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Caraz(카라즈)컵 세계 조선족 글짓기 대회 응모글

 

응모글 제54편 김건 <다시 만납시다> 심사평

리동렬 소설가 언론인 '도서출판 바닷바람' 발행인

 

 

겨레가 "똘똘뭉칠 수 있는 지혜와 힘”의 가능성을 보여준 수작

오매불망 가보고싶던 조선의 칠보산으로 4박5일간 여행을 떠났는데 가다가 버스 다이어가 터지고 돌다리가 무너지고 태풍을 동반한 비로 호텔에서 발이 묶이는 힘든 일정이 이어졌다. 돌발상황을 맞이해 여행 갈때의 기대감과 낭만은 처참이 무너져 13명으로 구성된 여행팀은 심적 위기에 빠진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후 이 여행팀은 어떻게 됐을까?...

 

김건의 "다시 만납시다"는 조선 칠보산으로 여행가는 특이한 무대를 배경으로 난관에 부딪쳤을 때 팀원들과 조선의 여행 안내원  등과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슬기와 지혜로 심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영원히 잊지 못할 여행의 "황홀한 역사"를 만든 경력을 썼다. 작자의 말대로 "생활리듬이 걷잡을수 없이 빨리 변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 사람과 사람사이에 오가는 정과 나눔이 점점 적어지는 지금 세월에,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릴 시간이 점점 없어지는 요즘에 그 날의 칠보산에서의 밤은 정지된 시간속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을 알아가고 사람에 집중하고 사람 냄새에 빠지게 된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록"을 남기며, 여행의 "값진 시간"을 만끽한 감동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 글은 얼핏보면 여행기로 착각할 수가 있다. 중국  룡정-조선 회령시-청진시-칠보산으로 이루어진 여행코스에, 시간도 2019년 8월의 어느날부터 4박5일 일정이다. 작자는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시간대에 따라 벌어진 사건과 감수를 썼고, 장소도 청진-칠보산 명천군-칠보산-동해바다 등으로 이동된다. 여행기의 글쓰기 기법을 준수한 것, 그러나 이 글은 여행기의 형식을 빌어 여행 팀원들의 "내면에로의 여행"을 쓴 여행산문에 속한다. 조선의 인문풍경과 경물을 쓰는 듯한 착각을 주면서 엉뚱하게도 여행자(사람)를 쓴 것이 이 글의 묘미라겠다.   

 

청진에서 칠보산으로 향할 때 태풍의 영향을 받아 비가 그칠줄 모르게 내리고, 중도에서 버스 뒤 타이어가 터진다. 이에 여행팀 일동은 서로를 고무하며 버스를 들어올려 기사가 타이어를 바꾸는 작업을 도와준다. 타이어 교체가 끝나자 "안내원을 포함한 우리 16명은 광복이라도 맞이한듯이 만세를 함께 외쳤고 짧은 순간 이였지만 함께 땀을 흘리고 함께 비에 젖고 함께 환호하면서 서로 손벽을 치면서 하나가 되었다.” 안내원이 미안해자 막내 여행자는 "이럽슴다. 우리는 일당백팀임다."하는 말로 여행팀원들의 마음을 똘똘 몽치게 한다. 가던 도중 작은 마을 돌다리하나가 비에 파괴되어 못 지나갈 때도 모두들 신발을 벗고 강을 건너면서 "일당백 정신을 웨치며서 힘든 과정"을 이겨낸다. 그래서 작자는 "길은 험난해도 모두가 웃을 수 있는건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에너지와 힘이 아니었나싶다."고 고백한다.

 

세 번째 날도 비는 계속 내리고, 칠보산을 눈앞에 두고도 여행할 수가 없어 "일당백팀" 모두가 한풀 꺽이어 창박을 내다보며 한숨을 내쉴 때 "지난 5년간 수많은 곳을 관광 하면서 돌발상황에 익숙하고 변수에 강한 나(여행업 출신)는 어떻게 하면 이 위기의 여행팀을 구원할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안내원을 찾아가 적극적인 제안을 한다. 그래서 남은 돈으로 조선의 특산물을 선물하고 모여서 대동강 맥주를 마시며 "자기가 걸어온 인생길을 소개하고" 발표하면서 "서로의 인생과 서로가 걸어온 시간에 귀를 기울리고 잔을 부딪치며 눈물과 웃음"으로 "사람을 알아가고 사람에 집중하고 사람 냄새에 빠지게 된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록"을 새기는 밤으로 장식한다. 이 대목에서 "여행은 인생 그 자체이다"라고 한 명언의 진가가 더욱 빛을 발한다.

 

네 번째 날 아침 안내원이 칠보산 길이 열렸음을 알리자 일행은 "서로를 부퉁켜안고 전쟁에서 승리를 이룩한 전사들마냥 모든 세포와 모든 신경이 흥분되 듯이 얏호!를 외쳤고 심지어 어떤 분들은 눈물까지" 보였다. 그래서 "동해바다와 칠보산 풍경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처럼 보였고, "그 속에서의 모든 사람들과의 숨쉬는 대화는 그야할로 예술 그 자체"가 됐다.

