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Caraz(카라즈)컵 세계 조선족 글짓기 대회 응모글

 

응모글 46편 최정실 <여기 있었네 보물이…> 심사평

리동렬 소설가 언론인 '도서출판 바닷바람' 발행인

 

"보물찾기" 비결을 통해 행복을 찾는 삶의 "진수"를 보여줘

"인간은 욕망한다"는 명제가 있다. 한국의 이성재 작가는 "인류의 역사는 인간 욕망의 상징인 보물과 얽힌 역사"라고 말했다. 그것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보물을 열망하고 그 열망을 부채질하는 노림수가 통해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의 삶은 흔히 "볼물찾기"로 시작해서 "보물찾기"로 죽음을 맞게 되는지 모른다. 재물은 행복을 가져다 주는 으뜸가는 "보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을때까지 그런 "보물찾기"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것만이 삶의 정답일까? 최정실의 수필 "여기 있었네 보물이..."는 그런 욕망에 반해, 역으로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위에서 놓치고 있는 "보물찾기"를 통해 "최고로 값진 보물은 꼭 돈을 줘야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먼 곳에 있는 것도 아니며 바로 우리 신변 가까이에 우리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항상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즉 "보물이란 굳이 금은보화일 필요가 없으며 아무에게도 없는 나만의 것이야말로 알짜배기 보물"이라며, 우리의 "일상에서 나 자신과 나의 가족, 친지, 친구 그 모두가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가장 값진 존재(보물)"이라고 "보배찾기"의 정답(주제)을 문학적으로 생동하게 풀어냈다.  

 

수필은 그냥 붓가는데로만 쓰는 글이 아니다. "달관된 통찰과 깊은 이해가 인격화 된 사람이 자기의 생각을 편안하게 풀어낼 때"만이 "붓가는데"로가 씌어진다. 작자는 적어도 "보물찾기"에서만은 "달관된 통찰과 깊은 이해"를 갖고 "붓가는데로" 쓴 것 같다.

 

소학교때 봄이 되면 원족을 가서 보물찾기를 한다. "나"는 "보물을 어디에 꽁꽁 숨겨놓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도 "먼곳"에 가서 찾다보니 하나도 찾지 못한다. 보배찾기 능수 "먹식이"란 친구가 "나"에게 "먼데 갈 필요"없이 "가까운 곳, 보일듯 말듯한 곳에서 찾으라"고 알려준다. 이에 계발을 받은 "나"는 훗날 여섯 살난 아들한테 “보물찾기” 비결을 전수해준다. "보물이 무조건 그렇게 먼데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까운데를 찾으라"고. 그후 아들은 장성하면서 보물을 찾듯 "주변의 사물들을 유심히 관찰"한 덕분에 "우리 주변에는 아름다운 사물들이 무척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나"도 "싱싱한 공기이며 찬란한 햇살, 기름진 흙과 시원한 물..."등이 "우리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필요한 공짜", "최고로 값진 보물"이란 것을 깨닫는다.  

 

육아시기 "깨끗이 세탁이 된 아들애의 양말이 빨래줄에 걸려 미풍에 살랑살랑 나붓기는 것"을 볼 때의 즐거움, "500엔 정도의 돈으로 달착지근한 도넛 서너개 사서 이쁜 접시에 담아 온집 식구가 오붓하게 테이블에 둘러앉아 간식을 먹는 걸 즐거움"은 "명품 가방"을 사서 메고 다니는 여인들 부럽지 않다. "자신의 내면세계를 충실히 해서 스스로를 <명품>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일상에서 나 자신과 나의 가족, 친지, 친구 그 모두가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가장 값진 존재(보물)"이라는 것을 깨닳으며 코로나19시기 "우리 모두에게 자신과 자기 주변을 둘러볼 충분한 시간"을 주어 "서로에게 더 집중하고 서로를 더 잘 알아가고 서로에게 더 잘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는 등... 마침내 보물찾기처럼 찾아낸 기분이다"라고 역설한다. "지금 내 소중한 사람이 바로 곁에 있는데, 행복은 이렇게 내 안에 자리잡고 있어 손만 뻗으면 언제든지 쉽게 가질 수 있는데..."하고 "보물찾기"의 비결을 재삼 상기시키며 "불확실한 먼 곳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불필요한 방황을 끝도 없이 하고" 있는 삶의 자세와 세습에 경종을 울려준다.

 

이 글은 주제가 명확하고 주제를 푸는 과정도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다. 긴긴 삶의 여정을 통해 철리적인 에피소드와 세속에 대해 담론하면서 작자는 시종 “보물”과 “보물찾기”를 매개물로 해서 주제를 표현했다.

 

수필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글의 무게와 감동이 좌우지 된다. 수필을 쓸 때 생각을 좀더 넓히면 깊이가 더 그려진다는 것을 명기할 필요가 있다. “보물이란 굳이 금은보화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과, “보물이란 가족이 땀흘려 거둔 수확과 그것을 함께 즐기는 마음가짐”라고 폭을 넓혔을 때, 우리는 정신적인 “보물”과 물질적인 “보물” 사이에서 편향하지 않고 변증법적인 관점으로 “보물”을 논하며 좀더 깊은 주제를 더 설득력이 있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수필의 언어는 간명하고 논리도 정연하다. 가끔 절묘한 세부묘사를 통해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위에서 얘기했지만 세탁된 양말이 빨래줄에 걸려 나붓기는 장면을 봤을 때의 감수와, 온집 식구가 500엔 정도의 돈으로 도넛 서너개 사서 간식을 먹으며 즐기는 감성적인 묘사가 그러하다. 이런 디테일한 묘사들을 좀더 넣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여기 있었네 보물이…”란 제목을 돌아보며, 한생을 애타게 보물을 찾아온 작자의 감동과 주제를 한번 더 음미하게 된다.

