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신문 기획]

요즘 중국 조선족 대학생들의 실업이 갑자기 늘고 있다. 그중 몇 년간 한국 기업 근무 경험자들이 대다수이다. 당해의 대학졸업생들이 일자리를 못 찾아 헤매는 중국인 대학생들의 상황과는 좀 다르다.

지금 실업중인 조선족 청년들의 학력은 전문대학이나 본과, 혹은 일본 유학을 해서 공립대학을 졸업했거나 사립일본어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생 수도 많은 편이다.  
 
조선족 남자들이 연해 지역에서 취직하기가 어려운 상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발생했다. 그러나 여자 대학생들이 일자리로 속 태우기는 중국 개혁개방 이래 처음이다.

그 원인을 보면 아래와 같다. 
 
1, 다시 취직하는데, 꼭 한국 회사(혹은 일본 회사)만 찾아다닌다

조선족 대학생들이 언어의 우점을 가지고 취직하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틀린 생각은 아니다. 그러나 언어자본에 너무 매달리거나 언어우세를 구직의 유일한 조건으로 보면 오래 가지 못한다. 

물론 언어는 영원히 공구이고 그 이점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큰 발전을 가져오기 힘들다. 때문에 중국인 회사에 취직을 하더라도 언어적 우세만 있다면 얼마든지 한국어를 써먹을 수 있고, 오히려 한국 회사에서 보다 더 큰 역할을 발휘 할 수 있다. 이 이점을 생각하지 않는 우리 동포 대학생들이 안타깝다.

2, 인재시장에 찾아가 자기 능력이나 특장에 맞는 기업을 찾으려는 생각이 많지 않다.

‘모이자’와 같은 한국인 내부에서만 보는 사이트에 구직 광고나 구인광고를 내는 것을 나는 자주 본다. 인재 시장에 찾아가서 중국 대학생들과 능력을 한번 겨루어 보기를  바란다. 중국인들이 영어를 아무리 잘해 봤자 우리가 하는 한국어를 따라 오지 못한다. 중국인 회사 사장님들을 상대로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조선족이 능력 있어 한국부서 담당을, 또는 한국이나 일본관련 일을 시키게끔 설득을 해야 한다. 그 어느 중국인 회사든 이 수요는 모두 다 있기 마련이다. 인재가 없을 뿐이다.

중국에 있는 기업은 사장이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막론하고 분명히 중국시장, 중국기업, 중국인과 먼저 경쟁이 붙게 된다. 이 경쟁은 절대 회피하지 못한다. 저도 모르게 이를 회피하려는 잠재적 의식이 있으면 발전에 꼭 장애물이 될 것이다. 이 문턱을 넘지 못하면 우리 조선족은 기업가들이 많이 나올 수 없고, 혹시 나온다 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한국만 믿고 사업하던 기업들이 이 몇 개월 간 무너지는 속도와 양상을 보더라도  한국 시장은 너무나도 작고 또 외계의 충격을 너무 심하게 받는다는 것을 금방 피부로 느낄 수가 있다.

3, 아직도 ‘보따리’ 관념을 버리지 못한다

지금까지 취직에 별로 어려움을 겪어 보지 못한 조선족 대학생들이 갑자기 찾을만한 한국 기업이 너무 많이 줄어드니 당황한 마음 금할 수 없다.  일단 아무 한국회사나 먼저 조건 없이 취직을 하고 그 이튿날부터 계속 조건상(노임) 더 좋은 한국 회사가 있는가를 남모르게 조사하고 있다가 일단 연락만 되면 사장님한테 전화 한통 하고 사라지는 현상이 흔한데, 이건 그래도 괜찮은 인격이다. 아니면 아예 전화 한통 없이 사라져 버리는 조선족 대학생들이 숱하다.

예의 바르고 수양이 높은 민족으로 취급 받던 우리 민족이 근년에 와서 이런 ‘보따리 행위’로 인해 숱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면치 못한다. ‘조선족 보따리’라고 중국인들이 비양 거리는 걸 볼 때 마다, 혹은 한국 친구들로부터 ‘함경도 보따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지금 조선족 대학생들의 소행에 대해 진짜 괘씸하기 그지없다. ‘앞으로 얼굴만 안 보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누구에게서 언제부터 배웠는지 모르겠다. “인재시장에 가서 교육받은 적 없기에 아예 상식을 몰라 그럴 거”라고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이것은 도저히 아니다.

조선족 대학생들은 마땅히 자기 민족의 존엄을 지키고 개인의 수양을 닦으면서 중국이란 이 엄청난 시장을 상대로 큰 발전을 가져오기 힘써야 한다.
 
심천에서
허 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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