 

마지막 날 안내원의 맨트는 이 글의 클라이맥스를 이뤘다. "조금은 불편하고 순탄치 않은 여행길에서 싫은 내색 한번 안내시고 좌절과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전체는 하나로 똘똘 뭉쳐서 태풍이라는 강대한 적을 물리치고 사람의 힘으로 곤난을 희망으로, 어려움을 아름다움으로 전환시킨 우리 일당백팀원들에게 진심으로 되는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며, "우리가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날 반가울 그 날을 위해서 '다시 만납시다' 노래 마지막으로 불러드리겠다"고 맨트를 남긴다. 서두에서 첫 꼭지를 뗀 "백두에서 한라로 우린 하나의 겨례, 헤여져서 얼마나 눈물 또한 얼마였던가…”라는 노래는 결말에 와서 "흐느낌과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눈물의 마지막 악장"이 됐었고, "그 순간은 감정과 감동을 넘어선 감격 그 자체"로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글은 이렇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작자의 뜨거운 숨결을 담아 써내려가서 감동을 휘몰이하고 있다. 조선이란, 가깝지만 낯선, 그러나 금방 가까워질 수 있는 겨레의 땅에서 낯모를 여행자들이 모여 함께 호흡하고 힘을 합쳐 서로에게 집중하면서 "일당백"으로 똘똘 뭉쳐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이다. 또 여행업에 종사하는 "나"의 지혜와 사회를 바라보는 생각의 깊이를 그리면서, 글의 리듬을 잘 살려준 것이 이 여행산문의 또 하나의 장점이라겠다.  "다시 만납시다", "일당백" 같은 조선 특유의 용어들도 아주 적절하게 사용돼 친절감과 감동을 주는데 안받침했다. 그래서 한겨레가 "똘똘뭉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 좋았다. 언어도 유창하고 막힘이 없이 일매져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게 했다.     

아쉬움도 없지 않아 있다. 여행을 간만큼 청진시, 칠보산, 조선의 인문풍토에 대해 간결하고도 정밀한 묘사들을 중간중간 스치듯 곁들였더라면 글이 더 풍성해질 것 같다. 몇몇 등장 인물의 외모나 언어(말투)묘사에도 좀더 공을 들였더라면 인물의 특징이 더 생생하게 살아날 것 같다. 개별적인 문구도 좀더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오랜만에 감동이 가는 글을 읽게 돼 마음이 즐겁다.

 

작품보기

▶ 응모글 제54편  다시 만납시다 (김건) ◀

 

 

 

응모글 제55편 최리경 <길> 심사평

김학송 시인 국가1급작가

 

최리경씨의 응모글 “길”은 길이 내재한 다양한 의미를 깊이 있게 파헤친 우수한 수필이다.

 

우선 여러 류형의 길을 인생길과 련결시켜 주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점이 돋보인다. 작자는 오솔길과 이어진 내 할머니, 옆집 할머니, 이웃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가마솥과 아궁이 등 겨레의 체취가 묻어나는 작은 세부에서 정서적인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지나왔던 삶의 발자취들이 모여 작지만 그 자리를 빛내는 길이 되었다.”라는 의미심장한 언어로 작품의 심미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골목길에 자리잡은 과일가게에서 소소한 인정의 고마움을 느끼고, 길가에서 만난 청소부아주머니와 나눈 진솔한 대화에는 작고 평범한 것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는 작자의 자상한 마음씨와 지극히 순결한 내면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거울로 삼아 지나온 삶을 반추하고 반성하는 작자의 인생 자세도 독자를 깊이 감화 시킨다.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이루어내는 자연스러운 자취들이 그 골목길을 더 따스하게 수놓았다.”라고 말하는 작자의 감탄에는 깨달은자의 기지와 달관이 묻어나 좋다.

 

타향에서 울러퍼진 “아리랑”민요를 들으며 작자는 복잡한 감정으로 몸부림친다.

 

아픔을 간직한 채 서러움을 참으며 새 환경에 뿌리박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 “외롭고 험난했던 갈림길에서 버텨내고 어울리는 법을 배우며 살아간다”는 작자의 술회는 강인하고 진솔하고 지혜롭다.

 

과거의 길과 현재의 길이 결국 미래의 길로 이어지고 있는것임을 자각한 작자는 길이란 대상물을 빌어 작고 평범한 사물과 약소군체의 삶에 뜨거운 사랑과 동정을 보내고 있다.

 

길에 대한 문화적인 사색과 다양한 의미가 들꽃처럼 수놓아진, 미려한 감성이 마음의 뿌리마저 적셔주는 글이다.

 

문장력이 돋보이기에 꿈을 안고 지속적으로 정진하기 바란다.

 

작품보기

▶ 응모글 제55편  길 (최리경) ◀

(끝)

 

 

편집자: 전체 응모작품과 심사위원들의 구체적인 프로필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