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농민으로 살아온 용정에서 온 A 아주머니는 남편과 사별 후 생활비와 자녀학비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국에 가기로 결심했다. 생활은 어렵지 않았지만, 농업수입에만 의존해서 두 자녀를 혼자서 양육하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대부분의 연변의 조선족들이 한국에 친척이 없는 무연고 동포인 것처럼, 이 아주머니도 한국에는 아무런 친척도, 연고도 없었다.

또한, 관문이 좁은 복권 같은 방문취업제에 “당첨”되기만을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한국남성과의 결혼을 선택하는 편이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는 빠르고 쉬운 방법이라고 판단하였다. 주위 친척의 소개로 한국남성을 소개받았고, 연길에 방문한 이 남성과 일주일 지낸 후, 결혼을 결심해, 수속을 시작한지 6개월 만에 한국에 입국하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돈거런는 전혀 없었다고 본인의 결혼 의도는 순수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과 지내는 일은 고문과도 같았다. “남자가 바보야,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하고, 말도 하나도 안통하고, 게다가 빈 털털이야.” 남편도 “밥을 안 해 준다, 어디 가는지 집에도 잘 안 온다”며 점점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설상가상으로, 이웃에 살던 조선족 여성이 본인의 결혼을 “위장결혼”으로 신고해서 조사를 받게 되었고, 남편도 그간의 쌓였던 불만과 이 아주머니의 결혼의도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면서, 남편 스스로 이 결혼이 위장결혼으로 증언하고 말았다. “이 여자는 나를 한국에 들어와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 한거야” 라며 괘씸해하면서 말이다.

아주머니의 상황은 난감하게 되었다. 몇 가지의 선택지를 두고서, 계속 고심하고 있다. 첫째, 이 아주머니의 결혼이 위장임이 판명되면, 본인도, 남편도 위장결혼에 대한 처벌을 받고, 중국으로 추방된다. 둘째, 남편과 사는 것이 고역이지만, “내 한 몸 희생해서 자식을 위해 충성할 수 있다면” 남편과 결혼관계를 유지할 것을 “애걸” 한다. 셋째, 그냥 “이꼴 저꼴 더러워서 더 이상 한국에 못 있겠다” 고 선언하고 이혼을 한다. 이혼을 하게 되면, 돈을 더 벌어야 하지만, 중국에 돌아가야만 한다.

이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결혼”으로 한국에 온 조선족 여성들이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대부분 무연고 동포인 연변조선족들은 한국에 가기 위해서는 “불법브로커”를 통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정상”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즉, 연변에서는 한국으로의 이주(노무송출-중국조선족 입장에서의 노동력 유출)과정에서 “불법의 정상화”가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불법”통로에 의존할 경우 비싼 수수료를 브로커에게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얼마나 돈을 조금 주고 한국에 나왔는가는 본인의 “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한국에 갈 수만 있고, 돈을 적게 들일 수만 있다면, 결혼은 아주 이상적인 한국입국통로이다.

이 아주머니에게는 아주 뚜렷한 한국입국의 이유와 결혼의 목적이 있다. “이 한 몸 희생해, 자식을 위해 충성하자!” 하지만, “합법적” 결혼관계는 이 아주머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 아주머니는 이 “바보 같은, 말도 안 통하는, 무일푼의” 한국남성을 통해서만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아주머니는 자녀학비를 벌고 난후, 중국에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참으면 되는데, 도무지 못 참겠다”고 넋두리를 한다.

그래도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이 결혼의 진정성을 어떻게든 인정받고, 이혼을 하지 않은 채로 몇 년간 더 버텨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이제 이들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해보자. 이 아주머니의 결혼은 “돈거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진짜” 결혼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명백한 의도와 한국인 남편이 느끼는 도구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배신감을 함께 고려해본다면, 이 아주머니의 결혼은 “진짜“ 결혼인가? 그리고 이 한국인 남성은 맘에 내키지도 부인에게 잠자리를 강요하고 매끼 밥해주는 아줌마로 도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 한국인 남편은 결혼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그의 결혼에 대한 의도는 ”순수“한가? 우리는 결혼의 쌍방간 도구적 사용을 두고 이 결혼이 ”위장“인지,”진짜“인지의 여부에 대해서 판단하기를 망설이고 있다.

<다음에 계속 >

* 중국동포타운신문 연재 -  전번에 2기가 빠졌기에 보충합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