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우의 수필 126>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자극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감각은 청각인 것 같다. 더구나, 그것은 즉효적(卽效的)이고 충동적인 면이 강해서 소리에 의한 청각적인 충격은 촉각이나 미각 후각 등은 물론, 사물 인식의 명확성이 가장 높은 시각이 주는 것보다도 확실히 더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동물 실험에서 증명된 바 있다. 산란용 닭을 대상으로 똑같은 시간 간격을 가지고 실험한 결과, 명도차(明度差)가 큰 빛깔의 조명 교체에서보다 높낮이와 세기의 차가 큰 소리를 들려 준 닭의 산란이 훨씬 더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젖소의 경우에도 조명의 색도 변화에서보다 소리의 강도와 음량의 변화에 더 크게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즉, 조용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 준 젖소가 크고 시끄러운 음악을 들려 준 젖소보다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해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운 음악은 우리를 즐겁고 안정되게 하지만 소음은 여러 가지로 해를 끼친다.

   소리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인 데시벨(desibel)로 보면, 속삭이는 소리는 20이고, 정상적인 말소리는 40이며, 탁자를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60이고,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는 70이며, 교향악단의 큰 연주음이 80 정도라고 한다. 오토바이 소리나 철교 밑에서 듣는 전동차의 소리는 90~100 정도이고, 록 콘서트의 스피커 바로 앞자리는 120, 150미터 전방에서 들리는 비행기의 이륙 소리와 총소리는 140 정도라고 한다.

   소리에 대한 감응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소리가 85 이상이 되면 불쾌감을 느끼고, 130 이상에서는 귀에 통증을 느끼며 떄로는 고막이 터지기도 한다고 한다. 국제표준화기구가 설정한 쾌적한 환경 수준은 35~45 데시벨이다.

   소음이 인간에게 끼치는 피해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가령, 큰 소리를 들으면 일시적으로 귀가 멍해진다. 한참 있으면 청력이 다시 회복되지만 계속해서 듣거나 지나치게 큰 소리를 들으면 소음성 난청이 된다. 그리고 한 번 잃어진 청력은 거의 회복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소음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맥박이 빨라지며, 호흡 횟수를 증가시킨다. 침의 분비량이 줄어들고, 위액의 산도(酸度)도 떨어진다. 위장의 수축 운동이 적어지고, 혈당치가 오르며, 백혈구의 수를 늘린다고 한다.

   그러나, 소음이 우리에게 주는 피해는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이 더 크다. 소음은 불쾌감을 느끼게 하며, 정서를 불안하게 만든다. 소음에 의한 스트레스가 쌓이면 대화의 장애와 독서 방해, 작업 능률의 저하 등을 가중시킨다. 더 직감적인 것은 짜증을 일으키고, 사람을 거칠게 만들어 화를 잘 내게 한다. 소음은 바로 이렇게 우리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기에 더욱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각종 소리 공해가 근래에 와서 우리의 생활 주변에서 자꾸 늘어만 가고 있다. 거리에서의 자동차 소리, 공장의 기계 소리, 공사장의 망치 소리, 상가의 호객 소리, 사무실의 전기 통신기기 소리, 주택가에서의 이동판매차의 확성기 소리 등등, 일하는 직장에서나 오가는 거리에서나 휴식할 집안에서까지 온통 소음 천지 속에서 살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런 속에서 이렇게 살다가는 모두 난청이 되고, 소화불량증에 걸리고, 스트레스가 쌓여 너도 나도 짜증과 화를 잘 내며 사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는 친구들 사이인데도 큰 소리로 싸우듯 말을 하고, 전화라도 하려면 옆에서 질러대는 큰 소리에 대화를 나누기가 힘든 것은 보통이 되어버렸다. 찻집이나 식당에서의 대화 소리가 술집에서의 술꾼들이 떠드는 소리처럼 된 것도 흔해졌고, 연예 공연장마다 질러대는 젊은이들의 괴성과 울부짖음은 유행을 지나 하나의 중후군(症候群)으로까지 되어버린 것 같다. 어디를 가나 기계 소리, 산업화의 소리에 의한 공해보다 인간의 소리 공해가 판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잘 안 들린다며 반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자동차의 경적이 들리지 않는지 차도로 들어서는 이들도 자꾸 많아지고 있어 그러한 것이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 않으며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게 됨이 한낱 기우일까? 기우는 기우일 뿐 나의 지나친 쓸데없는 걱정이기만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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