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족 아가씨 "개조지 쓰지마!"- 조선족 노인 "젊은 처자가 욕지거리를 …"
말과 문화 다른 이민족끼리 섞여 살며
웃음 참지 못할 해프닝 일상화된 용정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용정의 소달구지 모습. 조선족과 한족이 모여사는 만주에서는 때로 말과 문화의 차이로 웃음이 '작렬'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나는 중국에서 여행할 때 거의 현지인처럼 행동한다. 그것은 차림새나 외모가 그렇게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여행을 편하게 하는 한 방편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할 때도 외국인 표가 나지 않게 될수록 짧게 말한다. 용정에서는 조선족처럼 행동하면 된다.

용정 시내를 돌아다니다 호텔로 돌아가려고 택시를 탔다. "배꽃 호텔" 하며 단문으로 말했다. 운전기사는 알았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차를 몰았다. 그러나 택시는 엉뚱한 곳으로 갔다. 운전기사는 조선족이 아니라 한족이었다. 내가 손을 저어 아니라고 하니 운전기사는 몹시 미안해했다. 나는 다시 "배! 꽃!"이라고 분명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다시 엉뚱한 한족 마을로 갔다. 나도 갑자기 리후아(梨花)라는 배꽃의 중국어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마을 이름이 바투군가 뭔가 하는 마을이었다.

용정은 이민족인 한족과 어울려 살다 보니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해프닝도 많다. 그 재미있는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한다.

■해프닝 하나

한 여인네가 빈 소달구지에 딸을 태우고 가고 있었다. 이웃에 사는 한족 사내가 5위안을 내밀며 소달구지를 좀 빌려 달라고 했다. 소달구지는 한족말로 '처뉴(車牛)'였다. 한족말을 전혀 모르는 여인네가 듣기에는 '처녀', 곧 딸을 빌려 달라는 줄 알고 너무 어이없어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족 사내는 돈이 적어서 그러는 줄 알고 자꾸 따라오더니 10위안을 내밀며 '처뉴'를 빌러 달라고 했다. 결국 참지 못한 여인네가 한족 사내의 뺨을 때리고 말았다.

■해프닝 둘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서로가 채소를 사려고 이리저리 밀치고 있었다. 조선족 여인네 뒤에 있던 한족 사내가 그 여인네의 어깨를 살짝 치면서 '빼조지, 빼조지' 했다. 화가 난 조선족 여인네가 누굴 희롱하느냐며 달려들었다. 그것은 '서둘지 말라(別着急)'는 한족말이었다.

■해프닝 셋

주로 조선족 노인들만 탄 버스가 산골 마을에서 장날 시내로 가다가 갑자기 고장이 났다. 버스에서 내린 운전기사가 이래저래 손을 써보지만 쉽게 해결되지가 않았다. 시간이 급한 노인 승객들의 원성이 높아갔다. 보다 못한 한족 차장 아가씨가 "따쟈, 빼조지" 했다. "여러분, 서둘지 마세요"라는 말인데 한족말을 모르는 노인네들이 듣기에는 욕으로 들렸다.

'저 간나 봐라. 뭘 따고 뭘 빼?'

아니래도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노인들은 새파란 젊은 차장 아가씨에게 욕까지 먹었으니 감정이 격화돼 삿대질을 했다. 갈수록 태산이라 한족 차장 아가씨는 더 큰소리로 "개조지 쓰지마!"라고 외쳤다. 그 문장은 "오히려 바쁜 사람은 운전기사입니다"라는 뜻인데 결국 노인들에게는 더 심한 욕설이 되고 말았다.

'개 무엇이 쓰다'라고?'

그제는 노인 승객들이 차장 아가씨에게 달려들어 큰 소란이 일어나고 말았다.

■해프닝 넷

산골에 사는 한 사내가 소시장에서 소를 팔았다. 소를 판 큰돈을 전대에 잘 챙겨 허리에 차고는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소 값을 좋게 받아 한 잔을 얼큰하게 걸치고 기분 좋게 집으로 가는데 이게 또 무슨 행운인가. 꽁꽁 언 개울을 건너려는데 노루 한 마리가 얼음판 위에서 쩔쩔 매고 있었다. 얼른 달려들어 노루를 잡았다. 소도 팔고 노루까지 잡았으니 그야말로 횡재수였다. 그러나 얼음판 위에서 노루를 잡아끌기가 만만찮았다. 허리에 찬 전대를 풀어 노루목에 묶어서 끄니 잘 당겨왔다. 얼음판에서 쉽게 끌려온 노루가 맨 땅에 들어서자 갑자기 후다닥 탈치고는 저만큼 달아나 버렸다. 그때 사내의 절규가 노루를 따라간다.

"야, 이놈의 노루야 전대는 주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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