작자의 지성적인 수필 창작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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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글 제46편 여기 있었네 보물이…(최정실) ◀

 

 

응모글 47편 김춘식 <산책만필> 심사평

전은주 문학평론가, 재한동포시치료연구회 대표

 

「산책만필」은 꽤나 자유로운 형식으로 쓰여졌다. ‘만필’은 말 그대로 어떤 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쓰는 글이다. 그러므로 이 글이 지닌 긍정적 요소는 독자들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필자 스스로 말했듯이 필자는 ‘산책 예찬자’이다. 그는 운동으로서의 산책의 긍정적인 요소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사상가가 아닌 산책자는 있을지 몰라도, 산책자가 아닌 사상가는 있을 수 없다’며 니체나, 칸트, 김시습, 김만중의 산책에 대해서도 거론하며 산책의 정신적 작용에 대해서도 객관성을 부여한다. 

 

일반적으로 산책은 어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도 않고, 그냥 느긋한 마음으로 발 가는 대로, 길 흐르는 대로 걷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산책하는 그 길의 특성에 따라, 시간의 유동성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과 만날 수 있다. 그런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필자의 가치나 관점에 따라 산책의 특성이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도 자신이 생각하는 산책을 수시로 정의한다.

 

필자의 산책에 대해 정의를 9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산책은 한가롭게 무조건 걷는 것이다.

둘째, 산책은 자연과 연결시켜준다.

셋째, 산책은 사색을 동반하기 때문에 사람을 창조자로 만들어 준다.

다섯째, 산책은 건강하게 해 준다.

여섯째, 산책은 안해와 함께 장터를 다닐 수 있게 해 준다.

일곱째, 산책에서 만나는 장터에는 아주 다양한 것들이 많다.

여덟째, 장터에는 헌책시장도 있다.

아홉째, 산책은 바쁜 세상에서 사치일 수 있다.

 

이 아홉 가지는 필자가 쓴 의식의 흐름의 순서이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산책의 긍정적인 요소와 다양한 재미를 입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또한 필자가 평소에 안해와 자주 산책을 한다는 정보도 피력한다. 그는 이런 아홉 가지 정의를 산책 과정에서 다양한 낯선 상황과 자유롭게 만나는 것처럼 편안하게 써내려 간다. 그런 점에서 독자는 필자와 함께 산책하는 듯한 생동감도 느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자유로움’이 자칫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자유로움’은 산책의 특징이자 만필의 특징일 수 있으나, 독자들은 대체로 잘 정리된 필자의 생각을 읽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산책을 통해 안해와 화합하는 것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장터의 특색과 다양성에 대해 설명하고, 또 장터에서 헌책 예찬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다소 두서 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여러 가지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9천자에 가까운 긴 글이 부담 없이 읽히는 것은 이 글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의 끝부분이 인상 깊다.

 

“나는 오늘도 산책하고 래일도 산책할 것이다. 나는 그냥 평화롭게 어딘가를 거닐고 있을 뿐이다. 산책은 생의 기쁨이고 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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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글 제47편  산책만필 (김춘식) ◀

 

 

응모글 48편 고송숙 <예순,새로운 출발점에서> 심사평

김학송 시인 국가1급작가

 

고송숙씨의 응모글 “예순, 새로운 출발점에서”는 중증장애자를 돌보며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는 작자의 인생태도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멈춰버린 직장생활, 그리고 도전적인 자세로 인생2막을 열어가는 작자의 열기는 자못 뜨겁기만 하다.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취직한 후 첫 인연으로 만난 뇌병변 중증장애자 철이, “인생의 여행길”에서 알게 된 철이라는 동행자를 무척 감사해 하는 작자의 너그러운 인품과 풍요로운 삶의 자세가 무척 존경스럽다.

 

처음 철이를 만날을 때에는 여간 당혹스럽고 어려운게 아니였다.

 

대소변도 받아내야 하는 철이, 낯선 사람과 새로운 일이 주는 힘겨움은 상상 이상이였다. 작자는 이 모든 어려움과 두려움을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눌러버리고 그 어떤 돌발상황도 인내심으로 극복하면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였기에 “최우수지원사”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고 그 사적이 신문에까지 실리게 된다. 이 대목에 이르면 독자들은 작자의 빼어난 인간성과 헌신 정신에 마음속으로부터 박수 갈채를 보내게 된다. 그 바쁜 와중에도 철이를 찍은 사진으로 상까지 탓으니 나이를 거스르는 그녀의 랑만과 문화적인 면모는 독자를 매료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공부를 열심히 하여“보양보호사자격증” 등 무려 8가지 자격증과 수료증을 획득한 그녀의 끈기와 진취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고령화시대의 후반생을 디자인”하며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면서 코로나의 걸림돌마저 디딤돌로 삼는 마음의 여유, 철이와의 만남을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으로 여기고 철이와의 인연이 신비롭고 다행스럽다고 하는 작자의 언행에서 우리는 인간정신의 숭고한 높이를 보게 된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누구나 고송죽씨처럼 옳바른 생각으로 행복을 빚어낼줄 아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철이의 손을 잡고 중국 여행에 함께 가며 웃고 즐길 수 있는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특별한 세계에서 특별한 하루를 시작한다.”는 글의 마무리도 주제를 함축적으로 강조하고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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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모글 제48편 예순, 새로운 출발점에서 (고송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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