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중국에 가면 북경을 보고, 북경에 가면 만리장성을 보라.”

   이 말은 중국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중국에서의 북경과, 북경에서의 만리장성의 의미가 그만큼 크고, 각기 그곳을 대표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곳에 가서 여러 가지를 보고 듣고 느끼는 사이에, 그러한 말이 한낱 허세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만리장성의 성곽 위에서 끝없이 펼쳐져 있는 길다란 장성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것이 중국이요, 중국인의 삶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느껴졌었다.

   만리장성은 춘추 전국 시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러 제후국들이 서로 방어용으로 지형을 이용하여 남북으로 또는 동서로 수백 리 혹은 수천 리씩 만들게 되었고, 이름도 그냥 장성이라고 불렀었다. 그 중에 가로로 이어진 북방의 것이 가장 규모가 컸었는데, 진․한․명(秦漢明) 나라 때에 크게 수축하면서 만리장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만리장성의 실제 총길이는 만리가 넘는다. 명나라 때 수축한 장성의 총길이만도 7300여㎞나 되고, 문헌상 기록으로는 역대 20여개 제후국과 왕조가 수축한 장성의 총길이는 5만㎞가 넘는다고 한다.

   만일, 만리장성에 쓰인 돌과 벽돌 흙 등으로 폭 1m에 높이 5m의 장벽을 쌓으면 지구를 한 바퀴 돌고도 남을 정도이고, 넓이 5m에 두께 35㎝로 길을 만들면 지구를 3, 4바퀴 돌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가히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이 만리장성을 ‘세계적인 기적이요, 중국의 자랑이다.’라고 떠들어대는 것도 한낱 과장만은 아니다.

   만리장성은 흔히 동쪽 발해만의 산해관(山海關)으로부터 서쪽 감숙성(甘肅省)의 가곡관(嘉谷關)까지 치는데, 가장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곳은 팔달령(八達嶺)의 장성이다. 이곳은 북경에서 북쪽으로 약 60㎞쯤 떨어진 곳에 있는데, 관문인 거용관(居庸關) 주변은 산자락이 중첩되고 수목이 빽빽히 우거진, 남북 약 15㎞의 좁고도 험준한 골짜기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의 팔달령 장성은 명나라 때에 수축한 것으로 규모가 가장 크고 훌륭한데, 돌과 바위로 기초를 하고 산등성이를 따라 높고도 튼튼한 성벽을 쌓아 놓았다. 장벽의 밑은 폭이 평균 6.5m이고, 윗부분은 5.8m이며, 3~5백 미터마다 장대(牆臺)나 적대(敵臺)․전대(戰臺) 등을 설치하여 놓았다. 1984년부터 ‘나의 중국을 사랑하고, 나의 장성을 보수하자.(愛我中華 修我長城)’는 운동을 전개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중국인들의 만리장성에 대한 끝없는 집념을 생각하게 한다.

   어떤 일에 대한 이러한 끝없는 중국인들의 태도와 삶은 오늘날에도 곳곳에서 잘 알 수가 있다. 느린 듯하면서도 꾸준하고, 허황된 듯하면서도 실제적인 이러한 삶의 방식은 그들의 유명한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이야기에서도 잘 나타난다. 방해가 된다고 해서 큰 산을 옮기려고 삼태기에 흙을 담아 발해(渤海)에다가 버린다. 그러다가 죽으면 아들이 이어서 하고, 다음에는 손자가 증손이 고손이 하는 식으로 계속 행하면, 결국에는 큰 산이라 하더라도 옮길 수가 있다는 생각이 중국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들은 그렇게 살았고, 살아오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북경 서쪽에다 땅을 파서 1200여 정보나 되는 곤명호(昆明湖)를 만들고, 그 흙을 쌓아서 만수산(萬壽山)을 이룩해냈으니, ‘우공이산’을 실천하였다고도 할 만하다.

   중국의 문학자 임어당(林語堂)은 느긋하고 한가롭고 낙천적인, 가끔은 시적(詩的)이기도 한 그러한 기질을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질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굴을 파더라도 양쪽에서 서로 파 들어가고, 그러다가 서로 맞지 않아서 두 개의 굴이 되면, 그것은 그것대로 또 좋은 일이라는 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중국 사람들은 시간이나 노력의 효율성보다는 일을 성취시키는 데에 보다 더 큰 가치를 두는 것 같다. 이러한 사고방식과 삶에서, 그들은 수많은 노력과 희생을 바치며 수천 년을 들여서 만리장성을 쌓을 수가 있었던 것이며, 그것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고 중국을 빛나게 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만리장성은 곧 중국을 표징하며, 중국인의 삶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