곡, 그리고 부정적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애오라지 자삭사랑 하나로 가슴 시린 고독과 그 모든 아픔에 차분히 대처하는 어머니의 곡진한 마음이 문장의 갈피마다 짙게 묻어난다. 주제를 에워싸고 글이 짜임새있게 엮어졌기에 그만큼 읽기도 편하다. 사랑이 넘실거리는 정다운 편지가 봄비처럼 우리의 메마른 마음밭을 촉촉히 적셔준다.

옥에 티라고 할가?

문장이 다만 엄마의 마음을 전하는데 그치고 깊이 있는 문화적사고로 심미공간을 확장시키지 못한 점이 금후 글짓기에서 넘어야 할 산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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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글 제6편 엄마의 마음(현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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